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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ㅣ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1947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북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도시에서 발생한 페스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4월 어느 날 퇴근길에 의사 리외는 죽은 쥐 몇 마리 보았다. 그리고 나흘째 되자 쥐들이 떼를 지어 몰려나와 죽었고, 사람들이 악취를 풍기며 죽었다. 그리고 결국 오랑시는 폐쇄되면서 격리에 들어갔다.
의사 리외는 재난의 한 가운데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공무원인 그랑, 신학자 파늘루 또한 자신의 일을 여느 때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며 고통의 한 가운데서 제 몫을 한다.
취재차 오랑에 오면서 페스트와 함께 격리된 기자 랑베르는 자신은 이 도시와 무방한 사람이며 그래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며 사람들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밀항을 시도하지만 페스트가 창궐하는 이곳에서 보건대를 조직하며 연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함께 하기 한다.
반면 파늘루는 자살 실패 후 페스트가 창궐한 이 도시에서 누구보다 삶을 누리며 밀수로 돈을 벌며 페스트가 끝나지 않기를 고대하며 사는 인물로 그려진다.
전염병 페스트라는 공포와 더불어 폐쇄된 도시에 갇혀버린 사람들은 저항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하지만, 차츰 연대하기에 이른다. 보건대를 조직하고 전염병의 최전선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 전 겪은 코로나19시절 간호사, 의사들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질병의 갑작스러운 침략이 초래한 첫 번째 결과는 시민들이 마치 개인적인 감정이 없는 듯 행동해야 했다는 것이다. 명령이 발효된 첫날, 몇 시간 동안 도청은 전화나 방문을 통해 하나같이 절실하고 또한 하나같이 검토할 수 없는 사정을 호소하는 민원인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사실상 우리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합의’ ‘특전’ ‘예외’라는 단어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며칠이 걸렸다.” p91
‘언제 끝날지 모를 그 갑작스러운 생이별은 사랑을 가볍게 여기던 남자들이 성실함을 되찾았고, 아들들이 어머니 얼굴의 주름살 하나에도 가책과 후회를 느꼈다’(p.93)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카뮈가 묘사한 시대의 상황이 십분 이해되었다.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검진, 예방접종 등으로 거의 2년을 보냈던 것이 엊그제 같다. 생각해 보면 세계적 전염병을 그래도 무난하게 잘 보냈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때도 생이별을 경험했고, 친지와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졌다. 처음 팬데믹이 시작되면 카뮈가 묘사한 것처럼 내 일이 아닌 듯, 이 이별은 곧 불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예외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견디고, 때로는 연대하며 함께 헤쳐나가는 길을 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