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면의 시간들>은 2016년에 출간된 <나는 하이에나처럼 걸었다>의 개정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울가는 파리
국립 장식예술학교를 수료하고 베르사유 시립민술학교를 졸업한 서양화가로 1980년대에는 파리를 중심으로, 2000년 이후에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의 그림은 한 번 보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이 책 속에는 그가 파리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스케치북 뒤에 끄적거린 글들과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이 담겨 있다. 약 150점에 이르는
그림들은 화가의 그림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기도 하고, 그림이 가져다 주는 메시지들도 읽을 수 있다.
화가가 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문학적 소양도 깊어서 그 속에서 우러나온 글들은 그 어느 작가의 글 보다도 문학성이 뛰어나다.
최울가의 그림은 원시주의를 그림 속에 투영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2004년에는 White Play 시리즈를, 2006년에는 Black Play 시리즈를 탄생시키는데, 그2008년에는 데미언 허스트의
개인전을 본 후에 선 작업의 허황된 정신적 방황으로 인하여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을 모두 불태워 버린다. 물론 그는 훗날 이 일을 후회하게
된다.
최울가의 파리의 그림들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자유로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강렬한 그림들이라면 뉴욕의 그림은 밝은 아크릴 색채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검은 바탕에 또는 끝없는 붓질로 생겨난 색채 위에 강한 선을 표현하면서 그림 속에 숫자 또는 문자 등의 기호를 그려 넣는 그림들이
주를 이룬다.
작품의 재료도 아크릴에서 90년대에는 한지로, 거기에서 벗어나면서 유화로 변천하는 시도를 한다.
최울가의 그림은 4가지 유형의 버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
90년대 이전 한지 위에 색면으로 표현한 원초적인 컬러에서 출발한 원시주의 시리즈
2. 파리 80년대와 90년대의 작품인 한지 위에 아크릴
물감을 물에 풀어서 갓슈형식을 띤 그림


3. 뉴욕에서의 작품인 오일 페인팅을
시작하면서 White & Black Play 시리즈


White Play 시리즈는 예술적 감각을 고집하였고, Black 시리즈는 원시적이면서 자유로움을 선으로 강조했다.


4. 최근의 작품인 Infinity 시리즈이다.


또한 촤울가의 그림 속의 오브제는 개과의 4마리 동물이다. 그는 이들 동물의 습성을 잘 파악하여 그림 속에 담아 놓았다. 개와 하이에나는
현실적 동물로 묘사되며 그 동물들의 뱃 속에는 수박을 그려 넣으며,
늑대와 여우는 감성적 동물로 묘사하면서 뱃 속에 시계를 그려 넣은다.
즉, 이상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4마리 동물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는 재미,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재미.
활동하던 파리를 떠나서 뉴욕으로 오게 된 계기가 정치색을 반영하고 싶지 않았던 화가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뉴욕의 생활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화가의 노력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화가 최울가의 작품들은 언젠가 본 듯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새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는 많은 글들을 그림과 함께 읽으면서 최울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서울에서 전시회를
한다면 한걸음에 달려가 작품 감상을 하고 싶은 그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