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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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이면서 청춘임을 자각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너희는 왜 움직이지 않느냐고 역정을 내고 누군가는 원래 아프다고 병리학적인 접근을 보이기도 했다. 도대체 이 세대가 무엇을 해야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80년대 대학생들처럼 이익보다는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거? 아니면 세상을 우리가 쉽게 움직일 수 없으니 일단은 순응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라는 건지, 순간의 위로는 될 수 있어도 정작 이 세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대답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약간 청춘을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드는 나이에 청춘에 대한 책으로는 꽤 추천을 많이 받은 이 책을 들게 된 것은 과연 기존의 말들과는 어느 정도 다른건지 궁금해서였다. 저자의 단순한 판단은 아니라 수업에 참관한 청춘들의 글들을 인용하면서 이야기한다. 내가 특이한 상황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떤 주제는 전혀 동의할 수 없었고 어떤 주제는 수긍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잉여에 관한 글은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인데,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조차도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자학하는 내 모습, 그리고 내 주위의 모습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재미'가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게 어떨까? 난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삶의 이유라고 혼자 되뇌이고 있던 중이었다.


 청춘은 사회에 순응하고 있다. 적극적 수동성이나 지식 권력의 폐해자다. 세상에 뛰어들고 싶지만 이전 세대와는 너무나 다르게 이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유롭지는 않다. 불나방처럼 유행을 쫓고 있지만, 스며드는 어두운 우울함도 다 알고 있다. 가끔은 우리는 너무 괴로운 감옥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청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하면서 정작 청춘 자신들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 책은 청춘이 힙겹게 꺼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마지막에 꺼내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 교양을 들으면서 나 자신의 처지에 대해 자각하면서 느낀 생각과 비슷해서 놀라웠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를 통해서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것이다. 남들의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보다 우리 자신의 살아갈 선택의 윤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따라야 할 '진리'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공유하는 것이 청춘에게 주어진 비극을 뒤집어놓을 진정한 첫 단추라는 생각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열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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