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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잘나가던 증권회사 직원이 어느날 여행을 하기 위해 사표를 낸다면 직장동료나 가족으로부터 행운을 빈다는 말을 들을 수나 있을까? 그의 이런 용기는 아마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인 아내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마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여행 전의 삶보다 나아지지 못한 삶을 살면 어떡하나?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걱정은 그가 여행 내내 해오던 생각이기도 하고, 단지 그만의 생각만은 아닌것 같다. 쿠바에서 만난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주인도 세계여행을 하고 휴식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여기저기서 이젠 앞으로 뭐할거냐는 질문을 쉴세없이 받으면서 결국 2주만에 다시 여행을 떠났노라고 경험을 말했던것 처럼...
Yesterday business, today amigo~ 라는 동생과 함께 비굴코드로 매달리며 구두 닦는 소년의 인생철학이 슬프고도 정겹웠다.
저글링을 배우다 알게된 사실은 잡는것 보다 손에서 놓는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이었고, 그는 그 즉시 무겁기만하고 입을 기회는 별로 없지만 항상 무거운 배낭 맨 아래에 놓여있던 80만원 짜리 청바지를 버렸다고했다.
죽을 수도 있는 짜릿한 스릴을 맛보기 위해 참가찬 볼리비아의 자전거 활강투어에서 정말로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을 맞았던 그는 그 이후 다시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면서 부터 경치를 즐감할수 있었노라고 했다.
특히나 돈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눈에 띈다. 점심에 충분히 벌기에 저녁은 장사를 쉰다는 느린 가게의 여유부터 겜블로 80만원 가량을 벌었지만 '툭툭'에 놓고 내렸고, 행운처럼 다시 찾게 되었지만 풍성하게 사례금을 지급한일, 한국에서 월 30만원 벌며 일했다던 남자는 나쁜 사장과 돈이 많으면서도 베풀줄 모르는 욕심많은 한국인에 대해 버스에서 떠드는 통에 오만으로 가는 내내 가시방석이었던 추억등..
그가 겪은 500일의 여행에서도 역시 잘사는 나라에서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해야 했고, 빈국에서는 거지떼나 프렌드를 가장한 비즈니스에 바가지를 쓰기도 했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그에게 준것은 삶에서 놓는것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던것 같다.
책을 읽기전 남편에게 작가의 이력을 설명하자 그도 대뜸 '그래서 지금 뭐하는데? 더 잘나가?' 하는 물음이었다. 좁아 터진 한국 수도권에서 매일 바쁘고 경쟁하고 누가 뒤쫓아 올라 하루 빨리 달아나는 듯한 삶을 살면서도 우리는 왜 모르는 것일까? ㅋㅋ
이책은 '아메리카 심야특급'이라는 여행서적처럼 소설처럼 재밌고, 어느 여행서보다도 진실되어서 좋다. 환상적인 사진들이나 여행을 증명하는 사진들이 없어도 그의 여행이 누구보다 즐거웠던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는게 느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