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질문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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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출판의 다산시리즈로는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공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습관

* 스스로에게 건네는 생의 마지막 고백 정약용의 고해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질문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다산이 척박한 환경의 귀양살이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그 답을 <논어>의 지혜에서 찾았다고 한다.

 

 


 


 

다산은 평생동안 <논어>를 공부하고 삶의 지침으로 삼았는데, <논어고금주>는 다산이 오십에 이르러 논어를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다산이 평생을 <논어>를 곁에 두고 읽고 생각하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논어>처럼 살고자 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질문을 책 속에서 찾았는데, 정약용의 인생의 마지막 질문은 "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이다.

 

 

<논어>는 중국 춘추시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모은 책이다. 공자가 직접 쓴 책은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여러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쓰여졌다. <논어>의 주제는 다양하여 철학, 교육, 문화, 정치, 일상적인 삶의 도리까지 세상사를 망라하고 있다.

<논어>의 가르침은 간략적이면서도 함축적인 세상사의 모든 측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고 있기에 현대인의 입장에서 읽어도 시대적 간극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다.

논어의 첫 문장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弧)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논어의 마지막 문장은 부지명 무이위군장 (不知命 無以爲 君子也) :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이는 평생을 공부하고 천명에 순응하는 지혜를 말한다. 논어의 첫 문장은 공부의 즐거움, 논어의 마지막 문장은 하늘의 뜻을 아는 것이니, 논어는 학 (學)으로 시작하여 명(명)으로 마친다.


 

공부는 다산에게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루는 바탕이었으며 귀양살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 줄 수 있었던 건 논어의 마지막 문장인 수양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다.

" 공부는 나만의 질문을 찾는 데에서 시작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위대한 문답 65"

 

 

<다산의 마지막 질문>에서는 논어의 주요 문장을 다산이 새롭게 해석한 <논어고금주>를 바탕으로 다산이 던지는 65가지 질문에 답을 알려준다.

-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弧)  : " 무엇보다도, 공부가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공부란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 결실이 삶에 드러날 때,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공부는 나를 알아감으로써 나를 사랑해 나가는 과정이다. " (p. 38)

 

 

- " 진정한 효란 섬세한 마음으로 부모를 섬기는 것이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를 돌보던 어머니의 마음처럼 " (p. 72)

 

 

  " (...) 인간이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감정은 사랑이다. 효란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고자 하는 정성이다. " (p. 73)

- 오늘은 어제 보다 낫고, 내일은 오늘 보다 나을 것이다. "

 

 

- 지어도 거어덕 의어인 유어예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 도에 뜻을 두고, 덕을 지키고, 인에 의지하고, 예에서 노닌다.

  이는 공자가 제시하는 의미있는 삶의 모습이다. 도와 덕, 그리고 인과 예는 유가에서 추구했던 최고의 덕목들이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을 베푼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가꾼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처신하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접경이다.

- 가장 큰 잘못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진정한 존경을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 잘못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논어의 첫 문장은 논어의 내용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몇 번쯤은 들어 본 문장일 것이다.  흔히 '공부는 왜 하느냐?' 라는 질문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줄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외의 책 속의 논어의 문장들, 그리고 문장에 대한 해석들은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서 배우고 익혔던 문장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공부라는 의미로 접했을 때의 논어는 어렵게 느껴졌을지 모르겠으나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통해서 접하는 문장, 해석 그리고 실생활에서 이런 내용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 효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독자들은 ' 어린 시절 우리를 돌보던 어머니의 마음처럼'이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를 돌보던 어머니의 마음'

다산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준 <논어>, 다산이 평생에 걸쳐서 <논어>를 읽고 익히면서 자신에게 한 질문은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그 질문의 답을 이 책은 명확하게 알려준다. 한 번 읽고 덮어 두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서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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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환상여행 - 독보적인 예술가 그리고 어머니 천경자를 그리다
유인숙 지음 / 이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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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관련 서적을 검색하던 중에 낯익은 그림의 표지가 눈을 사로잡았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머리에 꽃을 가득 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한 눈에 천경자의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천경자의 작품은 자전적이며 이국적이고 환상적이다. 여행 자유화가 되기 훨씬 전부터 스케치 여행을 떠나 그곳의 여인들을 화폭에 담곤 했다. 천경자의 작품은 여인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몇 년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해외 작가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때에 미술관에서 상시 전시하는 천경자의 작품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인지 책표지를 보자마자 주문을 하게 된 책은 <미완의 환상여행>이다. 이 책은 천경자가 말년에 뉴욕으로 이주하기 직전까지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책이다.

 

 

천경자의 며느리인 유인숙은 1979년부터 1998년까지 약 20년을 곁에서 함께 생활했던 천경자의 평범한 일상과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천경자가 스케치 여행 중에 며느리에게 보낸 엽서, 소설의 표지, 삽화, 화선지에 그린 금붕어와 개구리 그림을 비롯하여 널리 알려진 천경자의 작품이 다수 소개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천경자가 쓴 에세이 <에어포트 인생>도 있다.

천경자의 일생 중에 아쉬운 이야기로는 화가의 사망 소식이 사망 후 오랜 날들이 지난 후에 공개되면서 이러 저러한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2013년에는 천경자가 한국에 10년 이상 오지 않자 예술원에서는 매달 지급하는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생사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뉴욕에 있던 큰 딸은 증명서 대신 탈퇴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에 큰 딸이 천경자의 유골함을 들고 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갔는데, 화가는 이미 8월에 사망했으나 이를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천경자의 <미인도>가 위작 논란에 휩싸이는데, 감정위원들은 이 작품이 진품이라고 하고, 정작 화가 자신은 자신의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했다. 황당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예술가라면 평론가들에 의해서 그의 일생과 작품세계가 묘사되거나 아니면 작가 자신이 자서전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작가와 모든 생활을 함께 했던 며느리가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천경자의 경우에는 화가 자신이 쓴 자서전도 존재하기에 기회가 된다면 그 책도 함께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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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 - 벗겼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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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흔히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이 역사의 승자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해서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역사관련 서적이나 역사 속 인물들에 관한 책을 읽고 책 속의 이야기들이 곧 역사이자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한 예전에는 역사에 관하여 심도있게 풀어 나가는 책들도 그리 많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적 배경과 의도를 파악하면서 역사를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사료에만 의존한다면 그 기록을 남긴 누군가의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왜곡된 시선이나 만들어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또한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한 업적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들 인물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역사 속의 인물들을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인들이 입체적으로 파헤진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tvN 에서 스토리텔링 세계사로 프레임 밖의 역사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였는데, <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과 <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이 있다.

 

       

 

<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은 역사 속 위대한 인물 10명의 이야기이다.

1. 벌거벗은 건설자, 알렉산드로스     2. 벌거벗은 정복자, 진시황제

3. 벌거벗은 폭군, 네로                   4. 벌거벗은 무법자, 징기스 칸

5. 벌거벗은 탐험가, 콜롬버스          6. 벌거벗은 군주, 엘리자베스 1세

7. 벌거벗은 태양왕, 루이 14세         8 벌거벗은 왕비, 앙투아네트

9. 벌거벗은 혁명가, 나폴레옹          10. 벌거벗은 대통령, 링컨

 

너무도 유명한 인물들이기에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을 비롯하여 소설,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많이 접해 봤기에 책 속의 내용들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그 인물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하는가, 역사 속에 나오는 내용들이 진실일까 아니면 허구일까, 고대 인물이라면 전설적인 내용은 아닐까, 만약 사실이라면 기록한 사람의 편견이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한 인물에 대해서 극단적인 평가가 나오는 사례도 많고, 그 인물이 살았던 때에도 정치적 목적때문에 가짜 뉴스를 퍼트리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들도 있다.

어떤 인물의 경우에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에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인물을 평가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알렉산드로스는 유럽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3개 대륙, 동서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서양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결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펼쳤으며 도시국가를 세게적인 코즈모 폴리스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평가는 '위대하고 훌륭한 정복자'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복욕에 눈이 먼 광기어린 인간'이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이루었지만 절대 권력을 위한 폭정으로 분서갱유, 만리장성 사업, 자신을 위해 불로불사를 꿈꾼 인물이다.

 

 

폭군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네로이다. 집권 초기에는 평민을 위해 노력했던 성군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광기어린 잔인한 폭군의 모습은 한 인물의 상반된 모습이다.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진 몽골제국의 군주인 칭기스 칸은 매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했지만 지배를 받았던 유럽국가, 중국, 서아시아의 일부국가의 입장에서는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악마', '피로 세계를 정복한 야만인'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칭기즈 칸은 열린사회와 수평적 구조, 자유무역, 교통과 통신의 혁명이라는 관점에서는 '21세기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는 모험과 개척 정신을 대표하는 영웅이다. 그러나 원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콜롬버스는 원주민의 세계를 파괴한 잔인한 정복자이다. 그러나 아메리카의 역사는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쓰여졌기에 약자에 대한 정복을 당연시하고, 그가 원주민에게 행한 행위들은 가려지게 된다.

 

영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여왕이라는 엘리자베스 1세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통치에 이용할 줄 알았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모든 인간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존재임을 주장하고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이를 포장했으나 살아 있는 신이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불가능한 꿈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와 오랜 기간 적국이었던 오스트리아에서 온 왕세자비라는 것이 그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었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프랑스 혁명 그리고 그때 퍼졌던 가짜 뉴스들은 마리아투아네트를 부정적인 평판과 사치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가짜 뉴스는 한 개인은 물론 역사까지 바꿔 놓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요즘도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뒤섞여서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를 혼돈스럽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그는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프랑스 왕정을 다시 세웠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면서 독재자의 면모를 보였다. 국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점점 포악한 독재자가 된 나폴레옹은 자신의 야망과 정복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의 독주를 했다.  나폴레옹 역시 영웅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한 편으로는 시민의 권리를 파괴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사람들은 어린시절부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링컨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링컨의 노예해방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링컨은 정말 노예를 해방한 영울이 맞는가, 아니면 흑인 노예를 차별했던 인종차별주의자였는가...

링컨은 남북전쟁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과 노예를 해방시킨 대통령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사례들은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와 가까운 현대사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진영 논리에 따라서 각각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해서 재평가되기도 한다.

역사서는 저술가의 개인적인 견해가 포함된다. 정치적 입장과 사료를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어떤 인물을 평가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역사를 보는 관점을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 관련 서적들을 두루 두루 접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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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편 김소월을 새기다
김소월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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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책을 선물로 주고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학창시절에 인기있던 책 선물은 셰계문학전집 중의 한 권을 선물하는 거 였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모으고 읽는 것이 행복했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책 선물은 시집이다.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에는 방학동안에 오는 편지의 답장을 쓸 때에는 편지지의 한 부분을 시를 한 편씩 써서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날 한 학생이 수줍게 내밀던 선물이 한 권의 시집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시집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은 학창시절의 국어 선생님이 떠오르는 詩이다.  수업시간에 진달래꽃이란 시를 배울 때에 선생님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진달래 꽃이라고 했다. 요즘 봄이 되면 철쪽은 많이 볼 수 있지만 진달래꽃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연히 진달래꽃을 보면 국어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 한 편 김소월을 새기다>을 펼쳐 본다. 김소월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이별과 그리움을 주제로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노래하는 시를 많이 썼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못 잊어>는 18살에 발표를 했고, <진달래꽃>은 20살이 되던 해인 1922년에 발표했다. 유난히도 김소월의 시는 노래로 불러 지는 시가 많아서인지 그의 시를 읊다 보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개여울>,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먼훗날 당신이 찾으시면>등은 노래가 먼저 생각나는 시들이다.

<하루 한 편김소월을 새기다>는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 1902년 8월 6일 평북 구성 출생, 본명 김정식

2장 : 1920년 <낭인의 봄>, < 야의 우적>, < 그리워>등으로 문단데뷔

3장 : 1922년 개벽 7울호 <진달래꽃> 발표

4장 ; 1934년 12월 24일 사망, 향년 32세

 

 

책 속에는 71편의 시가 담겨 있고, 그 시들은 수채화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함께 필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시와 어울리는 심미적 일러스트는 수채화의 번짐의 효과로 마을 속에 시가 물들어서 번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준다.

 

 

그리고 시와 함께 좋은 시를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어떤 시는 흐린 글씨로, 어떤 시는 공간으로 필사하면서 시를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다.

 

 

     #  봄비  #

얼굴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얼굴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않자 우노라.

 

 

필사는 '베껴서 쓰다'라는 의미인데, 필사를 하게 되면 깊이있는 독서를 하게 된다. 특히 시의 경우에는 시어가 가지는 의미를 쓰면서 공감할 수 있기에 글쓰기와 읽기의 효과를 가지게 해 준다.  그래서 필사는 간접적인 글쓰기이다.

윤동주의 경우에도 백석의 시집을 필사했다고 한다. 유명 문인들의 경우에도 필사를 시작으로 글쓰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빈 공간의 필사가 아닌 글씨가 쓰여진 페이지의 경우에는 김구, 한용운, 김소월, 안중근, 윤봉길 등의 필체를 따라 쓸 수 있다.  김소월의 시를 독립운동가들의 서체를 따라서 쓴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시를 필사하면, 정서적 위안과 자아성찰 그리고 세상을 관찰하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시를 이루는 은유적 표현이 가지는 의미의 변화, 관계의 확장을 배울 수도 있다.

이 책은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김소월의 시를 쓰고 읊으면서 옛 추억에 잠기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시집을 선물하던 추억을 생각하면서 정겨운 사람에게 선물을 하면 좋은 책이다.

 

#김소월 #필사시집 #필사책 #힐링글귀 #좋은시집 #힐링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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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 클래식 클라우드 18
남정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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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18권은 <백남준 * 남정호>이다. 남정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정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중앙일보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브뤼셀, 런던, 뉴욕 특파원을 지냈고, 현재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저자들이 각 책의 세계적인 명사들과 관련된 분야의 작가, 예술가, 비평가 등인데 반하여 백남준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이 책의 저자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인 남정호는 2006년 뉴욕 특파원으로 백남준의 장례식을 취재하고, 백남준의 아내인 구보타 시게코와 인연을 맺으면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말하는 백남준과 함께한 삶, 사랑, 그리고 예술'이란 부제가 달린 <나의 사랑 백남준>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10여 년 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백남준의 일생과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백남준은 현재의 시점에서 살펴보아도 그의 예술세계는 난해하고 비범한 퍼포먼스였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백남준은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현대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다.

1984년 뉴욕에 있는 방송국 스튜디오와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동시에 연결해 11개국에 생중계로 송출한 프로젝트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당시로서는 센세이션했다.

백남준의 작품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다다익선>은 1003개의 텔레비전을 쌓아 거대한 탑을 만들었는데, 높이 18m, 5층 탑모양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또한,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하나>, < 존 테이지에 대한 경의>와 같은 파격적이고 난해한 공연들은 자신을 '동양에서 온 테러리스트'라 자처하기도 했다.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에서 위성 아트 그리고 레이저 아트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면서 20세기의 다빈치라 불리기도 했다.

 

 

" 백남준은 1960년~ 1970년대에 첨단 기술이 바꿀 미래 사회를 내다 보았고, 이를 예술적 언어로 그려 냈다. 그가 말한 첨단화된 미래 사회의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다. " (p. 13)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일본, 독일, 미국 등의 나라를 오가면서 백남준의 삶의 흔적과 예술적 활동을 추적한다.

 

 

한국 - 백남준이 태어나고 자란 곳, 예술적 자양분을 얻은 곳

일본 - 현대 음악과 선 사랑을 천착한 곳

독일 - 평생에 걸쳐 예술적 영감을 준 케이지를 만나고 플럭서스 예술가들과 조우를 한 곳

미국 - 현대미술의 메카로 떠오른 뉴욕은 그의 활동무대가 된 곳

 

 

저자는 백남준의 흔적을 쫓아 그가 겪은 경험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본다.

 

 

" 긴 여정을 마무리한 지금 어느 나라와 도시가 백남준의 예술을 대표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가 거쳐 갔던 곳 모두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어느 곳 하나라도 빼놓고는 백남준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이들 네 나라는 동서양이 반반씩이다. 그래서인지 백남준의 예술세계는 동서양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은 채 접근하면 결코 알 수 없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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