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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호주 문학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마일즈 프랭클린(1879-1954)의 자전적 소설인 ‘나의 빛나는 삶’을 통해 1890년대 호주에서의 여성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 광활한 땅의 자연은 어떠했는지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버지의 야망과 함께 포섬 걸리로 이사 온 가족은 고된 노동에도 살림살이는 점점 기울어가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전락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큰 딸 시빌라는 그래서 매사가 불평불만이었고, 결국 가난과 곤궁으로 외할머니 집이 있는 캐더갓으로 보내진다.
예전 엄마방에 있던 젊은 시절의 엄마, 아빠 사진은 현재의 추레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가장이 되어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결혼은 여자에게 오히려 고통임을 깨닫는다.
시빌라는 자상한 할머니 현명한 이모, 그리고 삼촌과 함께 시골생활을 만끽한다. 도로 옆에 집이 있는 탓에 하루에도 수많은 떠돌이 노동자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일은 시빌라의 몫이었는데, 가난이 무엇인지 아는 시빌라이기에 이렇게 젊은 나라, 영토도, 자원도 무한한 나라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고민하는 것도 그녀뿐인 듯하다.
끝없는 집안 일과 계속되는 가난은 어린 학생들마저 일에 지처 배움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인 반면, 할머니 댁에서의 생활은 문화와 여유, 떠돌이에게 베풀며 사는 삶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아버지의 빚으로 더 이상 할머니 댁에서 아가씨로 살 수 없게 되고, 살 골짜기 더럽기로 유명한 맥스왓씨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다.
부를 축적하는 유일한 방식은 지독히도 인색하고 고된 노동이 전부이고, 가난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모르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저분하게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8명의 아이들을 가축처럼 키우는 맥스왓씨 집에서의 생활은 시빌라를 더욱 미쳐버리게 하고, 결국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낙농업으로 생계를 이루는 사람들의 노동이 얼마나 고된지, 광활한 땅 호주의 더위가 얼마나 살인적인지, 노동 거리를 찾아 그 큰 대륙을 떠도는 노동자는 얼마나 많았었는지, 그럼에도 대자연과 함께 하고, 영국 본토의 문화와 신대륙의 새로운 삶의 방식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르기도 한지 꿈은 많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16살 소녀 시빌라의 솔직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고, 누구에게 배우지 않아도, 평등과 여성의 권리에 대해 당연시하는 여자, 때로는 예의에 어긋나고, 무례해 보일 때도 있지만 힘든 상황에 내몰려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성장하는 시빌라를 본다. 읽으면서 시빌라에게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됐는데 버릇없고 불평만 한다고 생각했던 시빌라가 누구보다 선구안적이라는 것과 그녀의 톡톡 튀는 댓거리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시빌라가 해럴드 비첨의 청혼에 응해서 해피엔딩이 길 바랬는데, 생활에 찌든 엄마의 폭언과 자신감 없는 외모로는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채 마치 2부가 이어질 것처럼 아직은 너무 젊고 꿈 많은 시빌라 무궁한 미래를 응원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