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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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인으로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작가이다. 주로 고독, 사랑, 죽음 그리고 신에 대한 시를 썼다.

특히 그의 시집 『두이노의 비가』 와 『말테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의 시는 인간과 세계, 신과 존재에 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그의 시를 많이 알지는 못해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멋진 이름 때문일까? 학교 문학작품에서 또는 그를 좋아하는 문학적인 국어 선생님의 영향이었을까? 그의 시는 물론 이름에서 전해지는 순수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는 어릴 때 부모의 이혼했고, 어머니의 집착과 과잉보호로 인해 기이한 고독을 겪었던 인물이다. 1926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문학적 활동을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어느 젊은 수도사의 목소리] 나 [ 이 마을에 마지막 집이 있다] 등등 그의 시는 읽으면서 아련한 고독을 느끼게 된다.

봄은 숲의 것이기에, 그래서 도시에는 볼 수 없기에 함께 차가운 골목을 벗어나 봄을 보여 주고 싶다는 시 [그대에게 봄을 보여주고 싶어요]등 자연을 예찬하는 시들임에도 불구하고 고독하길 바라고 특히 죽음을 묘사한 시들이 많다.

어쩌면 우울할 수도, 또 어쩌면 한없는 봄날의 햇살 같은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시들은 그동안 접했던 외국의 다른 시인들의 시와 닮지 않았다. 비교적 짧고 한없이 서정적이고, 읽기 쉬우며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시들이다.

시를 필사는 일반 소설 필사나 좋은 글 필사와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독특한 언어 감각과 표현을 전달하는 시를 필사하기에 문장 구성과 단어 선택에 대한 감각이 향상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일상 대화지만 좋은 말들을 필사하거나 명령어와 다를 바 없는 고전들을 필사하는 것보다 더 집중되고 차분해지는 명상 효과가 더 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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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최희성 편역 / 아이템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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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수로 여겨진다. 기원전 8세기 경의 이야기가 3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문학의 한 축을 이루며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문학과 예술에서 떼려야 땔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의 모험 중 짧은 이야기들을 들은 적은 있지만, 오디세이아의 전체 내용을 접하기는 처음이다.

오디세이아는 세 가지 이야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아버지 오디세이아가 부재한 가운데 아들 텔레마코스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첫 번째이고, 트로이 전쟁 후 집으로 귀향하던 중 신의 노여움을 사며 긴 여정인 파란만장한 모험담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마침내 돌아온 그가 왕권을 되찾고 자신이 부재한 기간 아내를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담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20년에 걸친 전쟁과 귀환 지연으로 집을 떠난 동안,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 어머니 페넬로페와 함께 집안의 안정과 명예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구혼자들이 마구잡이로 집을 차지하고 왕권을 위협하는 상황에 있다. 텔레마코스는 성숙해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서 아버지의 행방과 귀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이다. 단순한 왕자의 위치를 넘어 스스로 상황을 컨트롤하려는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따로 인용되어서 그의 모험담 중 몇 이야기는 익숙하다. 외눈박이 괴물로부터 지혜와 용기를 사용해 탈출하는 이야기, 사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는 말을 듣고 밀랍으로 귀를 막고 돛대에 몸을 묶어 화를 피하는 이야기 등이 그것인데, 이 밖에도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은 마치 신드바드의 모험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역경을 물리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침내 도착한 자신의 왕국에서 금의 환양하는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또 다른 모험이 펼쳐지는데, 걸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모든 역경을 뚫고 귀향한 왕의 모습은 마침내 실력으로 드러나고 아래를 괴롭혔던 구혼자들을 물리치며 마침내 평화와 왕권을 회복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AI로 생성된 이미지와 여러 신들의 등장과 오래전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라 현대의 말투가 아닌 것이 읽기를 힘들게 하지만, 인류 역사와 함께한 수많은 미술, 예술, 역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작품이라 전체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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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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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77년 프랑스 태생인 저자 네주 시노는 어릴 때 의붓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는 건 아마도 열심히 학업에 몰두하는 일뿐이었는 지도 모른다. 이후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2023년 자선적 소설이자 에세이인 [슬픈 호랑이]를 출간했다. ‘장르를 초월하는 형식의 독창성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하는데, 읽다 보면 소설이면서, 에세이, 회고록, 르포, 평론을 넘나드는 부분들을 발견한다.

초반에 [롤리타]에 대한 비평이 나오는데, 내가 읽고 느낌 감정을 작가가 얘기해 주는 것 같아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가해자 입장에서 쓰인 작품이라는 점이 매혹적이면서 당혹스럽다는 점, 영화에서 롤리타를 실제 나이보다 더 높게 설정하여 소아성애자인 가해자의 병적인 학대를 희석시킨 점 등등...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입장에서뿐 아니라, 의붓아버지, 변호사, 딸을 사지로 몬 엄마의 입장 등 여러 입장에서의 화자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사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9살부터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학대는 7년간 이어졌고 성인이 된 후에 어머니에게 말하면서 의붓아버지를 고소하게 되고, 엄마는 1년을 그와 함께 더 살긴 했지만, 그녀를 위해 남편을 고소하고 딸의 편에 서 주었다.

줄거리 위주의 소설이 아님에도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작가의 힘이 있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가끔 읽기 힘든 부분이 있다. 어떤 상태의 건장한 20대 남자가 9살 의붓딸에게 그렇게 지속적인 학대를 할 수 있을까? 아내의 두 딸을 비롯해 자신의 아이를 두 명이나 둔 가장이고, 화를 잘 내고 변덕스럽지만, 건강하고 인기가 좋았던 의붓아버지는 다행히 모든 것을 인정했다. 법의 가벼움은 우리가 받는 또 다른 상처이지만, 그럼에도 의붓아버지의 인정은 그녀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지 않고 해결되었다.

어린 시절의 고통은 그녀가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연도나 사건의 디테일을 때로는 뒤죽박죽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그 처음이 7살이었을까? 9살이었을까? 7년간 지속되었나? 더 오래 지속되었나?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과거를 듣는 느낌으로 읽다 보면 작가의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 상처를 공감하게 된다.

롤리타를 언급하면서도 저자는 제목이 롤리타지만 희생자의 입장은 부각되지 않는 면이 있음을 말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희생자는 무명의 어떤 소녀, 가엾은 한 아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상처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희생자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는 [롤리타]에서의 롤리타 입장을 듣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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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제인 오스틴 - 제인의 사람과 사랑, 문학에 대한 가장 내밀한 생각을 나눈 편지들
제인 오스틴 지음, 유혜인 옮김 / 이일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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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인 오스틴(1775-1817)의 서간집을 엮은 이 책은 현재 남아 있는 160여 통의 편지 가운데 작가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는 편지를 선별해 묶은 책이다.

제인 오스틴은 살아생전 더 많은 편지를 남겼지만, 언니 커산드라가 동생의 명성에 누가 될까 우려해 상당수를 불태웠다고 한다. 그 편지들이 남아 있다면 좀 더 입체적인 작가 오스틴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지만, 남아 있는 편지들로도 그녀의 평소의 여성으로서의 삶, 작가관을 잘 알 수 있다.

여성의 결혼에 관한 글을 썼던 제인 오스틴은 평생 미혼으로 살았지만, 그녀의 작품과 편지들은 그녀의 결혼관이 얼마나 뚜렷했는지, 여성으로서 제약이 많았던 당시 사회에서 사랑 없는 결혼의 무의미함을 드러냈다.

“사실 나는 엘리자베스가 지금까지 책에 등장한 그 어떤 인물보다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다른 건 몰라도 엘리자베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p.172

작가 오스틴이 우려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게 확실하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내가 생각해도 그 어떤 인물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SNS가 없고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매체가 없었지만, 19세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렇게 편지로 고스란히 남아 전해진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서로 방문하고 예의를 갖추며 일상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어쩌며 비밀스럽기도 하고, 감추고 싶어 하는 일들이 지금은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얼마나 자신의 의견을 성심성의껏 알리고 교류했는지 그녀의 편지를 통해 영국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그녀는 생애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을 겪은 시기를 살았다. 태어나서 20대까지(1775~1800) 아버지가 목사관으로 있던 소박한 시골 스티븐턴에서 살았고 이후 바스, 사우샘스턴, 초턴과 윈체스터에서 보냈는데, 만나는 사람들과 지역에 대한 그녀의 묘사들을 보면 작가로서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도 같다. 1817년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녀의 마지막 생애를 보내면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는데 그녀는 애디슨병 혹은 부신과 관련된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면 사람들의 성격에 대한 묘사가 탁월함을 알 수 있는데, 몇 마디 말과 묘사로 인물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뛰어난 글 솜씨는, 그녀가 편지에서도 썼듯 구경거리 자체보다 그곳에 있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더 재미나다고 했던 사실로도 증명되는듯하다.

결혼에 관한 글을 썼지만, 평생을 미혼으로 살다간 작가 제인 오스틴의 편지들 그리고 그녀를 끝까지 아끼고 사랑한 언니 커산드라와 조카 패니의 사랑은 물론이고, 작가로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가족들과 함께하며 결코 외롭지 않았을 그녀의 생 엿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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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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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배울 때 주로 한 방향의 시선을 접한다. 그럼에도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문서로 기록된 역사는 우리가 그때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메리스튜어트는 동시대 관찰자들에 의해 극단적으로 다르게 평가된 인물이라고 한다. 대체로 신교도들은 모든 죄를 메리 스튜어트에게, 구교도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씌어진 역사를 많이 발견한다.

잉글랜드 위쪽에 위치한 스코틀랜드는 끊임없는 빈곤이 정치적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나라였다. 메리 스튜어트의 아버지 제임스 5세는 5만 마리의 양을 소유할 뿐, 자신의 권력을 지킬 친위대조차 없는 가난한 군주였다. 왕에게 대항하고 개신교를 지지하는 자는 런던으로부터, 가톨릭과 스튜어트 왕가를 지지하는 자들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종교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심했던 그때 메리 스튜어트는 그 한복판의 나라에서 태어난 지 6일 만에 여왕이 되었다. 메리 스튜어트는 어린 시절 정략결혼의 일환으로 프랑스로 보내져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1558년 프랑수와 2세와 결혼식을 올리지만, 그는 허약한 소년이었고, 16세의 나이로 급사하면서 메리는 18세에 스코틀랜드로 귀국하게 된다. 그녀가 돌아온 스코틀랜드는 개신교가 득세한 시기였고, 종교 갈등은 더욱 커졌다.

누구보다 특별한 인물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여왕이 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처한 그녀는 첫 번째 결혼이 급작스럽게 끝났다. 이후 왕위 계승 문제와 종교 갈등이 이어졌고, 종종 신중하지 못한 결정은 그녀의 정시적 입지를 급격히 약화하게 만들었다. 본인의 실수와 주변 인물과의 갈등은 결국 자신의 나라에서 쫓겨나 영국 엘리자베스 1세에게 망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왕위 회복의 꿈은 반란과 음모에 가담하다 결국 19년 동안이나 감금되다 끝내 1587년 반역죄로 처형되는 불행한 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아마 그녀의 패착은 충성할 자와 적을 잘 구분하지 못한 점, 과감한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 데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권력 암투와 정치적 음모의 희생양이 된 샘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전기는 메리 스튜어트의 비극적 삶과 그녀가 처한 운명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한 인물의 전기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빠른 전개와 당시의 상황을 심도 있게 묘사했다. 단순히 정치적 인물이 아닌 운명에 휩쓸린 인간의 내면과 갈등, 고독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얼마나 고립되고 비참했는지, 그녀의 비극이 그녀의 미숙한 결정이 주원인이 아닌 사회와 권력 구조의 산물임을 잘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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