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 5 - 홍운탁월, 완결
윤이수 지음, 김희경 그림 / 열림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구르미 그린 달빛> 세트 5권을 처음 읽으려고 했을 때는 '책을 다 읽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하소설도 아니고, 궁중 로맨스를 이렇게 5권씩이나 풀어 놓을 이야깃 거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생각 보다는 수월하게 읽히는 소설이다. 그만큼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효명세자의 이야기가 이처럼 소설로 씌여진 책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조가 개혁정치와 문예부흥, 외척의 정치 참여를 막으려고 했듯이, 효명세자도 할아버지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가졌었다. 그러나 정조나 효명세자나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기에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조선, 그들이 꿈꿨던 조선을 만들 수 없었다.

5권의 이야기는 세도정치의 핵심 인물인 효명세자의 외조부인 김조순과 효명세자의 갈등이 그려진다. 소설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김조순의 생각을 미리 꿰뚫어 보는 혜안을 효명세자는 가지고 있기에 여러 차례의 위험한 상황을 넘기면서 그것을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

그렇지만 라온이 홍경래의 딸임이 밝혀지고, 남장을 하고 환관으로 궁에 들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김조순의 일당에 의해서 쫒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라온을 도와 주려는 윤성, 병현, 세자 영에 의해서 위기를 잘 모면하게 된다. 안동 김씨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드디어 김조순은 효명세자를 독살하려 하고, 일단은 효명세자는 승하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된다.

실록에도 효명세자는 ' 순조 30년 4월 22일 밤, 기침을 하던 왕세자께서 한 사발이나 됨직한 피를 쏟았다. 목구멍이 부어 음식을 못 넘기는 기망이란 급환이었다. ' (p. 55)

'순조 30년 5월 6일, 왕세자께서 돌연 승하하시니, 세상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 (p. 179)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조선왕 독살사건을 다룬 책 중에는 효명세자를 독살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독살에 대한 뚜렷한 내용은 실록에는 실려 있지 않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5권을 읽으면서 효명세자가 22살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세자의 죽음을 예견했지만, 5권의 분량이 거의 반 정도 남은 상태에서의 세자의 죽음은 황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효명세자는 이미 예측을 하고, 김조순이 보낸 독이 든 약과를 먹지 않고 라온이 만들어 온 약과를 먹고, 죽은 것으로 꾸며졌다는 것이니...

왕인 순조는 효명세자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게 해 주기 위해서 그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효명세자와 라온은 궁 밖에 나와서 아들, 딸 쌍둥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았다는 이야기이니...  Happy ending.

5권의 긴 분량의 소설을 쓸 정도의 이야기로는 갈등구조가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핏 현재 드라마로 방영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봤다. 약 20여 분 정도를 봤는데, 소설에 비해서는 박진감이 넘치는 무술 장면이 볼거리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역사상, 효명세자의 아들인 헌종은 어떤 임금이었을까.

헌종은 요즘 말하는 꽃미남이었던 것 같다. 잘 생긴 외모에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고 한다. 1934년에 순조가 사망한 후에 8세 나이로 즉위를 했으며, 할머니인 안동 김씨 순원왕후가 수렴청정을 했고, 1837년 (헌종 3년)에는 안동김씨 김조근의 딸 효현왕후를 왕비로 맞는다.

그러나 순조가 죽기 전에 헌종의 외삼촌인 조인영에게 헌종를 부탁했고 이때부터 풍양 조씨가 세력을 잡게 된다.

안동김씨에 이어서 풍양조씨의 세도정치는 이렇게 이어져 내려온다.  헌종은 23살에 후손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나자, 순원왕후는 강화도에 살던 이원범을 데려와 왕위에 오르게 하니 그가 철종이다.

궁중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왕이면 조선의 사회상이나 정치적 상황이 좀 더 자세하게 담겨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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