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문 아포리즘>의 두 번째 권인 <저녁은 강을 건너오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생에 걸쳐서 진리탐구의
여정'을 보낸 인문학자인 박이문의 저서 중에서 92개의 글을 뽑아 놓은 책이다.

1권과 함께 읽으면서 삶이 무엇인지, 진리란 무엇인지 등의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아름다운 시와 깊이있는 철학이 담긴 책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명상에 잠길 수 있다.
"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내가 정말
바란 것은 무엇이었던가
아무리 뒤돌아 더듬어 보아도
나는 모른다
나는 그냥 살았다
내가 지금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그냥 모르고 산다 " (p. p.
84~85)

" 삶을 뒤돌아 볼 때
안타깝게도 사람은 항상 최후의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된다. 지나온
사람을 뒤돌아 반성해 보는 일은 앞으로의 보다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삶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야 깨닫게 된다. " (p.
155)

" 윤회
뜰을 덮은
눈 속에서
보라색 꽃이 솟더니
벌써 시들고
무성한 녹음에
덮인 뜰
벌써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여름이 가면
가을 겨울이 오는가
그리고 돌아오겠지
눈이 쌓이는
겨울이
다시 봄이 될 때까지 " (p. 172)

" 우리가 살 곳
우리가 살 곳은 '저기'가 아니라 '여기'일 뿐이고, 우리가 존재할 시간은 '영원'이
아니라 '현재'다. '여기'에 믿음직한 나무뿌리처럼 우리의 뿌리를 묻고 '현재'란 비바람을 맞을 때 비로소 우리들의 삶은 봉오리를 맺고 꽃으로
정화될 수 있지 않은가? 우리가 '여기'를 떠나 '현재'를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연못을 나와 둑에서 날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록 서리가 내리면 시들어버리고 말 꽃이지만 한떨기의 장미는 아름답고 한 줄기 난초꽃은
역시 향기롭지 않은가? (p.p. 256~257)

인생의 풋풋했던 순간들, 찬란했던 순간들, 마음 아팠던 순간들, 환희에 가득찼던 순간들, 슬픔이 엄습했던 순간들....
이런 수없이 많은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 이 순간이 되었겠지만,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