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책들은 서점에 많이 나와 있다.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빈센트에 관련된 이야기는 동생인 테오와
나눈 편지들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센트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어떤 화가의 이야기보다 사실적이다.
지금까지 빈센트 반 고흐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번에 읽은 <빈센트 그리고 테오>처럼 화가의 삶과 작품 활동을 잘
표현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빈센트 하면 함께 떠오르는 인물은 테오라고 할 수 있다. 빈센트 보다 4살이 어린 테오는 빈센트를 가장 잘 이해하고, 빈센트의 그림들에
애정을 가지고, 그림들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인물이다.
<빈센트 그리고 테오>는 화가인 빈센트뿐 아니라 테오의 삶까지 조명한다. 빈센트가 태어나기 전부터 테오가 숨을 거두고, 테오의
아내에 의해서 빈센트의 작품과 편지들이 세상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책은 반 고흐 형제의 삶과 예술을 담은 평전이다. 그들이 나눈 편지를 중심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보라 하일리그먼은 종교학을 전공하고 초반에는 종교와 관련된 글을 썼다. 과학 저술가와 결혼 한 후에는 과학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그가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11년에 암스테르담의 반 고희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고흐의 많은 작품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압도당했고, 한 작품 옆에 적힌 테오에 관한 글을 보게 되면서 고흐형제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해서 쓴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사실적이면서도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부분까지를 부각시켰다.
책을 읽다보면, 한 편의 드라마틱한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빈센트의 삶이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빈센트는 목사의 아들로 종교적인 집안에서 태어난다. 이미 빈센트가 태어나기 전에 사산한 상태로 태어난 같은 이름의 형이 있었다. 목사관
옆에 묻힌 형, 그의 어두웠던 일생이 죽은 형의 그림자 때문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있기도 하다.
빈센트는 어려서부터 자연을 좋아한다. 집주변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과 벌판이 있었다. 빈센트는 홀로 벌판을 걸어다니곤
했다. 그에게 자연은 그의 일부였고, 자연의 극한 모습 또한 빈센트 자신의 일부였다.
조용한 성격의 아이였지만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고집이 세서 말썽도 잘 일으킨다.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 확신에 차 있기도 했다.
그러나, 책읽기를 좋아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소년이기도 했다.
16살에 학교를 그만 둔 빈센트는 큰 아버지가 마련해 준 일자리인 구필 화랑에서 견습생을 일을 한다. 그 일도 얼마 못가서 그만두고, 한
때는 종교에 심취하기도 한다.
24살에 신학교에 다니기도 하는데, 1년 후에 그만둔다.
그리고 전도사 양성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27살 즈음에는 부모의 삶에서, 종교 그리고 하나님에게서 벗어나 예술가의 길로 접어든다.
테오도 빈센트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 학교를 그만두고 구필 화랑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테오는 구필화랑에서 승진을 하면서, 빈센트가
죽을 때까지 경제적 지원과 작품 활동과 작품 판매에 도움을 준다.
빈센트와 테오는 사랑에 있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루지 못한 사랑...
그러나 테오는 나중에 요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
책을 통해서 빈센트가 화가가 되어가는 과정도 알 수 있다. 화가로서 드로잉, 원근법, 붓터치, 색조 등에 대해서 테오와 의견을 나누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테오는 빈센트의 그림에 대한 평을 해 주기도 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곳을 통해서 빈센트의 그림을 판매하는 일도
한다.
물론, 빈센트는 생전에는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지는 못한다.
빈센트의 드로잉 연습, 작품을 그리는 속도를 보면 그는 화가로서는 노력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아를에서는 빈센트 보다는 유명했던 폴
고갱과 생활을 하게 된다.
빈센트와 고갱은 진정한 명작을 창조하고자하는 동일한 목표는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방식, 작품을 보는 시각, 성격 등이 상반됐다. 빈센트는
고갱의 재능에 찬사를 보냈지만, 고갱은 빈센트에게 자신의 방식을 따르라고만 한다. 그래서 자신이 구축한 고유한 스타일과 작업방식이 있는 빈센트는
갈등을 빚게 된다. 고갱은 상상만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하면서 빈센트의 작업 스타일을 비웃기도 한다.
그래서 다툼도 많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빈센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화상을 두고 벌어지는 설전 끝에 일어나는 귀를 자르는
일화이다.
총기 자살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빈센트의 죽음.
테오는 급한 연락을 받고 빈센트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그의 죽음 앞에 함께 한다. 그러나 얼마 후에 정신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는 테오는
죽음의 순간에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오는 빈센트의 작품과 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테오가 죽은 후에 부인이 요가 두 형제의 과업을 물러 받게 된다.
빈센트가 없는 테오가 있을 수 없듯이, 테오가 없는 빈센트는 있을 수 없었다. 또한 요가 있었기에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요는 테오처럼 빈센트의 그림의 가치를 알아 본 사람이다. 요는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여 편지 모음집을
출판한다.
빈센트의 많은 그림들, 그중에서도 1890년에 그린 <아몬드 나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에>는 너무도 잘 알려진 그림들인데, 그림 속에서 빈센트의 생애를 찾아 볼 수 있다.

불멸의 영혼,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37년의 생애
10년간의 작품 활동
800점이 넘는 유화와 1,000점이 넘는 드로잉
800통 넘게 보낸 편지들 중, 테오게게 보낸
650통 이상의 편지" (p. 499)
이를 통해서 빈센트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빈센트와 테오의 우애와 사랑을 엿 볼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빈센트에 관한 어떤 책들 보다도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를 가장 잘 조명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