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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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길러 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하고 부르던 어린날의 추억도 있고, 추운 겨울밤에 아무도 안 다니는 골목길을 무서움에 떨면서 지나 올 때에 나를 따라 오면서 길을 비춰주던 보름달에 대한 추억도 있다.

그리고 <해님 달님> 동화 속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그런데, 이렇게 달은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름달이 밝은 밤에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불길한 일이 일어나는 그런 이야기도 생각나게 해준다.

동화 속의 달은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려주고, 슬픈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달은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상으로만 생각했지,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폭넓은 계층의 독자를 가지고 있는 소설가인 '신경숙'은 이야기꾼답게 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승달에게, 반달에게, 보름달에게 그리고 그믐달에게....

작가는 '천천히 바람 속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들을 그리움이라고 이름짓는 스물여섯 개의 보석 같은 짧은 소설' (출판사 리뷰 중에서)로 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평소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면 마음 속 깊이 사무치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 등을 만날 수 있어서 한 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동안을 가슴앓이를 해야 했는데,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너무도 짧은 이야기들이기에 단숨에 읽으면서 사소한 이야기처럼 경쾌하게 읽고 지나치려고 하다가, 가슴에 또 다가와 앉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 중의 '겨울나기'는 어쩌면 내가 겪었던 이야기와 흡사해서 공감이 간다. 굶주리는 고양이를 위해서 고양이 사료와 물을 갖다 놓으면서 생기는 일인데, 사료를 고양이가 다니는 길에 놓고는 '사료를 먹었을까? ', '아직 안 먹었구나 ! ' 하다가 어느날 사료가 반쯤 줄어든 것을 보고 흐뭇해 하고, 다음날은 전부 먹어서, 그 다음엔 더 많이 주고, 또 먹어서 더더많이 주는데....

사료를 먹은 것은 고양이가 아닌, 새들이고, 새들은 새떼로 몰려오게 되고, 그결에 고양이는 새를 피해 어디론가 숨어 버리게 되니...

" 타자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은 뜻밖에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해. 겨우 접시에 사료를 부어 놓은 일이라 해도 말이야 " (p. 20)

" 그들에겐 그들의 세계가 있었을 거야. 이 겨울을 나는 방법이 그들 나름대로 있었을 거야.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을 들여 놓는 일 밖에는 없더군." (p. 23)

또 다른 이야기로는,

딸이 평소에 엄마 집에 있는 나비장을 좋아한다고 했기에 그 나비장을 베보자기에 싸서 지하철에 싣고 당산역에 사는 딸네집에 가는 노파의 이야기인데, 이 노파는 지하철에서 만난 다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노파의 마음과 그런 마음으로 살지 말자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요즘을 살아가는 중노년층의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이 이야기를 읽는 자식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4행짜리 시(詩)인 '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

"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p. 97)

객지에서 생활하던 딸은 시골집에 갔다가 올 때는 항상 오후 11시 57분 상행선을 타고 서울로 왔다. 그때마다 엄마는 항상 기차역까지 배웅을 왔는데, 30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딸은 '어머니가 과연 그 시간에 십리길을 걸어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엄마에 대해서는 생각마저도 인색하지 않았을까?

역시, 신경숙은 아주 짧은 이야기 속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경숙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 이 스물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 210)

신경숙의 단편소설,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 속의 26 편의 짧은 소설들도 가슴깊이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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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국어 교과서 작품의 모든 것 세트 - 전4권 (2017년용) - 중학교 전 학년 교과서 작품 수록 중학 국어 작품 모든 것 (2017년)
꿈을담는틀 편집부 엮음 / 꿈을담는틀(학습)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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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과목 중에서 학생들이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교과목은 국어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조금 부족한 학생이나 점수 차이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의 내용도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기에 가장 싫어하는 교과목이 국어라고 하는 학생들도 많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학교 과정에서의 국어는 본격적으로 독서력을 키워주는 문학을 읽고, 감상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음으로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아들과 조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서 좋은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에서 문학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문학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서 국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학습하는 시, 소설, 수필 등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어 교과서 작품의 모든 것>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 10종에 수록된 작품들을 국어 교사들의 선정과 추천을 받아서 실어 놓았다.

이 책은 모두 4권으로 되어 있고, 부록으로 독서일기를 쓸 수 있는 독서 다이어리가 함께 따라온다.

4권의 책은 중학교 16종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 중에서,

1권은 시, 2권은 소설1, 3권은 소설2, 4권은 수필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시는 시 속으로 쏙~ (시 전문 수록). 화자를 찾아라, 시와 시어, 내용이 싹, 시험에 딱.

이렇게 되어 있다. 시의 전문에는 시에서 중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부분들은 밑에 주석과 해설을 달아 놓았다.

소설은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현대소설과 고전소설이 32작품 실려 있는데, 소설 1에서는 중학교 1학년에 해당되는 15작품, 소설 2에서는 중학교 2,3학년에 해당하는 17작품이 담겨 있다.

소설은 인물, 갈등, 사건, 구성, 시점, 표현, 배경의 소설, 학습 요소를 바탕으로 꾸며져 있다.

수필은 모두 28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시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소설보다는 짧은 글들이기에 중학생들이 가장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르에 해당할 것이다.

수필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감정과 의미있는 깨달음이 담겨 있는 교훈적인 수필과 자연과 사회,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는 사색적인 수필 등이 수록되어 있다.

국어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는 중학교 시절은 독서력의 기본을 길러주는 시기이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기때문에 국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국어 참고서와 자습서의 역할을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학교때에는 학년에 따라서 중1은 중1 국어 학습만, 중2는 중2 국어 학습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등학생들처럼 전학년에 걸쳐서 국어 학습을 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학교 전과정을 다루기 때문에 좀더 국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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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피천득 외 지음, 손광성 엮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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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청자의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소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다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 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 (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p. 276)

얼마만에 읽어 보는 피천득의 '수필'이란 글인가 !

학창시절 가장 흥미있었던 과목이 국어였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두 눈 반짝 반짝거리면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기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시, 수필은 지금도 구절 구절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진다.

'피천득'의 '수필'도 몇 몇 문장은 그래도 머리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그 의미는 그리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지만.

앞의 문장을 읽다보니, '수필이 지니고 있는 성격을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든다. 수필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읽으면 그것이 바로 수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수필은 쉬운 글인듯 보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필 속에 담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에만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수필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이기에 읽고 나며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 수필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필가와 작가 등이 수필을 남겼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싶은 수필은 70 여편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 60여 편의 골라서 바로 이 책 <한국의 명수필>에 담아 놓았다.

나도향의 그믐달, 이양하의 신록예찬, 나무, 정비석의 산정무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김진섭의 백설부, 피천득의 인녕, 수필 등은 교과서에 실렸었거나 현재도 실려 있는 작품들이기에 우리들과는 친숙한 수필들이다.

이렇게 친숙한 수필을 읽게 되니, 옛 생각이 난다. 내가 이 수필들을 처음 읽었던 학창시절의 교실 속에 앉아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정비석의 '산정무한'은 금강산 기행문인데, 이 수필을 배울 때에 마의태자 이야기가 애처롭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읽어도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다가온다.

" 길이 저물어 지친 다리를 끌며 찾아 든 곳이 애화(哀話) 맺혀 있는 용마석 (龍馬石) -마의태자의 무덤이 황혼에 고독했다. 능(陵)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무덤 - 철책도 상석(床石)도 없고, 풍림(風霖)에 시달려 비문조차 읽을 수 없는 화강암 비석이 오히려 처량하다.

무덤가 비에 젖은 두어 평 잔디밭 테두리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창명히 저무는 서녘 하늘에 화석(화석)된 태자의 애기 (愛驥) 용마(龍馬)의 고영(高影)이 슬프다. 무심히 떠도는 구름도 여기서는 잠시 머무는 듯, 소복한 백화(白樺)는 한결같이 슬프게 서 있고, 눈물 머금은 초저녁 달이 중천에 서럽다." ( 정비석의 '산정무한' 중에서 , p. 103)

정진권의 '비닐우산'에는 지금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파란 비닐우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볼품 없는 비닐우산, 바람이 불면 금방 살이 부러져 나갈 듯한 비닐우산, 그 우산을 단돈 100원에 사던 그 시절의 파란 비닐우산 이야기이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파란 비닐우산 장수들이 길로 나와서 우산을 판다. 가난한 사람들은 단돈 100원이 없어서 볼품없는 파란 비닐우산을 사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계용묵은 '구두'에서 그 시절에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서 구두의 뒤축에 징을 박던 때의 이야기를 한다. '또그락 또그락' 말발굽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구두를 신고 창경궁 곁담을 걸어가다가 어떤 소녀를 뒤따라 가는 꼴이 되었는데, 구두 뒤축의 징소리를 듣고 자신을 따라 오는 줄 알고, 도망치던 소녀와의 신경전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 속에 담긴 수필들은 한국 수필을 대표하는 작품들이기에 몇 십 년전에 쓰여진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독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주옥같은 수필들이니 두고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꺼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1993년에 초판이 간행되었고, 이번에 다섯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오래전부터 이 책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도 상당수가 있을 것이다.

아껴서 아껴서 몇 편씩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그런 수필들이다.

마지막으로 이양하의 '나무'의 몇 구절을 적어 본다.

" 나무는 고독하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을 안다. 나무는 파리 옴쭉 않는 한여름 대낮의 고독도 알고, 별 얼고 돌 우는 동짓날 한반의 고독도 안다. 그러면서 나무는 어디까지든지 고독에 견디고, 고독을 이기고, 고독을 즐긴다. " (p.p. 2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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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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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출간된 책인 <왕의 하루>를 읽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왕의 하루'라는 의미가 왕의 일상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훨씬 폭넓은 의미로 왕들의 일생을 다루는 것이었다. 조선사를 통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왕들의 의미있는 날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왕들의 일거수 일투족, 왕들의 일상, 정책, 사상 들까지를 저자의 인문학적 깊이와 기자 출신의 날카로운 필치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그 책이 출간된 후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독자들이 또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류의 하루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내용이 올라온 적이 있어서 그 다음 시리즈가 출간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왕의 하루>에 뒤이어서 <궁녀의 하루>가 출간되었다. '궁녀의 하루'도 궁금하기는 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상진'은 "왕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 기존의 사가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궁녀, 내시, 기생 등의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추적해온 역사학자" (저자 소개글 중에서)라고 하니, 그가 엮어 나가는 '궁녀의 하루'는 역사학자의 학문적인 연구가 바탕이 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제 1부에서는 생과방 나인과 세답방 수모로 만나 죽음까지도 함께 했던 기옥과 서향의 이야기와 서사 상궁으로 세도를 누린 조두대의 삶에 대해서 살펴 본다.

새로 들어온 나인들의 교육 행사로 행했던 '쥐부리 글려'는 섣달 그믐 밤에 젊은 내시들이 애기 나인들의 입에 밀떡을 물리고 얼굴 앞에 열십자를 그어 위협을 주는 행사였다고 하는데, 이 행사의 목적은 구중궁궐에서 일어나는 일을 함부로 말하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궁녀들도 국가로 부터 월봉(물건으로)을 받았고, 연차, 품계에 따라 차등지급하였다. 조두대는 서사 상궁이었는데, 폐비윤씨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나쁘게 기록하였기에 연산군 때에 가서는 죽은 그녀의 뼈를 가루로 만드는 일까지 있었다.

제2부는 궁녀사로 궁녀의 하루일과, 선발과정, 일상생활, 취미생활, 성, 스캔들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미 독자들은 궁녀가 하는 일이 분류되어 있음을 알 것이다.

침방, 수방, 세수간, 세답방, 소주방, 등촉방, 방자, 무수리...

여기에서 저자는 영조의 모후였던 숙빈 최씨에 대한 이야기에 오류가 있음을 밝힌다. 숙빈 최씨가 물을 긷던 무수리라는 하급 궁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헌을 살펴 보면 무수리가 아닌 수방(궁중에서 소요되는 옷, 장식물에 쓰는 수를 놓는 부서) 처소의 나인이었다.

조선왕조에는 궁중에 약 500~600명의 궁녀들이 있었고, 궁에 처음 들어 오는 나이는 10세전후였지만, 혹은 4~5세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시들이 궁녀가 되면 차츰 품계가 올라가게 되는데, 정 5품 상궁에서 정 9품 주궁까지 있었다.

이런 궁녀들은 2교대로 근무를 했기에 여가 시간이 많아서 취미생활도 하고, 재테크도 하였기에 제조상궁이었던 박상궁은 조선 최고 갑부 궁녀였다. 토지매입, 집들이 금강산 단풍놀이를 궁녀들과 가기도 했다.

또한 대전별감, 내시, 일반관리, 궁을 출입하는 종친, 심지어는 승려와 정을 통한 궁녀들도 있었고,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낳은 사례도 있다.

제 3부는 조선 최고 갑부 궁녀 박상궁 이야기, 프랑스 공사 플랑시를 따라 파리로 가서 결혼을 했던 리진, 사도세자의 숨은 여인 수칙 이씨, 명나라 궁녀 굴씨 등의 라이프 스토리가 소개된다.

그중에 리진은 이미 '신경숙' 작가가 <리진>이란 소설로, '김탁환' 작가가 <리심>이란 소설로 써서 그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는 궁녀이다. 고종때에 세자의 생일에 각국 공사를 초대하게 되는데, 38세의 총각 파란눈의 프랑스 공사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리진에 반하여 그를 파리로 데리고 가서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맺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역사란 왕을 중심으로 기록되지만, 역사의 뒤에는 아웃 사이더들이 있었던 것이고, 그 중의 하나가 궁녀일 것이다.

역사 뒤에 가려져 있었기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궁녀들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궁녀의 하루>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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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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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의 작가 소개글이 이채롭다.

"10살에 조밭에서 만난 늑대를 첫사랑처럼 그리워하며, 11살 때 하얀 눈에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가 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좀처럼 생각할 수도 없는 늑대와 호랑이에 대한 추억을 읽고 다소 의아한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세상에 있는 야생동물들은 무조건 사랑할 것 같은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6편의 소설에는 집오리, 수달, 족제비, 살쾡이, 들쥐, 개 등이 나온다.

양계장 기계에서 태어난 집오리 4마리, 집오리는 야생의 본능을 잃어버렸기에 오리이면서도 물을 두려워한다. 주인이 주는 사료에 길들여졌기에 먹이를 구하려는 생각도 없다. 양갑수씨는 그런 집오리들에게 야생의 본능을 찾아주려고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차츰 먹이 사슬 속에서 집오리는 자신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구렁이, 살쾡이 등으로부터 살아 남는 방법을 터득한다. 급기야는 야생 청둥오리를 만나 새끼를 낳을 수도 있고, 보호할 줄도 아는 오리로 변하게 된다. 어느날 살쾡이를 피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순간 하게 되는 날갯짓은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의 표제작인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이야기이다.

<나산강의 물귀신 소동>과 <두 발로 걷는 족제비>는 인간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나산강의 물귀신 소동>에서는 이 마을에 내려오는 물귀신 이야기가 사실은 해남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민물물개, 즉 수달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라는 것이다. 강의 깊은 곳에서 물귀신처럼 풀어헤친 머리가 올라왔다가 내려 갔다가 하는 것이 수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그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귀신의 정체가 수달임을 알리지만, 그것은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수달을 잡아서 팔려는 사람들이 강 곳곳에 그물을 쳐 놓고 수달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다. 심지어는 학교의 생물선생까지... 인간의 탐욕이 어느 정도인가를 일깨워 준다.

<두 발로 걷는 족제비>에서는 족제비 사냥꾼 문태 형과 그에 의해서 길들여지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영리한 족제비의 대결이 펼쳐진다. 결국에 도망친 족제비와 문태 형의 두뇌 싸움에서 하찮은 동물이라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이다. 야생 들쥐가 먹이를 찾아 들어온 집에서 소년과 44일간에 걸쳐서 일어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간다. 방에 들어온 들쥐를 잡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들쥐는 교묘하게도 그것을 피해 나간다. 마지막에 들쥐가 뚫어 놓은 구멍을 발견하고 소년이 밤송이로 막아 놓지만, 들쥐는 가시 투성이의 밤송이를 밀어내고 드디어 탈출에 성공한다.

실제로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은 이 책의 작가가 어린시절에 겪은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그대로 소설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처럼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소설은 야생 동물의 생태계를 잘 아는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집오리, 살쾡이, 족제비, 구렁이, 들쥐, 수달 등은 우리 주변에서는 거의 볼 수도 없는 야생 동물들인데, 작가는 이들의 습성과 사는 모습들을 잘 알고 있기에 사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이야기들 중의 하나는 야생동물보다도 더 못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의 행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할 동물들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잡기도 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기도 하는 인간의 모습이 구차하게 느껴진다. 동물들은 인간들의 행동에 대하여 복수를 할 수 있기도 하고, 은혜를 갚을 수도 있음을 비단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2 년전 쯤인가 SBS <동물농장>에서 중국에서 족제비의 모피를 벗기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잔인하게 모피를 벗기는 광경을 차마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그 이후에는 겨울 옷에 동물의 털이 달려 있는 옷은 절대로 입지를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동물들에게 가하는 학대가 여러 번 나오게 되는데, <동물농장>의 그 모습이 생각나서 기분이 영 안 좋았던 부분들이 여러 곳 있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책에서도 읽을 수 없었던 야생동물들의 생태계에 관한 묘사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주고, 그속에서 생동감있게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에 대해서도 사랑의 마음이 싹트게 되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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