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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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한 이래 부부 사이에 코끼리가 존재했고, 그 코끼라는 존재 때문에 남편은 더 이상 남편인 척 살아갈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설득과 침묵, 서로의 비난 끝에 결국 3일씩 아이들과 지내기로 합의하고 이혼하게 된다. 화자인 아내는 결혼을 후회하면서도 지금 누리는 경제적 자유, 가정주부의 위치를 잃을까 마음 졸이는 타입의 여자다. 그런 그녀가 남편의 이혼 요구, 그리고 살인죄로 구속되고, 이제 그녀에게 자신의 짐을 남기고 자살하기에 이른다.

어쩌면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기는 남편 밍런 못지않았던 정팡은 남편이 남긴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정주부인 정팡이 화자로 등장하는데 느닷없는 남편의 이혼을 요구받고, 뜬구름 잡는 남편의 이혼 사유를 추적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지만 좀처럼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안된다. 남성 작가가 표현한 주부의 내면이 너무 단편적으로 보여서이다. 이혼을 하면서 3일의 여유가 생긴 그녀가 짠 버킷리스트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들이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이혼을 망설임 없이 전달하고, 시부모에게 수시로 아이를 맡기는 모습(물론 시부모의 의도이지만...) 냉장고에서는 바퀴벌레가 나오고, 배는 나오고, 자신을 기생충으로 표현하는 자존감 높지 않은 주부이지만, 내면의 갈등이나 그 원인이 잘 안 보여서다.

“성(性)이야말로 한 사람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생각해”

코끼리가 정확히 남편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처럼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졌다는 자유에의 선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이 느낀 코끼리라는 압박감으로 인해 나로 살 수 없고, 그것에 짓눌려 진정 내가 원하는 삶 -그것이 무척 사적인 것일지라도-을 잃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약간은 충격이고 허무하다. 대만 소설은 처음인데, 책 한 권으로 판단할 순 없지만 대만 사회가 우리나라보다 더 서구적 사고방식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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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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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옌롄커는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1979년부터 다수의 중. 단편과 장편소설, 산문을 발표하고 있고 [연월일]은 그의 대표작이다.

“천고 아래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그해에는 세월도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첫 문장은 강하고 흥미롭다. 잘 읽히는 작품이고 [노인과 바다]의 노인을 닮았다고 생각할 즈음, 작가의 의도가 뜨거운 태양이 지표면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자연재해에서 사투하는 노인과 눈먼 개의 이야기가 아님을 중반 이후 눈치채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마을을 떠났다. 노인은 길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잡는 과정에서 자신이 죽는 것보다 새싹이 올라오는 옥수수 잎을 지키기로 하고 눈먼 개와 마을에 남는다.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물도, 식량도 없는 곳에서 셴할아버지가 싹이 나는 옥수수대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작열하는 태양의 한낮만큼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음식을 찾아 마을을 돌아디고, 쥐 떼들로부터 곡식을 지키기 위해 눈먼 개와 협심해 싸우는 과정과 물을 찾아 산을 넘고 늑대들과 대치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노인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대답이 없으면 스스로 답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딘다. 사람들이 전부 마을을 떠나고 넉 달이 지났고, 넉 달 반이면 열매를 맺어야 할 옥수수는 또다시 거름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왔다. 그리고 노인은 마지막 결정을 한다.


건장하지 않은 한 노인과 동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눈을 잃은 개 한 마리가 자신들보다 더 연약한 옥수수 한 대를 지키기 위해 왜 이토록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지 의문스러워질 무렵, 종반으로 향하며 노인이 옥수수에 열매가 맺기를 그리 원했던 이유를 알게 되면서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인류의 종말이 다가와 이 세상에 사람 하나와 씨앗 한 알만 남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든 이 생각으로 [연월일]을 단숨에 썼다고 한다. 작가는 마치 SF로 흘러갈 듯한 이 상상을 멋지고 감동적인 우화로 만들어 가슴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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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영웅들의 시대 - 왕권, 견훤, 궁예, 유금필, 그리고 인생 역전을 노린 승부사들
우재훈 지음 / 주류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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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국시대는 어느 나라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신라가 무너지고 고려가 재통일을 이루기까지의 약 40여 년의 후삼국 시대를 일컫는다.

진성여왕(887-897) 재위 기간 기근이 들어 재정은 파탄 나고 지역마다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도적떼가 되었다. 전국시대의 도래는 언제나 그렇듯 힘없는 정부의 지배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세력화를 도모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미 힘 잃은 정부에서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거나 사리사욕으로 눈멀고 있을 때, 이런 나라가 아닌 전혀 새로운 나라, 민중들이 잘 살고 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 그런 인물이 나여야만 된다는 생각으로 전국시대에 들불처럼 들고일어나 수장이 되고, 영웅이 만들어진다. 그들 중에는 신분을 뛰어넘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지방에 머물던 새로운 엘리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궁예의 출생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어려서 출가하여 세달사에 들어가고 스스로 선종이라고 법호를 지었다고 알려진다. 890년 신라의 지방정부들 중 절반이 독자세력화해서 반란군을 모집할 때 양길을 찾아가 지휘관을 맡아 세력을 확장했다. 세력이 커진 후 독립하여 연전연승을 거둔 궁예는 895년 철원에서 정부 조직을 구성했지만, 잦은 국명의 변경과 수도를 옮기면서 신망을 잃어갔다. 싸움에서 진 적이 없고, 싸우지 않고도 적국의 장수들이 군사들을 모아 궁예 앞에 엎드리는 일이 잦았던 탓일까? 궁예는 시도 때도 없이 일을 벌였고, 결국은 자신을 신격화하며 패악을 일삼다 왕건의 쿠데타로 인해 화려했던 삶을 마감한다.

후삼국시대의 영웅은 궁예, 견훤, 왕건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시대의 영웅들을 따라가며 그 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혼자서 우뚝 선 영웅이 없듯 영웅을 만들고 보필한 인물들, 숨은 주역은 물론 개국공신과 그 시대의 천재들까지 전국시대의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다큐멘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저항하는 민중, 청주인’ 편에서는 개개인의 인물이 아닌 홀대에 분연히 일어섰던 지역을

잘은 모르지만 전국시대의 시작의 원인인 진성왕이 불운한 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궁예를 비롯한 다른 영웅들에 대해서도 사견이 많이 보이는 점이 있지만, 천년왕국 신라의 패망사와 그로 인해 전국에서 들고일어난 영웅들, 그들의 선택과 집중, 성공의 이유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과오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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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텃밭에서 식탁 위 K-푸드까지 - 씨앗 재배부터 식탁 위 특급 레시피까지 금손 식잡사의 리얼 홈가드닝
남효경 지음 / 아티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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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파트지만 작은방 바깥쪽에 햇볕이 잘 들고 창문이 없는 오픈 발코니가 있다. 아파트에서 바깥공기를 바로 맡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정말 좋았는데, 여름이면 땡볕이고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별로 활용을 못했다.

사실 식물이 몇 그루 있지만, 원래 꽃이 나야 하는 계절에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계절 내내 녹색의 향연, 그리고 조금씩 말라가는 잎 때문에 풍성하지도 않아 식물 키우기에 젬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오픈 발코니에 비교적 여러 작물을 시도해 봤더랬다.

싹이 난 감자를 심어서 몇 개 수확해 보기도 하고, 고추를 심어서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도 해보았는데, 고추는 병이 들어 다 버린 기억이 있고, 장미나무와 블루베리는 겨울에도 견딜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심었지만, 그마저도 말라 버려서 1년 넘게 흙만 가득 채운 텃밭 상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베란다 텃밭에서 식탁 위 K 푸드까지]는 씨앗 재배부터 그 채소를 이용한 음식 활용법까지 소개하는 책이다.

채소를 기준으로 ‘봄부터 초여름 그리고 ’장마 이후 늦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두 구간으로 재배시기가 구분된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장마를 기점으로 작물이 세대교체된다는 걸 명심하고 채소를 구분해서 심어야 한다.

나도 시도하고 실패하고 지금은 손을 놓았지만, 저자의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담은 홈가드닝 기록을 보면 처참한 실패와 가슴 뛰는 첫 발아의 순간까지 공감하게 된다.

내 시도가 무조건 내 열의가 약해서는 아닌 한여름의 옥상은 최악의 조건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토마토, 고추, 오이 등을 키워볼 생각이다. 대파를 사 올 때마다 뿌리를 남기고 잘 닦아 저자의 조언대로 텃밭에서 재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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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세계사 - 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상하게 빠져드는 역사 속 23가지 명장면
지식지상주의 지음, 염명훈 감수 / 북라이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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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인 ‘지식 지상주의’는 같은 이름의 유튜브를 통해 현대 감각으로 재구성한 세계사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스 문화를 접하다 보면 유독 멋진 남성의 몸매가 부각되는 그림이나 조각 작품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실제로 오늘날 큰 건물마다 들어선 헬스클럽처럼 짐나시온이라는 운동을 하는 공간에서 오직 남자들만이 옷을 벗은 채로 목숨이 위태롭기까지 한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해온 올림픽의 종목들부터 오늘날 종합격투기와 비슷한 판크라티온이라는 운동까지, 때로는 목숨을 걸고 싸울 정도로 몸을 단련하기도 했지만, 이런 공간은 운동뿐 아니라 철학을 논하는 공간이었다. 아직까지도 지성의 원조로 불리는 플라톤도 엘리트 선수 출신이었다고 하니,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기본인 남성들의 훈련 모습은 멋지게도 보이지만, 여성의 위치는 오직 순종과 정숙함뿐인 사회였다.

E-스포츠를 비롯해, 축구, 야구 등 많은 스포츠에 관중은 열광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맹목적으로 응원하며 때로는 상대팀과 심판을 적으로 보는 경우는 흔하다. 로마시대 검투사의 이야기는 노예의 신분으로 매일매일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지금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구조였다고 한다. 실제 경기에서의 사망률이 10~20%로 다소 높기는 하지만, 검투사의 운용자 ‘라니스타’는 검투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도 했기 때문에 스타를 양성해 관중에게 사랑받는 인물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경기 운영의 방식도 쇼에 가까운 면이 있었다고 한다.

마초적 느낌이 물씬 풍기던 중세에서 결투로 인한 상처는 현대인의 스펙과 같은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자존심과 불의를 참지 않는 것, 그래서 얻은 얼굴의 칼자국 한두 개쯤은 오히려 나를 증명하는 이력서 같은 느낌이랄까? 숨은 공간, 청결하지 못한 곳의 대명사인 공중화장실 또한 로마시대에서는 사교의 광장이었고, 귀족으로 알았던 일본의 다이묘의 수입원은 지금의 야쿠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현실 등 고대, 중세부터 세계대전으로 일상이 변화되기까지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들이 만화를 보는 듯 쉽고 재밌게 펼쳐지고, 오늘날의 많은 부분과 엮어서 설명하는 방식도 재밌고 유익하다.

역사를 공부할 때면 순서대로, 또는 나라별로 역사를 접한다. 그만큼 외우기 쉽고, 공부하는 느낌으로 역사를 대하기 때문인데, 몸과 정체성, 일상과 욕망, 자본과 문명 그리고 권력과 규칙이라는 챕터로 카테고리화해서 우리가 결과를 알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을 상상하지 못했던 면면을 알려준다. 세계사를 지금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만큼 큰 틀에서 인간은 변한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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