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인' 수녀의 첫 시집은 1976년에 출간된 <민들레의 영토>이다. 민들레는 봄이 되면 길섶이나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데 그 모양은 여리디 여려 보이지만 양지 바른 곳이 아니어도, 비옥한 땅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눈에 잘 띄는 꽃이다. 노란 민들레가 봄을 알려준다면, 함박눈이 내려도 꿋꿋하게 새빨간 꽃송이가 아름다운 동백꽃은 겨울을 알려주는 꽃이라 할 수 있다.

       

2014년은  이해인 수녀가 칠순을 맞이한 해이자, 수녀원에 입회한 지도 5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는데, <민들레의 영토>가 젊은 날의 詩들이 담긴 시집이라면,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은 노년을 맞은 시와 일기가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인 수녀가 있는 성 베네딕도 수녀원은 부산 광안리에 있는데, 겨울의 동백꽃이 아름답다. 동백꽃은 사계절 변하지 않는 진한 녹색의 잎과 눈 내린 겨울에도 붉게 물든 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질 때에도 한 잎, 두 잎 바람에 휘날리지 않고 꽃송이가 시들지 않은 채로 툭 떨어진다. 그래서 동백나무 주변에는 떨어진 붉은 동백꽃들이 아름답게 흩어져 있다. 아마도 이런 모습을 보고, 변하지 않는 마음, 필 때나 질때나 아름다운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시로도 읊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동백꽃과 함께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 (p.43)

책의 내용 중에는 동백꽃에 관한 시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말과 침묵

말을 전혀 안 해도

따스한 사랑의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있고

 

사랑의 말을 많이 해도

사랑과는 거리가 먼 냉랭함이

전해지는 사람이 있다.

 

말과 침묵이

균형을 이루려면

얼마나 오래

덕을 닦아야 할 지

 

침묵을 잘 지킨다고

너무 빨리 감탄할 일도 아니고

말을 잘한다고

너무 많이 감탄할 일도 아닌 것 같아

판단은 보류하고

그냥 깊이 생각해보자.

 

사랑이 있음과 사랑 없음의

그 미묘한 차이를 " (p.p. 92~93)

또한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은 2010년에 출간된 <희망은  깨어 있네>의 자매편이다. 삶에 대한 기쁨, 감사, 위로, 사랑 그리고 암투병 이야기, 곁에 있던 사람들이 멀리 떠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시와 일기로 표현하고 있다.

" 어느날의 단상 1

내 삶의 끝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까

밤새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또 한 번 내가

살아 있는 세상!

 

아침이 열어준 문을 열고

사랑할 준비를 한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다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구하면서

지혜를 청하면서

나는 크게 웃어본다

 

밝게 노래하는 새처럼

가벼워진다. " (p.p. 194~195)

지금까지 이해인 수녀가 발표하지 않았던 시 100편과 아주 짧은 일기 형식의 글 100편이 함께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의 시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를 받는데 그 이유는 아주 쉬운 내용과 맑은 감성의 시어들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