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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스파이>의 책표지를 보는 순간 세기적인 이중 스파이라 일컬어졌던 마타하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속지에는
파울로 코엘료가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짧은 글과 함께 사인이 새겨져 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로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가인데,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읽곤 했기에
<스파이>도 망설임없이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마타 하리의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썼음을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에 밝혀 두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의 주제는 '당신은 이번 생에 무엇을 찾고 있나요?'라고 묻는 <브리다>를 비롯하여 운명, 영혼 등에 관한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파이>는 그런 작가의 색채와는 다르게 한 여인의 이야기를 마타 하리가 자신의 변호사인 클뤼네에게 보내는 글이나,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는 마타 하리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마타 하리 시대를 앞서 간 페미니스트로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자 여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 늘씬한 몸매에 큰 키. 야생동물처럼 유연한 우아함을 지닌 그녀의 신비롭게 물결치는
검은 머리칼은 우리를 마법의 세계로 이끈다. "
" 육체로 미지의 비극을 연출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여성 "
" 천 가지의 다채로운 리듬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천 개의 동작과 천 개의 굴곡 " (p.
73)

그러나 나중에는 자존심만 남았지, 많은 사람들에게 매춘이나 창녀라는 굴욕적인 말까지 들을 정도로 삶이 피폐해졌으며, 1차 세계대전 중에는
2중 간첩의 혐의를 받고 처형을 당하게 된다.
이런 마타 하리의 삶의 이야기는 많은 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지만 과연 그녀가 스파이였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 내용의 글들도
있다.

파울로 코엘료 역시 이 소설을 통해서 그녀는 결코 스파이는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소설의 포롤로그는 마타 하리의 처형 장면이 그려지는데,
죽음 앞에서 담담하고 의연한 모습이 어쩌면 마타 하리가 가질 수 있었던 마지막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인 춤과 매력으로 숱한 남성 편력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그것이 결코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마타 하리에게 팜므파탈, 페미니스트,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등의 수식어를 붙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삶을 진지하지도 않고 순간적인
향락에 치우쳐서 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 뒷표지 글에는 그녀는 스파이라기 보다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죄였다'라는 글은 그녀를 긍정적인
의미로 포장하는 글일 뿐이지 힘겨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녀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 조차 사치스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보편적이고 평범한 작품이기에 별로 큰 감흥을 받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