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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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은 1933년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문학 동인회인 구인회에 가입하면서 그의 문학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초기에 현실 비판적인 문학을 집필하다 이후 향토적인 순수문학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6년 발표된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농촌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필체로 그려내며 순수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메밀꽃 필 무렵]을 전체 필사한 적이 있는데, 산을 넘는 70리 길을 일행과 함께 밤길을 걸으며 아련한 옛 추억을 반복해서 말하는 허생원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내가 가 본 적 없는 어떤 곳으로, 귀 기울이면 허생원의 이야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 길이 온전히 느껴진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막힐 지경이다.”

-메밀 꽃 필무렵

각본을 맡은 현보와 여주인공역의 남죽은 갓 설립된 극단이 검열로 공연은 좌절되고 해체되고 말았다. 꿈을 이루기엔 팍팍했던 서울살이는 7년 후 남죽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고향에 돌아갈 여비 걱정은 하룻밤의 즐거움으로 써 버리고, 현보는 남죽과 함께 한 날 이후 성병에 걸렸다.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낸 다른 남자도 성병에 걸렸다고 했다. 현보는 그런 남죽에게 배신감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낀다.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 여성이었던 남죽 좌절은 그녀를 비난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러지 못하는 마음이 겹쳐져 몰려온다. [장미 병들다]

이효석의 소설을 읽다 보면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를 만나도, 그가 묘사하는 농촌과 산과 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면서 마치 서정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자연에 대한 깊은 감동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이루어지지 않고 외롭고 쓸쓸한 ‘사랑’을 자주 만난다. 슬프고 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지만, 아름다운 표현과 생생한 자연묘사가 오히려 막연한 어린 시절의 그저 예쁘기만 했던 한때가 생각나 스스로 감상에 젖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이효석 전집을 읽으며 느낀 점은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전개보다 자연이 또 다른 주인공인 듯 냄새, 촉감, 소리까지 느껴지는 그의 자연에 대한 묘사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의 자연은 정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는 세련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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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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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하지만, 생전에 16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던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였다.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사후에 발표된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을 시작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은 도널드 플랜트라는 인물이 공항에서 떠나기 전 그곳에서 12살 때 짝사랑했던 낸시 홈스를 찾아 전화 부스에서 몇 통의 전화를 건 후 결국 그녀를 만나게 되지만, 처음의 반가움도 잠시, 서로의 기억에 없는 이야기들은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이나 엇나간다. 어릴 때 떠난 도시,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이 사실은 다른 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만나기 전보다 더 한 상처를 입는 남자의 모습이 애잔하다.

“플랜트! 바워스! 내가 미쳤나 봐, 술 때문인가? 처음에 널 봤을 때부터 좀 헷갈렸어. 잠깐만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지?”

“열다섯 달 전의 그 청년에게 있었던 무언가가 지금의 자신에게는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믿음과 따뜻함이 영영 떠나가 버렸다. 그들은 분별 있는 선택을 했다. 그는 가장 풋풋했던 시절을 대가로 강인함을 얻었고, 절망을 성공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삶은 결국, 그 풋풋한 시절의 상을 가져가 버렸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포기했던 조지 오켈 리가 성공하고 예전의 연인을 만나러 왔지만, 결코 그때의 감정으로 다시 똑같은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분별 있는 일]. 이 소설은 ‘겨울 꿈’과 함께 개츠비 계열의 소설로 불리는 이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사랑과 함께 삶의 희로애락을 생각하게 하는 벤자민에게만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등 사랑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이다.

성공을 꿈꾸는 남부의 여성 샐리 캐롤의 동부에 대한 환상, 그리고 그곳에서 경험한 차갑고 낯섦을 말하는 ‘얼음궁전’ 등 7편의 단편들은 과거의 결핍이 현재에 해소되었다고 해서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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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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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1818-1883)은 러시아에서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고 생애 대부분을 유럽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인 ‘첫사랑’은 그의 실제 삶과 많이 닮아 있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5천 명이 넘는 농노를 다스리는 영주였지만 바쁜 만큼 냉정하고, 아버지보다 연상이었던 탓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데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사랑’에서도 어머니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외아들인 자신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지만, 잘생기고 멋진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불행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반면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머니는 물론 자신마저 아버지가 멋진 남성의 표본으로 느껴질 만큼 예의와 기품, 잘생김을 겸비했지만, 역시 아들마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했던 차가움도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쓴 이야기의 형식인데, 그가 16살이던 때에 자신의 별채로 공작부인과 그녀의 딸 지나이다 알렉산드로브나가 이사 온다. 그는 첫눈에 반하게 되지만 자신보다 연상(21살)인 그녀는 자신의 애정을 조소하면서도 많은 남자들의 찬사를 받는 걸 즐긴다.

순수한 청년의 순애보에 비해 나쁜 여성의 전형처럼 보이는 지나이다의 행동과 어쩐지 주인공만 모르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 전개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평화롭고 자연 친화적인 풍경이 눈에 보일듯한 묘사는 역시 대문호의 글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주인공을 비롯한 지나이다를 추종하는 남자들은 왜 이리도 어리석은지... 사랑에 빠진 탓일까? 결국 지나이다가 유독 아버지 앞에서만 보였던 조용한 모습 또한 사랑 탓일까?

“더 이상 소년이길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 되었다. 방금 나는 그날부터 내 열정이 시작되었다고 말했지만, 내 고통이 시작된 날 역시 그날이라고 말할 수 있다.” P.80

첫사랑이라는 순수한 제목과 달리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숨겨진 연인이 아버지였다는 사실. 결국 아버지와 지나이다의 사랑이 순수했는지조차 알 길 없는 결말은, 사랑에 눈이 먼 소년을 통해 인물들을 바라보는 구조라서 여러 해석을 하게 만든다.

“내 아들아, 여자와의 사랑을 경계하거라, 이 행복을, 이 독을 두려워하거라...”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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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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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인 오스틴은 1775년 12월 16일 영국에서 태어난 여류작가이다. 2025년 12월 16일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펴낸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은 2025년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그녀의 작품 6작품이 차례대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만과 편견을 비롯한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모두 읽었고, 오만과 편견만 이번으로 5번 읽은 사람으로서 제인 오스틴의 탄생을 기념한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의 구성이 무척 반갑다.

줄거리는 신데렐라를 따라가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가로 인정받을 수조차 없었던 당시 여성의 위치와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가진 것 없는 엘리자베스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다아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혼'이라는 것이 단순히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남자이기 때문에 선택할 위치를 가진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고, 여성의 선택권,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다아시의 첫 번째 청혼 장면, 어머니의 가벼운 언행과 아버지 미스터 베넷의 위트, 그리고 콜린스의 두서없는 서두름과 몸짓은 언제나 생생한 장면이다. 사람의 성격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지만, 오해와 역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멋진 결론은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오만과 편견]을 십 대 때 처음 읽었고, 그 이후로도 좋아하는 작품인 이유는 잘 쓴 작품이고, 인물의 성격을 대화체를 통해 충분히 파악이 가능할 만큼 제인 오스틴은 인물 묘사를 잘하는 작가이며 오래전에 쓴 소설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구성도 좋다. 로맨스 작품이지만 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으면서도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며 마음 졸이며 읽을 수 있는 고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조차 셰익스피어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선정될 만큼 필력이 좋은 작가의 작품인데, 600페이지가 넘는 긴 작품을 이번 새로운 번역에서 '~이었답니다.' '~ 했지요.' 식의 10대 소녀에 맞춘듯한 번역은 오히려 거슬리는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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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1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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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1907-1942)은 강원도 평창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한학을 배우고, 신소설을 읽으며 문학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고 알려져 있다. 경성 제일 고등보통학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서구 문학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체호프, 월트 휘트먼, 윌리엄 워즈워스 등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경성 농업학교에 재직할 무렵 작품세계의 변화를 보인 이효석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였으나 1940년 아내와 아들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졌고 1942년 결핵성 뇌막염으로 35세에 생을 마감했다.

이효석은 순수문학을 하는 작가 등 중에서도 찬사를 받는 작가다. 이효석 자체로 유명한 작가지만 사실 ‘메밀꽃 필 무렵’ 이외에는 읽어본 작품이 없다. [이효석 전집]은 이효석 작가의 전집을 1.2권으로 작품을 발표한 순서로 묶어 펴낸 것인데, 1권에 있는 작품들이 전혀 모르는 작품이고, 또 이렇게나 다작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작품은 대체적으로 너무 짧다고 느꼈는데, 읽어가면서 작가의 발전하는 모습이 저절로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너무 짧은 게 아쉽다고나 할까...

서정적인 자연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를 작가가 대놓고 나열하지 않고, 독자가 알아가며 공감하는 방식의 이효석의 문체가 느껴져 왜 그가 순수문학 작가 중에서도 찬사를 받는지 이해가 간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우리 말, 단어들, 아주 오래전 우리가 살던 그 가난 속으로 들어가 그 시대를 보고 온 느낌이다.

[돈] 어린 암퇘지에게 씨를 받기 위해 종묘장에 간 식이는 돼지가 어려서 일도 제대로 안되는 와중에 자신을 떠난 분이 생각에 정신은 딴 곳에 가 있는데, 결국 길을 건너다 다 잃고 만다. 짧지만 한방에서 잠재우고, 한 그릇에 물 먹여 기른 돼지를 아까워하는 마음이 안타깝게 전해진다.

[산] 김 영감 집에서 돈 한 푼 못 받으며 머슴살이하다 누면까지 쓰고 이제 산에 올라와 생활하는 중실의 산생활은 마치 ‘월든’에서의 삶처럼 고즈넉한 삶으로 보인다. 산과, 나무 풍경의 묘사가 압권이다.

“돌을 집어던지면 깨금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 높게 뜬 조각구름 떼가 해변에 뿌려진 조개껍질같이 유난스럽게도 한편에 옹졸봉졸 몰려들 있다. 높은 산등이라 하늘이 가까우련만 마을에서 본 때와 일반으로 멀다. 9만 리일까 10만 리일까. 골짜기에서의 생각으로는 산기슭에만 오르면 만져질 듯하던 것이 산허리에 나서면 단번에 9만 리를 내빼는 가을 하늘.”

[깨트려진 홍등] 홍등가에 팔려와 사람대접받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던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기박한 팔자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기한이 되어도 풀어주지 않고, 아플 땐 미음 한 술 얻어먹지 못하는 신세타령을 하던 8명은 합심하여 주인에게 6가지 요구 조건을 걸고 파업에 돌입한다. 악다구니와 매질과 배고픔에 지쳐가며 사흘을 넘긴 날 봉선이는 어느새 팔자 탓이 아닌 세상 탓이라는 부영이의 말에 동화되어 사람들 앞에 서서 한탄을 했다. 배운 것 없던 그녀가 주워들은 말이지만 스스로 감동하며 격해지며 바닥의 돌을 주워 홍등을 깨뜨린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들의 소박한 요구가 아쉽기만 했는데, 배우지 못하고, 팔자려니 하며 그 시대를 살던 자신을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가장 미천한 소녀의 내면의 변화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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