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세계 3대 기독교 성지 중의 하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물론, 순례길이기는 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걷는 길이다.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해서 많이 걷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들이 서점에 많이 나와 있다.

그 책들 중에 10여 권이 넘는 책을 읽었는데, 저자들도 다양했다. 유명한 소설가도 있었고, 외국인이 쓴 책들도 있었고, 직장을 그만두고 이 길을 걷었던 청춘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 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왔노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에세이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는 1985년생, 일본 여자이다.

그녀는 2008년에 10일간 레온까지 300km를 걸었고, 2009년에는 부르고스까지 500km를 20일간 걸었다.

그리고 2014년 드디어 프랑스 피레네 산맥에 있는 순례기 기점인 생장피드포르거리에서 출발하여 전 구간 800km를 35일간에 걸쳐서 걸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36일간의 여정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 여정의 이야기는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에 따라서 약각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별로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저자 역시 취직한 후 3년째 되던 해에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공황 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그래서 떠난 길이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800km를 걷는 순례 여행이었다.

순례길에는 길가 곳곳에 그려진 조가비 모양이나 노란 화살표를 따라 가면 된다. 순례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러나 순례길위를 혼자 걸으면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하면서 성지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순례 증명서를 받고 대성당에서 정오 미사를 참석하는 것으로 긴 여정이 끝난다.

 

"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패를 가슴에 안고, 실패한 나를 계속 나무라며 무사 수행이라도 하듯 여행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도망치거나 실패하는 건 새로운 시작이다. 상처를 입고 아파 신음해도 거기서부터 다신 새로운 싹이 피어난다. 쌓아 올린 게 영원히 사라지는 일은 없다. 약한 라라도 소중한 재산의 일부다. 거기서 부터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다음 화살표에 도착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길 위에 난 서 있으니까. " (p. 138)

그런데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좀 당황스럽다. 순례길을 가기위해서 저자가 파리에서 바스크 고속철도를 타게 되는데, 조용한 밤 기차에서 갑자기 한국의 여자 대학생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베개 밑에 놓아둔 핸드폰이 없어졌다고...

한바탕 소란을 떠는 과정에서 차장이 와서 핸드폰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 핸드폰은 한국인 여대생의 베개 밑에서 발견된다.

책의 첫 부분에 나온 에피소드가 같은 국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민망함으로 다가온다. 주의깊지 못한 행동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깨어 났을 여행객들의 모습이 다가온다.

여행에서는 서로가 지켜야 할 것들이 있건만.....

" 여행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계획을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해 어떤 교통수단을 선택할지. 어디에 묵을지, 무엇을 먹을지, 시간표를 조사해 맛있는 가게를 예약하고, 인터넷으로 소문난 사이트를 뒤지며 호텔을 찾는다.... 일상에서 벗어났다고는 해도 선택의 연속인 건 일상생활과 다름없다. 그에 비해 카미노를 걷는 건 그저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아주 심플하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선택에 매일 쫒기며 헤매는 요즘의 생활 속에서 그저 화살표를 따라 앞으로 걷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생활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p. 173)

 

이 책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기존의 많은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의 1장은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36일간의 여정에 관한 체험담이지만 책의 2장은 스페인 순례의 개요,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매력, 여행 중 만날 수 있는 스페인 음식들, 이 길을 걸은 경험자들의 칼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순례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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