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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의 커피 한 잔은 하루의 시작이다. 독서토론에서 식사 후의 커피 한 잔은 본 독서의 연장선상이고, 틀과 격식이 빠진 더 유연한 토론의 연장선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커피는 혼자 있을 때나 모임, 직장 생활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된지 오래다.
우스이 류이치로의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에는 커피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떻게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통찰을 선사하며 커피향 가득한 역사 여행으로 이끌어준다.
이 책은 커피의 여정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해 '커피 벨트'라 불리는 신대륙의 광활한 플랜테이션까지 폭넓게 추적한다. 단순히 연대기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커피 한 잔이 탄생시킨 역사적 순간들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풀어낸다. 작가는 커피를 "근대 시민 사회의 검은 피"라고 명명하며, 이 비유를 통해 커피가 근대 사회를 지탱하고 변화시킨 핵심 동력이었음을 역설하는데, 이 표현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1511년, 커피가 메카에 처음 전파되었을 때 총독 카이르 베그 알미마르는 모스크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던 이들을 꾸짖으며 커피에 대한 종교적, 사회적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는 커피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겪었던 초기 갈등과 더불어, 사회가 낯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후 커피는 신비로운 동방의 음료로 유럽에 상륙하게 되는데, 171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이 프랑스 루이 14세에게 커피나무를 바친 일화는 유럽 왕실과 상류층으로의 확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커피 생산을 위한 대규모 플랜테이션 시스템이 신대륙에 구축되면서, 커피는 식민주의 역사와 불가피하게 얽히는 비극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커피가 시민사회의 핵심인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술집 대신 밝고 차분한 분위기의 커피하우스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신문과 소식을 공유하고, 정치, 철학, 예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곳은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사상을 교류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발전시키며 계몽주의 사상이 싹트고 확산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떠 올리면, 다방에서 쌍화차나 기타 음료도 연상되지만, 역시나 진한 커피와 함께 했을 지식의 모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미지이다.
커피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작업 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술이 지배하던 과거의 아침 식탁은 커피로 대체되었고, 이는 서구 사회의 근면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커피는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고 소비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무역의 상징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터키의 전통 커피, 한국의 다방 문화 등 지역의 특성과 결합하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전 세계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세계사의 향기를 품은 한 잔의 커피, 그 속에 가득한 장대한 역사까지 느껴진다. 매일 커피를 즐기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몰랐던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오늘 마신 커피 한 잔이 어쩌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어떤 역사의 한 페이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무척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