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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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춘원 이광수는 한국 근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될 만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거의 10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현재의 막장 내용이라고 불릴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광수의 작품 중 동성애를 담은 작품도 있는 만큼 그시대 논란의 중심이면서도 인기를 끈 작품들을 많이 썼던 작가라고 한다.

『유정』은 1933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인데, 고백적인 1인칭 서술 방식이다. 이 책은 김정호 님이 영문 번역을 해서 원작은 원 편에 영문을 오른쪽에 배치하고, 각 문장마다 번호를 매겨 한 문장 한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바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원작을 읽고 한 문장씩 영문을 소리 내서 읽어보며 원작의 느낌, 영어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인데, 실제 읽어보는 것도 처음이다. 이광수에 대해 어릴 적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많은 작품을 썼던 작가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친구 딸과의 묘한 감정, 아내의 의심 등으로 인한 파국 등의 내용이 등장으로 당시에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한다.

1인칭 서술을 사용해서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하게 된다. 100년 전의 그 사회는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겠지만, 전 세계적인 전쟁과 나라를 잃는 상태의 국민감정 등으로 극의 자극적 내용이 지금만큼 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내용상으로 보면 그시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상상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만한 내용인데, 8살 때부터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인 소녀를 키우던 남자, 딸과 함께 키운 그 소녀와의 애정이 싹튼다는 자체가 지금으로 치면 오히려 범죄에 가깝게 느껴지는 소재로 보는 시선이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기된 사랑, 보호자와 피보호자라는 관계에서 넘어선 안되는 감정으로 인식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소설의 시작은 상념을 없애려 멀리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로 떠난 화자의 편지로 시작된다.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의 작가이고, [유정]으로 당시의 계몽주의 일색이었던 소설의 주제를 인간 내면의 심리, 갈등, 개인의 내면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했던 작품으로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라도 이 작품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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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함정
낸시 스텔라 지음, 정시윤 옮김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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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20년 넘게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했고,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본인이 심리학자이면서도 충격적 이혼으로 인해 트라우마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전통적 상담치료의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신경과학을 바탕으로 한 ‘용기 있는 사고 프로세스(CBP)’를 개발했고, 이 책은 자신의 경험과 그와 연관한 상담치료를 바탕으로 한다. 현재는 CBP에 전념하는 전문 상담 센터를 열고 활동 중이다.

두려움은 안전을 지키는 인간이 가진 능력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어 우리를 즉각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두려움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두려움의 목적은 우리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두려움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용기 있는 사고 프로세스]는 오래된 트리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용기를 개발하는 여섯 단계를 말한다.

혼자가 되는 두려움, 거절당하는 두려움, 대립하는 두려움, 무시당하는 두려움, 거절당하는 두려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등 많은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여섯 가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단계별 프로그램이다.

어릴 적 개에게 물릴 뻔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큰 개는 물론이고, 작은 강아지도 선뜻 예쁘다고 만지거나 말을 걸지 않는다. 실제 두려움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때의 막연했던 두려움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종류의 두려움이 아니라 상관없지만,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 트라우마가 되고, 회피하면서 더 악순환이 되는 과정은 주위에서도 관찰할 수 있어서 어떤 상태의 두려움이던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다.

먼저 두려움의 본질을 이해하고 직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내가 가진 두려움의 함정을 파악하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명확히 알면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려고 하기 보다 그 감정을 느끼면서 용기 있게 행동하는 연습이 핵심이다. 회피는 결국 더 큰 두려움을 낳는 악순환이므로 점진적으로 자신을 두려움에 노출시키면 결국 두려움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직시하고, 그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두려움 때문에 피하고 회피하는 행동이 오히려 더 큰 두려움을 낳는 현상을 깊이 있게 다룬다.

두려움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려움을 없애려 하기보다 공포와 함께 용기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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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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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의 커피 한 잔은 하루의 시작이다. 독서토론에서 식사 후의 커피 한 잔은 본 독서의 연장선상이고, 틀과 격식이 빠진 더 유연한 토론의 연장선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커피는 혼자 있을 때나 모임, 직장 생활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된지 오래다.

우스이 류이치로의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에는 커피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떻게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통찰을 선사하며 커피향 가득한 역사 여행으로 이끌어준다.

이 책은 커피의 여정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해 '커피 벨트'라 불리는 신대륙의 광활한 플랜테이션까지 폭넓게 추적한다. 단순히 연대기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커피 한 잔이 탄생시킨 역사적 순간들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풀어낸다. 작가는 커피를 "근대 시민 사회의 검은 피"라고 명명하며, 이 비유를 통해 커피가 근대 사회를 지탱하고 변화시킨 핵심 동력이었음을 역설하는데, 이 표현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1511년, 커피가 메카에 처음 전파되었을 때 총독 카이르 베그 알미마르는 모스크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던 이들을 꾸짖으며 커피에 대한 종교적, 사회적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는 커피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겪었던 초기 갈등과 더불어, 사회가 낯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후 커피는 신비로운 동방의 음료로 유럽에 상륙하게 되는데, 171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이 프랑스 루이 14세에게 커피나무를 바친 일화는 유럽 왕실과 상류층으로의 확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커피 생산을 위한 대규모 플랜테이션 시스템이 신대륙에 구축되면서, 커피는 식민주의 역사와 불가피하게 얽히는 비극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커피가 시민사회의 핵심인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술집 대신 밝고 차분한 분위기의 커피하우스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신문과 소식을 공유하고, 정치, 철학, 예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곳은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사상을 교류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발전시키며 계몽주의 사상이 싹트고 확산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떠 올리면, 다방에서 쌍화차나 기타 음료도 연상되지만, 역시나 진한 커피와 함께 했을 지식의 모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미지이다.

커피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작업 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술이 지배하던 과거의 아침 식탁은 커피로 대체되었고, 이는 서구 사회의 근면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커피는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고 소비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무역의 상징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터키의 전통 커피, 한국의 다방 문화 등 지역의 특성과 결합하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전 세계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세계사의 향기를 품은 한 잔의 커피, 그 속에 가득한 장대한 역사까지 느껴진다. 매일 커피를 즐기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몰랐던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오늘 마신 커피 한 잔이 어쩌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어떤 역사의 한 페이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무척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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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난중일기 코드 -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
김정진 지음 / 넥스트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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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임진왜란을 생각하면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류성룡의 징비록이 떠올리는데, 같은 고향 친구이기도 했던 이순신과 류성룡의 역작인 징비록과 난중일기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징비록에는 ‘이순신 전기’와 동양판 군주론이라 할 수 있는 당시 선조와 조정의 민낯, 그리고 자주국방에 대한 호소를 담았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징비록과 난중일기에 수록된 내용과 더 나아가 역사적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임진왜란 당시와 두 인물의 전기를 담았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을 직감하고부터 준비하며 난중일기를 1592년 1월 1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치열하고 비참했던 7년간의 전쟁기록을 전쟁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보여준 일기다.

징비(懲毖)란 지난 일의 잘못을 뉘우치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뜻인데, 전쟁이 끝난 후 임진왜란의 전체 상황을 입체적으로 복기하며 쓴 류성룡의 기록이다.

어릴 때 읽었던 똑같은 위인전이 아닌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가 있다. 전쟁놀이를 좋아하고, 동네 대장이었고, 거침없는 성격의 악동 기질이 있었던 이순신의 어린 시절, 11년 만인 32세에야 무과시험에 합격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파직과 백의종군을 경험한 젊은 이순신, 류성룡의 밑그림으로 전쟁 1년 전 마침내 파격적인 승진을 거쳐 1592년 전라좌수사에 부임한다.

반면 류성룡은 좋은 집안에 머리 좋은 인재로 25세에 대과에 급제하고, [맹자]를 최고로 여기며 왕이 아닌 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꿈꾼 인물이었다. 이순신과 류성룡에 대한 간단하지만 인물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전기와 임진왜란 당시를 일기를 바탕으로 실시간 전쟁 상황을 구체적이고 박진감 있게 설명되어 있다.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김정진 작가는 [10대를 위한 총 균 쇠 수업], [10대를 위한 논어 수업]등 어려운 인문학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책을 써왔는데, 이 책 [징비록 x 난중일기 코드]를 통해 이순신과 류성룡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난중일기와 징비록은 어떤 책이었는지를 재미도 느끼면서 귀중한 역사적 인물과 보물급 자료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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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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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촌 동네 출신 10대, 계집애 같고 내성적이던 화자는 정신병원에서 후안을 만났다. 후안은 문학적으로 말했고, 표정을 확인하며 천천히 말하는 점잖은 노인이었다.

“맞아요. 정확히 그 말처럼 당신의 에고를 훔치고 싶었어요. 아, 그 시절 전 참담했어요. 제 몸이 수치스러웠어요. 살갗을 찢고 나가고 싶었어요. 세상을 알고 싶었어요.”

p.60

단락은 짧고, 잘 읽힌다. 장면전환이 빠른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롭다. 중간중간 거의 다 가려진 보고서들, 낯설고 어쩌면 기괴한 퀴어 사진들은 소설을 다큐처럼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 더 사실처럼 읽힌다.

퀴어 문학은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와 [벨벳 애무하기]를 읽어봤는데, 레즈비언 이야기를 조금은 밝은 스토리로 풀었다면 저스틴 토레스의 [암전들]은 훨씬 진지하고 어둡다.

이야기는 1902년에 태어나 1960년에 세상을 떠난 독일 태생의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 활동가, 그리고 연구자였던 실존 인물 Jan Gay의 연구 결과물로 시작된다. 초창기 레즈비언 연구에 선구자였던 그녀의 수많은 인터뷰 자료는 세상에 내놓을 땐 그녀의 이름도 애초의 의도도 지워진 성적 변종들의 연구로 뒤바뀌었다고 한다.

후안이 세상을 떠난 후, 화자가 그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어받는다는 조건을 수락하며 전개된다. '네네'로 불리는 화자는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 후안 게이를 돌보며, 사막의 폐허 '팰리스'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단순히 두 인물의 만남을 넘어, 성소수자로서 잃어버린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이자 강렬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1974년까지 미국 심리학회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동성애를 포함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은, 작품이 다루는 '지워지고 왜곡된 실제 이야기'와 소설적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그 시대 퀴어들의 진정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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