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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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싶은가? 아니면 울고 싶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삶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들은 그 길 위에서 헤매고 있다. 갈팡질팡, 우여곡절, 품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에는 아주 짧은 글 40편이 담겨 있기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 들었다. 그동안 어렵고 묵직한 책들을 읽다가 보너스를 받은 기분으로 술술 읽어내려가리라고 생각했지만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데는 몇 분의 시간 밖에 안 걸리지만 그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긴 여운이 다음 작품으로 옮겨 읽기를 서두르지 못하게 한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긴 여운을 남겨주니 긴 한숨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되새김질하게 된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의 작가인 '이기호'의 글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읽게 됐다. 작가를 '2000년대 등장한 이래 희비극이라 할 그만의 월드를 축조한 작가'라고 하는데, 그 표현이 말해주듯, 이 책 속의 짧은 글들도 '웃음과 눈물이 절묘하게 만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노력해도 나아질 것이 없는 사람들, 그들은 만년 취준생, 백수, 치매 어머니를 둔 아들. 자살을 하려는 사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노력해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요새 흔히 하는 말로 '웃픈 인생들의 이야기'이다.

어느날부터 베란다에서 잠을 자던 아내가 그곳을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더니 슬며서 사라져 버린다. 그녀가 남긴 것은 베란다 건조대 위에 걸린 목이 늘어난 티셔츠 한 장.

차 안에 번개탄을 켜 놓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에게 몇 차례에 걸쳐서 이것 저것 말을 거는 아저씨, 그는 자살을 하려는 그의 마음을 감지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6년 된 강아지 봉순이의 이야기.

 

층간소음이 심해서 찾아간 윗층에는 등치가 큰 사나이가 쿵쾅거리는데, 그 사연을 알고 보니 치매 걸린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어머니와 쫓고 쫓기는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시리즈인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이은 세 번째 짧은 소설이다.

짧은 소설이 독자에게 남길 수 있는 메시지는 글의 분량에 비해서 긴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특히 작가인 '이기호'는 " 재치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시대를 포착하는 날렵한 서사'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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