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 3 - 달빛 연모
윤이수 지음, 김희경 그림 / 열림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라온을 마음에 품은 세 남자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랑...

라온을 향한 연모의 마음은 세자인 영, 병조참의인 윤성, 그리고 김삿갓 병연이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지난번에는 라온이 윤성을 따라 궐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영을 만나게 되고, 라온은 당시에 고운 한복을 입고 있어서 환관인 홍라온이라는 것을 영이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성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영일지라도 그녀가 라온임을 눈치채게 된다.

이번에는 영을 따라서 라온을 궐 밖에 나갔다가 백운회에 잠깐 들러다가 만나기로 한 영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윤성과 만나게 되는데....

지난번 궁 밖 나들이에서 윤성에게 당한 덕칠의 부하들인 무덕의 일행은 병연과 라온을 납치한다.

납치 사건을 계기로 영은 영대로 라온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깊어지고, 윤성은 윤성대로 라온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깊어진다.

" 그 마음 접으시옵소서.   (...)  저하께서는 홍 내관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계십니까? (...) 저하께서는 절대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옵니다. 저하와 그 사람,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 (p. 327)

" 세자 저하의 세상이 그 사람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옆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처 입히고, 다치게 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그만 물러서십시요. 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십시오, 아프게 만들지 마시옵소서. " (p. 329)
또한 무심한 듯 하면서도 알뜰 살뜰 보살펴 주는 병연은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지만 마음 속에 라온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 나는 역적의 무리에 굴복한 비굴한 자의 손자였고, 조부를 향해 날 선 조소를 날린 세상에 둘도 없는 어리석은 자가 되었다. (...) 살아가지 않고 살아가야 했다. 외롭지 않고 외로워야 했다. 한 줌 바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을 부유하는 구름이 되고 싶었고, 티끌 같은 먼지가 되어 소리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기에 마음 둘 곳도, 기댈 곳도 두지 않았다. 세상에 미련 두지 않은 채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내 삶에 그 녀석이 뛰어 들었다. " (p. p. 112~113)

병연은 라온에게는 서양 동화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인물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에 영의 환심을 얻으려는 청나라의 소양공주.

영의 동생인 명온 공주도 라온에 대한 사모의 마음도 있으니.

세자 영이 자신의 스승으로 삼으려고 찾아간 사람은 다름아닌 라온이 시시때때로 말하던 할아버지.

비록 핏줄로 이어진 할아버지와 손녀는 아니지만 연 보다 더 깊은 연으로 맺어진 사이이다.

3권의 하이라이트는 옥선 할매의 집을 찾아간 영과 세자의 합방 장면이다.

" 내게서 달아나지 마라. 내게서 멀어지지 마" (p. 470)

영이 라온에게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니...

"  (...) 영의 진심이 라온의 마음을 흔들었다. 영의 순수한 고백이 라온의 마음에 쌓인 둑을 허물어버렸다. 한순간의 유희라도 좋았다. 눈 뜨면 잊힐 꿈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 사내의 여인이 되고 싶었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의 오롯한 연인이 되고 싶었다. (...)것은 한 사내의 여인이 되고, 한 여인의 오롯한 사내가 되는 비밀스러운 밤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 (p. 471)

윤성의 말처럼 영과 라온은 이루어져서는 안 될 사랑, 영이 감당하기에는, 세자로서 지켜주기에는 버거운 존재가 아닐까...

세자와 라온의 앞날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김조순의 세도정치하에서 세자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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