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은 전래동화 (설화)의 골격을 가진 성장 구도소설이다. 어린이가 읽으면 어린이의 시각에서, 어른이 읽으면 어른의
시각에서, 자녀와 함께 부모가 읽으면 소설 속의 장면, 장면 속으로 들어가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설화 뿐만 아니라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다양한 장르가 한 편의 소설 속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난에 찌든 9식구는 앓다가, 굶주려서, 서서히 스러져 간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죽어갈 때에 소년은 아버지에게 물어 본다.
" 아버지, 우리 식구들은 왜 모두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 가야 하나요?"
" 가난 때문이다." (p. 13)
이 소년의 용기가 가상하지 않은가? 아버지 마저 죽어서 홀로 남게 되었지만 왜 자신이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고 싶다는 생각.
소년은 자신의 삶에 순응하지도 않으며, 그런 비참한 삶에 대해서 체념하고 살아가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소년은 그
이유를 옥황상제에게 묻기 위해서, 왜 자신의 가족들은 복을 받지 못했는가를 알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옥황상제가 살고 있다는 하늘길을
찾아서....

소년은 길을 떠난지 여러 해가 되어 청년이 된다.
청년은 물어 물어 하늘길을 찾아 가던 중에 외딴길에서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만나게 되고, 그 집에 홀로 살고 있는 소복한 여인이 바로 그
날, 요괴에게 잡혀 가는 날임을 알게 되고, 여인을 구해준다.
그 여인은 이전에도 하늘길을 찾아 가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말해주게 되고, 소년은 나중에 살아 돌아온다면 여인과 인연을 맺기로 약속을
한다.
청년은 하늘길을 가던 중에 하늘길을 찾아가다가 어떤 지점에서 멈춘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하늘길을 찾아
간다.
청년이 만난 사람들은 학자, 악사, 화가, 광대, 시인, 도사, 이무기...
그들은 하늘길을 찾아가는 청년에게 옥황상제를 만난다면, 자신들이 왜 하늘길에 오르지 못했는가를 알아 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청년은 마지막에 만난 이무기의 도움으로 하늘에 이르게 되고, 옥황상제를 만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또한 하늘나라에 있는 관리의 실수로
청년의 가족들이 복단지를 나눠 갖지 못해서 그런 고생을 했음을 알게 되고 넘치도록 많은 복을 받아 지상에 내려와 약속을 했던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라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생끝에 자신의 뜻을 이루고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여 잘 살았다' 라는 전래동화의 결론일텐데,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청년은 결혼을 해서 오손도손 재미있게 살다가 6년이 지난 시점에 집을 떠난다는 이야기이니, 얼핏 생각하면 엉뚱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청년이 그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며, 인생이란 이처럼 덧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읽을 수 있는 이야기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결코 전래 동화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청년이 길에서 만난 하늘길을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하늘길을 가지 못한 이유가 다 있다. 욕망때문에, 허영 때문에, 망상 때문에, 기만
때문에....
청년은 그저 하늘길을 찾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하늘길을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나름대로의 헛된 것들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 문고이고, 이야기의 내용도 짧아서 , 읽기 전에 '대하소설 작가이기도 한 이문열이 이런 작품을 썼다니...' 하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이문열이 설화를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닌 작가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