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현대사 -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김영주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일주일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연예 프로그램들, 오늘도 '미운 우리 새끼'란 프로그램을 가족과 함께 봤다. 요즘은 관찰 예능이 대세인지라, 종편 방송까지 합치면 일주일 내내, 다채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된다. 예전에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었는지 한 권의 책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웃음의 현대사>

이 책의 저자는 방송작가 26년차이고, <김제동의 톡투유> 등이 그의 아이디어로 방송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웃음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웃음은 즐겁고 기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중을 매체로 한 웃음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 한반도에 미디어가 태동했던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터져 왔던 큰 웃음과 이면의 깊은 의미들" (p. 5)

'그 때 그 시기에 왜 그런 프로그램이 나왔을까?'. '그 프로그램은 왜 인기가 있었을까?' 를 생각하면 그 때의 역사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웃음의 현대사>는 대한민국 웃음의 변천사이자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이다. 이 책의 목차만으로도 웃음의 변천사를 간략하게 되짚어 볼 수 있다.

1 혼돈 속에도 쨍하고 해 뜰 날 _일제강점기
2 해방은 갈등으로, 갈등은 전쟁으로 _한국전쟁
3 군인과 매스미디어 _박정희와 유신
4 브라운관의 시대 _386과 민주화운동
5 변주하는 세기말 감성 _X세대와 90년대
6 교양과 친하고 시사와 가깝게_밀레니엄
7 살아남는 게 대세다 _모든 것이 예능, 2010년대

각 장마다 '먼저 읽어보는 시대적 잡담'이라는 제목하에 먼저 그 시대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 시대에 나타난 울고 웃었던 해학들을 따라가 본다.

1920년대는 무대극인 연극,신파극이 발달했는데  변사, 만담, 재담 등이 등장한다. 암울했던 식민지하에서 조선의 민중들에게 그나마 큰 웃음을 줬던 변사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엔터테어너이다.

음악은 악단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서 가수들이 노래를, 신파극의 경우에는 대사는 변사가 했으니, 변사의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던 사람들.

또한 조선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스타일의 인간형으로 모던 보이, 모던 걸이 있다. 해방 후에는 악극단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60년대에는 TV개국과 함께 코미디 프로그램이 등장하는데, 인기리에 방송된 <웃으면 복이 와요>는 대한민국 코미디의 1세대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송해 등이 있다. <웃으면 복이 와요>의 내용이 곧 그 시대의 국민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던 TV 3사의 탄생에 얽힌 사연은 군부 독재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쾌한 청백전>, <수사반장>, <쇼쇼쇼>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프로그램이면 군사정부의 통치하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프로그램들이다.

무명에서 어느날 반짝 유명해진 이주일, 그의 유행어인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는 솔직함이 시청자들에게 부각된 결과이지만 그도 한때는 정부에 의해서 방송출연 금지가 되기도 한다.

80년대에 들어서 꽁트는 짧은 시간 동안 하는 웃긴 이야기로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결과적으로 웃음을 안겨준다.

<유머 1번지>는 시사풍자인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를 통해 당시의 정치와 경제, 사회 현안을 꼬집어 주면서 큰 웃음을 주기에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동작 그만'은 국내 최초로 군대를 코미디 소재로 썼다.

<우정의 무대>의 '그리운 어머니'코너는 군대간 아들이 없는 가정에서도 눈물과 웃음을 함께 선사했다. 군대라는 금기시된 장소라는 점과 꾸미지 않은 군인들의 장기자랑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들어왔다.

방송코너에서 유머 프로그램이 계속적으로 하차하는 가운데 침체기가 있기는 했지만 1990년대 예능은 버라이어티와 토크쇼가 대세를 이룬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교양과 예능 사이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지금은 인기가 많이 시들해 졌지만 주말 버라이어티로 <무한도전>과 <1박 2일>

예능의 두 주춧돌인 유재석과 강호동, 프로듀서인 김태호와 나영석. 맞수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에 의해서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공중파에만 의지하던 프로그램이 지금은 다채로와졌는데, 거기에 한 획을 그은 것이 종편(종합편성)의 탄생이다. <썰전>과 같은 시사를 품은 예능은 정치적 이슈 등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기에 한 주일의 궁금증이 확 사라진다.

지금의 예능은 관찰예능이 대세인데, 24시간 다각도에서 출연자를 비롯한 가족들을 쫒아 다니면서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타인의 삶을 관찰한다는 것이 무슨 재미일까 하지만 그 속에서 연예인, 정치인, 사회저명인사들까지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에서 예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그 시대를 반영했던 웃음, 그 웃음 속에는 때론 눈물이 함께 했다. 웃음의 현대사라는 책제목만으로는 유머라는 작은 부분만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문화사 속에서 웃음을 찾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방송사를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