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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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년 전 아내가 사고로 사라진 후 바움가트너는 큰 욕망 없이 성실하고 타인에 친절하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다. 그의 기억은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배고픔에 먹을거리를 찾아 부엌으로 가지만, 이미 타버린 냄비를 발견하고, 뜨거운 냄비를 생각하기 전에 손으로 집어 들어 손을 데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바움가트너의 생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미 노년기에 들어섰고, 이미 오래전의 기억들은 마치 어제인 듯 그의 단조로운 생활에 끼어들어 과거와 현재가 따로 놀지 않은 그 안에 있는 하나의 기억임을 독자가 느낀다.

타버린 냄비, 그대로 남아 있는 아내의 방에서 발견한 오래전 아내가 쓴 에세이, 그의 70년 인생에서 마지막 몇 년을 이야기하지만, 아내의 어린 시절과 그의 어린 날, 청년기, 바움가트너와 애나의 인생이 짧은 분량이지만 잔잔한 물결처럼 펼쳐진다. 물론 현재를 사는 바움가트너의 인생도 함께 존재한다.

오래전 아내가 쓴 에세이를 읽으며 그가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읽으며 그가 받을 마음의 동요나 어떤 사건을 기대했지만.... 아내가 출렁이는 물속에 들어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 사건에서 그가 말렸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에 바움가트너는 아내가 원하는 걸 막거나 간섭하며 살았다면 그녀와 그렇게 오래, 애정을 유지하며 살지 못했을 거라고 했듯, 그는 아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멋지고 고요한 남자였고, 그렇게 또 혼자된 삶을 사는 남자이다.

“솔직히 나 자신이 불쌍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는 않고, 왜 하필이면 나냐, 하고 하늘을 향해 신음을 토하지도 않아요. 왜 내가 아니어야 하나요? 사람들은 죽어요. 젊어서 죽고, 늙어서 죽고, 쉰여덟에 죽죠. 다만 나는 애나가 그리워요, 그게 전부예요. 애나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고, 이제 나는 애나 없이 계속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해요.“

p41

옮긴이는 폴 오스터의 바움가트너는 나뭇가지를 보여주며 결국은 한 그루 나무를 이야기한다고 말하는데, 폴 오스터의 소설에 등장하는 우연과 상실이 그의 유작인 바움가트너를 통해서 또한 번 여지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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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날엔 화학을 터뜨린다 어른의 과학 취향 2
장홍제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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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화학자이자 잡지식 수집가, 월드 오브 크래프트 플레이어라고 저자인 장홍제님을 소개하는 글이 흥미롭다. 저자는 자연 속 물질을 다루고 동식물의 변화를 이해하고, 반응을 통해 거대한 가치를 다루는 것이 화학이라고 말한다.

유시민 님의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화학에 대한 부분을 읽었을 때 참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화학이 없었다면 우리의 먹거리와 병을 치료하는 것등 인류가 이처럼 잘 살 수 있게 된 덕이라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화학이라고 하면 우선 비료나 치료제 또는 합성마약이나 화학약품처럼 나쁜 용도의 물질이 화학 하면 떠오르는 전부인데, 이 책에는 그야말로 BOOM!! 하는 폭발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학이라는 학문 역시 불에서 시작되었다. 불은 금속 원소들을 정련하고 제련하는 역할을 하지만, 익힌 음식으로 인해 뇌가 발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에게 한없이 이로운 불은 무기로 발전하면서 ‘그리스의 불’이나 몰로토브 칵테일, 네이팜 등에 대해 소개한다.

9세기 당나라 시대 발명된 화약은 ‘불이 붙은 약’이라는 뜻이다.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가 1453년 화포로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칼과 창으로 싸우던 기사문화의 종말과 함께 엄청난 전쟁무기로의 발전이 시작된다. 이후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고 거대한 부를 이룬 노벨을 거처 많이 들어본 폭약들, 그리고 핵무기까지 그 시작은 불이었고, 폭발이었다.

태초에서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시대까지 화학과 폭발을 중심으로 쓴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다.

화약이 불꽃놀이가 되는 동시에 폭탄이 되듯, 카페인과 폭발물인 TNT가 똑같은 4가지 원소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터뜨리는 화학은 우리를 보호하는 무기가 되지만, 테러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하는 분야인데, 터뜨리는 화학을 역사와 잘 버무려 인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쓴 책이라 흥미롭다.

챕터마다 말미에 ‘멸망을 대비하는 생활 화학 제조법’이라는 코너를 통해 나는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지만, 각종 폭탄 제조법 등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의 우스갯소리처럼 먼 미래 좀비 시대에는 정말로 화학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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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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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학창 시절에는 ‘시’라는 것 한 편쯤은 외우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편지를 쓸 때, 좋은 시 한 편쯤 따로 적어 친구에게 함께 보내기도 하던 때였는데, 비교 적 짧은 시들이나 명언들은 따로 예쁘게 적어 코팅해서 책갈피로 쓰기도 하던 때였다.

그때 유난히 인기 있던 작가들이 윤동주, 박인환, 김소월의 시들이었던 것이 생각난다. 박인환의 시는 그 뜻은 모르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들이 있어 소녀의 감성을 한층 더 살려주는 멋들어진 시로 여겨져 특히 그의 시를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센티멘털 저니... [박인환 전 시집]을 접하며 그때의 어렸던 한때의 내가 생각나기도 했다.

2026년은 박인환 탄생 100주년의 해이고, 서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박인환은 1946년부터 1956년까지 10년간 공식적으로 활동했고, 시인 이상 그리고 술과 영화를 좋아한 시인이었다.

멋진 외모와 31세의 삶이라는 짧은 생애, 센티멘털하고 모더니스트였던 시인으로 만 알고 있던 박인환의 시들과 그의 에세이를 읽는 것도 좋았지만, 그에 대한 문학계의 평가와 시인 김수영과의 관계와 그의 모진 말들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놀랍다.

195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인 박인환과 김수영은 친구로도 유명했지만, 김수영이 박인환을 ‘겉멋으로 치장한’ ‘가짜 시인, 문화 양아치’라는 심한 말로 폄하했다고 한다.

모더니즘 시인으로 서구적 경향을 탐미했던 것이 박인환의 시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토록 맹렬하게 이미 고인이 된 친구를 ‘철없는 서구 추종자’라며 폄하할 일이었을까?..

김수영 님의 시를 더 높이 평가하더라도 나는 박인환 님의 시를 어린 시절 소녀의 감성으로 너무나 좋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을 치르던 시대를 살았던 시인 박인환, 서구의 사상과 문학, 영화들이 일본을 통해 들어오던 때고, 문학과 영화를 특히 좋아했던 박인환에게 서구 사상에 대한 동경은 여성적 느낌의 시를 쓰는 그에게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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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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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은 1933년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문학 동인회인 구인회에 가입하면서 그의 문학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초기에 현실 비판적인 문학을 집필하다 이후 향토적인 순수문학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6년 발표된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농촌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필체로 그려내며 순수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메밀꽃 필 무렵]을 전체 필사한 적이 있는데, 산을 넘는 70리 길을 일행과 함께 밤길을 걸으며 아련한 옛 추억을 반복해서 말하는 허생원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내가 가 본 적 없는 어떤 곳으로, 귀 기울이면 허생원의 이야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 길이 온전히 느껴진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막힐 지경이다.”

-메밀 꽃 필무렵

각본을 맡은 현보와 여주인공역의 남죽은 갓 설립된 극단이 검열로 공연은 좌절되고 해체되고 말았다. 꿈을 이루기엔 팍팍했던 서울살이는 7년 후 남죽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고향에 돌아갈 여비 걱정은 하룻밤의 즐거움으로 써 버리고, 현보는 남죽과 함께 한 날 이후 성병에 걸렸다.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낸 다른 남자도 성병에 걸렸다고 했다. 현보는 그런 남죽에게 배신감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낀다.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 여성이었던 남죽 좌절은 그녀를 비난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러지 못하는 마음이 겹쳐져 몰려온다. [장미 병들다]

이효석의 소설을 읽다 보면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를 만나도, 그가 묘사하는 농촌과 산과 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면서 마치 서정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자연에 대한 깊은 감동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이루어지지 않고 외롭고 쓸쓸한 ‘사랑’을 자주 만난다. 슬프고 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지만, 아름다운 표현과 생생한 자연묘사가 오히려 막연한 어린 시절의 그저 예쁘기만 했던 한때가 생각나 스스로 감상에 젖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이효석 전집을 읽으며 느낀 점은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전개보다 자연이 또 다른 주인공인 듯 냄새, 촉감, 소리까지 느껴지는 그의 자연에 대한 묘사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의 자연은 정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는 세련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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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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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하지만, 생전에 16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던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였다.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사후에 발표된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을 시작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은 도널드 플랜트라는 인물이 공항에서 떠나기 전 그곳에서 12살 때 짝사랑했던 낸시 홈스를 찾아 전화 부스에서 몇 통의 전화를 건 후 결국 그녀를 만나게 되지만, 처음의 반가움도 잠시, 서로의 기억에 없는 이야기들은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이나 엇나간다. 어릴 때 떠난 도시,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이 사실은 다른 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만나기 전보다 더 한 상처를 입는 남자의 모습이 애잔하다.

“플랜트! 바워스! 내가 미쳤나 봐, 술 때문인가? 처음에 널 봤을 때부터 좀 헷갈렸어. 잠깐만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지?”

“열다섯 달 전의 그 청년에게 있었던 무언가가 지금의 자신에게는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믿음과 따뜻함이 영영 떠나가 버렸다. 그들은 분별 있는 선택을 했다. 그는 가장 풋풋했던 시절을 대가로 강인함을 얻었고, 절망을 성공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삶은 결국, 그 풋풋한 시절의 상을 가져가 버렸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포기했던 조지 오켈 리가 성공하고 예전의 연인을 만나러 왔지만, 결코 그때의 감정으로 다시 똑같은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분별 있는 일]. 이 소설은 ‘겨울 꿈’과 함께 개츠비 계열의 소설로 불리는 이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사랑과 함께 삶의 희로애락을 생각하게 하는 벤자민에게만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등 사랑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이다.

성공을 꿈꾸는 남부의 여성 샐리 캐롤의 동부에 대한 환상, 그리고 그곳에서 경험한 차갑고 낯섦을 말하는 ‘얼음궁전’ 등 7편의 단편들은 과거의 결핍이 현재에 해소되었다고 해서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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