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을 맡은 현보와 여주인공역의 남죽은 갓 설립된 극단이 검열로 공연은 좌절되고 해체되고 말았다. 꿈을 이루기엔 팍팍했던 서울살이는 7년 후 남죽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고향에 돌아갈 여비 걱정은 하룻밤의 즐거움으로 써 버리고, 현보는 남죽과 함께 한 날 이후 성병에 걸렸다.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낸 다른 남자도 성병에 걸렸다고 했다. 현보는 그런 남죽에게 배신감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낀다.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 여성이었던 남죽 좌절은 그녀를 비난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러지 못하는 마음이 겹쳐져 몰려온다. [장미 병들다]
이효석의 소설을 읽다 보면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를 만나도, 그가 묘사하는 농촌과 산과 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면서 마치 서정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자연에 대한 깊은 감동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이루어지지 않고 외롭고 쓸쓸한 ‘사랑’을 자주 만난다. 슬프고 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지만, 아름다운 표현과 생생한 자연묘사가 오히려 막연한 어린 시절의 그저 예쁘기만 했던 한때가 생각나 스스로 감상에 젖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이효석 전집을 읽으며 느낀 점은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전개보다 자연이 또 다른 주인공인 듯 냄새, 촉감, 소리까지 느껴지는 그의 자연에 대한 묘사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의 자연은 정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는 세련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