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100세 시대라고하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처럼 생각됐다.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인 김형석 교수는 현재 97세의 나이에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을 알고 추억에 잠기게 됐다. 지금은 소식도 모르는 고등학교 때의 절친인 Y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형석교수는 대한민국
철학계 1세대 교육자인데, 그당시에 친구의 이모인지 고모인지가 김형석 교수의 조교로 있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는 생각하는 것이 남다르고
조숙했다.
친구의 영향으로 괜히 폼잡고 인생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삶이 허무하다'는 등, 서양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곤했다.
그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읽었던 책들 중에는 김형석 교수와 안병욱 교수의 책들이 다수 있다. 1960~1970년대에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젊은층 독자들에게 폭넓게 읽힌 책으로는<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이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에 그의 저서들은 무게감이 있고, 사상적 비중이 커지면서 철학과 종교문제가 중심이 된다.
그동안 저자는 연세대학교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양성하였고, 그 이후에도 줄곧 저서활동과 강연 등을 통해서 사회활동을 해왔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 우리들은 80세를 살던 시대와는 좀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책 속에는 이런
글이 있다.
"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97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삶의 진리들을
깨닫게 해준다.
책의 구성,
1. 똑같은 행복은 없다 - 행복론
2. 사랑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 - 결혼과 가정
3. 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 - 우정과 종교
4.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 돈과 성공, 명예
5.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 - 노년의 삶
" 이 책에서는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과제들을 모아 정리해보기로 했다. 문제를 먼저 제시하고 이론적 설명을 찾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추구해보고 싶었다. "
(p.8)

"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행복은 누구나
원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그러나 행복은 어떤 것인가, 라고 물으면 같은 대답은 없다. 행복은 모든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같은 내용이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행불행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꼭 같은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다. " (p.
13)

" 93세 되는 가을, 나는 자다가 깨어나 메모를 남기고 다시 잠들었다. 나에게는 두
별이 있었다. 진리를 향하는 그리움과 겨레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요. " (p.p. 48~49)

" 인간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관념이 보편화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것 같은 과정이다. 그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이다. 지혜를 갖춘 노년기와
지혜를 갖추지 못한 흔히 말하는 어리석은 노년기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하다.
그런 지혜의 한 가지로, 힘들여서 해야 할 일은 후배에게 물려주고 우리는 그 뒤에서
선배다운 지혜를 갖고 도와주는 것이다. " (p. 251)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선배처럼, 원로처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준다.
책을 읽는 동안에 잊고 살뻔 했던 삶의 가치들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