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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이 온다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아름답지만 때론 사랑의 아픔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은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을 시로 표현한다. 이정하 시인의 시집인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는
'사랑의 이율배반'에 나오는 싯구이기도 하다.
이 싯구만으로도 이정하 시인의 시가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감성적이다.
얼마 전에는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를 읽었는데, 그 시집에도 시인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어렵지 않은 언어로
상황에 따른 감정을 잘 표현한 시들이었다.
그 시집을 읽으면서 가슴 속에 작은 여울물이 고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정하는 1990년을 대표하는 서정적 감성 시인인데, 떠나간 사랑때문에 상처받은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시인은 12년 만에 새 시집을 내놓았다.
" 어떤 삶이든 누구에게든 행복도 다시 찾아 올 것이라고. 지난 사랑이든 새로운 사랑이든
사랑 또한 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이제 마음을 단단히 묶어 준비해두자. 오기만 한다면 이제 다시 놓칠 수 없는 사랑, 그리고 행복을
위해...." (시인의 말 중에서)
사랑, 비록 떠나간 사랑이라고 해도 아니면 다시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라고 해도....
앞으로는 떠나 보내는 마음 아픈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일까?
시집을 살짝 펼쳐 들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를 읽어나간다.
어떤 시에는 캘리그라피가 함께 선을 보인다. 그런데, 정성스러운 캘리그라피는 독자들이 직접 써서 시인에게 보낸 것들이라고 하니 시인과
독자들 사이의 교류를 읽을 수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시집에 담긴 시들을 읽어본다.
시집의 구성을 보니,
1장 : 지난 사랑이 온다.
2장 : 도둑 고양이처럼
3장 : 길이 끝나는 곳에
4장 : 어디쯤 가고 있을까
<다시 사랑이 온다>에 담겨 있는 시를 읽으면서 사랑을, 행복을, 삶을, 소망을....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양수리에서 **
각자 사랑하라
둘이서 하려 하지 말고
혼자서 사랑하라
그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강요도 하지 말고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라
어느날 샘처럼 솟아닌 사랑
저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둬라
잔잔히 일렁이다 구비도 돌고
잠시 바위에 막혀 고여 있기도 하다가
때로 폭포로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홀로 길을 가면 각자의 사랑은
언젠가는 만나 하나의 사랑으로 이어지나니
처음부터 왜 하냐면 안 되느냐고
조바심치고 불평하는 사람은
햇볕 좋은 날을 골라
양수리 행 기차를 타보라
거기 북한강과 남한강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먼 길 하염없이 달려온 그 두 강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가를
보고 또 보라
그렇게 하나 되어 흘러가는 강의 물줄기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동행인가를

★☆ 휴식 같은 사랑 ☆★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그늘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무성한 줄기와 잎을 드리운 나무
그 아래 잠시 쉴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의자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삶의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쉬었다 갈 수 있게 하는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진심어린 배려가 담겼기 때문이다
자신은 물러앉더라도 그를 위해
자리 하나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나무그늘 같은 사랑
작은 불빛 같은 사랑
팍팍한 삶의 길
따스한 위안이 되어주는
우리 모두 그런 사랑이 되자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휴식 같은 사랑
♡♣ 지금 ♣♡
해마다 피는 꽃이라도
같은 모습은 아니다
그 꽃을 바라보는 나도 같지 않다
모든 것은 흐르고 변한다
한번 지나가면 그뿐 흐르고 흘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올 길은 영영 없다
그러니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어찌 간절하지 않으랴
지금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내 눈빛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 당신과 나 ♧☆
당신이 꽃이라면
나는 잎이 되겠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그대로 받아내
당신을 활짝 피우게 하는
그런 잎으로 타겠습니다
당신이 새라면
나는 바람이 되겠습니다
세상의 어느 하늘을 날더라도
당신의 힘겨운 날갯짓을 떠받칠 수 있는
그런 바람으로 불겠습니다.
당신이 하늘이라면
나는 지는 해가 되겠습니다
슬쓸한 저녁 시간,
당신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는
그런 해로 저물겠습니다.
당신이 만약 그 무엇이라면
나도 당신을 따라 기꺼이
그 무엇이 되겠습니다
아니요? 내가 당신을
한시도 당신을 혼자 둘 수 없다는 걸
당신이 가는 길에 영원히
함께 가고 싶다는 걸
♣♤ 사랑한다는 것 ♤♣
그를 위해 기도할 각오 없이
사랑한다고 생각지 마라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그 사람만 생각한다고 해서
사랑이라고 생각지 마라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한 쪽으로 물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깔로 서로 빛나게 하는 것
함께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 그대 먼저 먼 길 보내고
나 혼자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는 것임을
그를 위해 기도할 각오없이
사랑한다고 생각지 마라

몇 편의 시를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