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정여울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여행 에세이이다. 워낙 여행 관련책을 즐겨 읽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읽게 된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과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여행 에세이지만 책 속에는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정서적인 감각이 듬뿍 담겨 있었다. 여행작가인 줄만 알았던 정여울은 문학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또한 글쓰기 강의도 하고 있다.

정여울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흔히 에세이는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기도 한데, 그녀의 글 속에는 문학과 여행, 독서와 예술 등 마음의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정여울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들>을 읽은 후에 3권의 책을 또 구입하게 됐다.

<그림자 여행>, <공부할 권리> 그리고 <헤세로 가는 길>

천천히 책 속에 담긴 좋은 글들을 음미하면서 읽으려고 한다. 

그 중에 먼저 읽게 된 <그림자 여행>의 작가의 글을 살펴본다.

" 이 책은 50편의 이야기, 50장의 사진, 그리고 50개의 그림자로 이루어진 마음의 트리오다. 50편의 글을 쓰고, 50장의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이 드리운 50개의 그림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예전엔 잘 몰랐던 내 성향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나는 모든 존재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매혹된다. (p. 6)

저자가 찾고자 하는 그림자는 반드시 빛에 의해서 생기는 물체의 그림자가 아닌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살아온 삶의 그림자, 마음 속에 드리운 그림자. 내면의 그림자를 포함하여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까지....'살아 온 발자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운 삶의 그림자를 남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림자란 본래 이런 것인가 보다. 꾸밀 수도 없고, 숨을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나의 또다른 분신, 그것이 우리의 그림자 다 ' (p. 13)

저자가 문학평론가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어떤 소설에 대한 평론까지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부록에도 실려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책들의 많은 부분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몇 번인가를 읽으려는 마음만을 갖고 있던 소설인데, 그 이야기가 소개된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생의 마지막이라는 관점으로 자기 삶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뜨고 떠난 여행. 오직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열망을 따라서, 알 수 없는 대상을 행한 막연한 그림움을 따라 떠난 여행.

그 여행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시작된다. 그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진다.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면서, 거기에서 느낀 이야기들, 거기에서 다시 책 이야기,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 중에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은 <주홍글자>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독서와 현재의 독서에서 느낀 생각들이 많이 달라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독서와 현재의 독서가 다른 점은, 이제는 내가 끊임없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인물의 행동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책 속의 글 중에서)

간통의 A (Adultery)의 낙인이 능력을 의미하는 A (Able)로, 그리고 주인공인 헤스터의 마음을 알아 본 사람들이 그녀를 천사 A (Angel)로 마음을 바꾸는 과정을 뜻하는 A.

내가 <주홍글자>를 읽으며서 이런 생각을 했던가 반문해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책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정여울은 책, 여행, 영화 그리고 글쓰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책 속에 담아 놓았다.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 심리학에 관한 책들에 대한 생각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여울의 깊이있는 책읽기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공감이 가는 글들은 <그림자 여행>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내 모습. 오후가 지난 후에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 그 그림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나, 진정한 나를 그림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바로 내 모습.....

" 길을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사람들의 실제 모습보다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오후 시간대. 자기 보다 훨씬 커다랗고 긴 그림자를 드레스 자락처럼 주렁주렁 드리우며 앞으로 앞으로만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직접 볼 수 없는 내 뒷모습의 그림자를 생각한다. 우리 인생의 그림자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타인의 마음속에 드리우는 것이 아닐까. 내가 지나간 발자취를 바라보며 내 삶의 그림자를 읽어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반짝 힘을 내야겠다. " (p.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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