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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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의 저자인 '어수웅'은 자칭 활자 중독자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 당신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

만약, 이 질문을 내가 받았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단 한 권의 책'을 콕 집어서 말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인은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하면서 그 이유를 명쾌하게 답변한다.

'어수웅'이 인터뷰한 사람 중에는  뉴욕에서 만난 '조너선 프랜즌', 프랑스까지 가서 만난 '움베르토 에코' 도 포함된다.

먼저,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10인과 그들이 소개하는 책들은,

소설가 김영하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  : 프란츠 카프 <심판>
소설가 정유정   : 켄 키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소설가 김중혁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철학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영화감독 김대우 :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소설가 은희경 :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사회학자 송호근 : 유길준, <서유견문>
무용가 안은미 : 박용구 <어깨동무라야 살아남는다>
요리 연구가 문성희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이 중의 '김영하'와 '정유정'의 작품을 좋아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많이 접했기에 책 속의 내용은 그리 생소하지가 않다.

김영하는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운명은 물음표 속에 갇혀 버리고, 작가는 그 물음표를 문장으로 바꾸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오늘도 소설을 쓴다." (p.p. 28~29)

이번에 신간 <종의 기원>이 출간된 '정유정', 그녀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 지독하리만큼 충격적인 소설들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던 그녀는 소설 속의 장소를 직접 지도에 그려가면서, 주인공들에 관한 스케즐을 비롯한 소설의 밑그림을 노트 속에 빼곡히 담아 놓고 있다. 그리고 탈고 후에도 수정 또 수정.... 어떤 소설의 경우에는 모두 새롭게 쓸 정도로 열정적인 작가.

그녀는 <뻐꾸기 둥지 위를 날다>를 읽고,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왜 작가가 되고 싶은지를 몰랐던 여고생이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 소설로 사람에게 이런 충격을 줄 수도 있는 거구나. 사람을 감정의 바다에 빠뜨릴 수도 있구나. " (p. 56)

그래서일까? 정유정의 소설을 읽으면 충격, 충격이었으니....

저자는 프랑스에서 <장미의 이름>의 작가 옴베르토 에코를 만난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옴베르토 에코는 관광객이 떠난 루브르 박물관의 2층 난간에서 종이책인 <장미의 이름>과 전자책 단말기를 함께 아래층으로 던졌다고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종이책은 약간 구겨졌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부서졌다.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점점 독자들에게서 멀어져 가는 종이책, 반면에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전자책 단말기.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래서 아직은 종이책으로 책을 읽어야 읽는 것 같으니....

영화감독인 김대우는 <로빈손 크루소>를 500번 가까이 읽었다. 이 책은 그에게 독서의 쾌감을 가져다 준 책이고,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 준 책이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자연 요리 연구가인 문성희는 " 철학과 종교, 문학이 그들을 위로하는데, 가끔은 위로의 주체가 요리일 수도 있다. " (p. 193) 고 말한다.

요즘 스타 셰프들의 요리와는 전혀 다른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한 요리, 자연 속에서 얻는 요리.

3년 가까이 오두막집을 짓고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에 옮긴 요리 연구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 말한다.

10인에게 주어진 질문을 같았지만, 그들이 '내 인생을 바꾼 책'으로 소개하는 책들에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바탕은 어린 시절의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책들 속에서 얻어진 것들은 우리들의 정신적 풍요를 가져다 준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아버지에 대한 생각, 어린날에 집에 읽을 책들을 가득 채워 주셨고, 매일 매일 어린이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셨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을 바꾼 책은?'이라는 질문에 단 한 권의 책을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가까이에 두고 항상 읽을 수 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이 책을 읽는내내 떠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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