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9일에 세상을 떠난 작가 '하퍼 리'는 생전에 2권의 소설을 남겼다. 1936년에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파수꾼>이란 소설을 쓰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은 출판사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꿔서 쓰라는 제안을 한다.
그래서 1930년대의 미국의 작은 마을 메이콤을 배경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6살 진 루이즈의 이야기를 6살부터 9살경까지의 체험을
어른이 되어서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게 되는데, 이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이다.
이 소설은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고, 미국의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룰 정도로 잘 알려진 책이다.
그런데 '하퍼 리'는 1960년에 이 책이 출간된 이후에 몇 번의 글쓰기를 하지만 뚜렷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활동을 접는다.
그런데, 2014년 8월에 하퍼 리의 법무 대리인이 작가의 금고를 정리하던 중에 원고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인 <파수꾼>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의 앨라배마 주의 메이콤이 배경이고,
< 파수꾼>은1950 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며, 성인이 된 (26세) 진 루이즈가 고향을 떠나 뉴욕에 살다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메이콤으로 잠시 돌아오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앵무새 죽이기>가 6살~9살 정도의 어린이의 관점에서 쓰여졌기에 그당시의 미국
남부의 흑백갈등, 즉 인종문제를 부드럽게 다루었다면, <파수꾼>은 인종문제에 관련하여 26살 성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인종,
편견에 관한 문제는 사람마다 각자 다양한 상황에서 온갖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년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 진 루이즈의 오빠인 젬은 죽었고,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는
72세노인이 되었다. 새로운 등장인물로는 오빠의 죽마고우인 헨리 클린턴이 진 루이즈의 연인으로 나온다.
정리하자면,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기도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파수꾼>이 오랜 침묵 속에서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도 흥미롭지만, 하퍼 리가
법학을 전공하다가 작가가 된 배경도 흥미롭다.
'하퍼 리'가 고향을 떠나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릴 적 친구인 '트루먼 커코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루먼
커코티'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을 비롯하여 <풀잎 하트>, <크리스마스의 추억>, <인 콜드
브러드>등을 썼다.

특히, '트루먼'의 첫 소설인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하퍼 리'를 모델로 삼아서 소설의 등장 인물인 '아이다 벨'이라는
말괄랭이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두 사람의 작품에서 서로의 캐릭터를 찾아보면,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스카웃의 이웃집 소년 딜이 바로 트루먼 커포티이고, <다른 목소리, 다른 방>에서는 주인공
조엘이 풋사랑을 느낀 이웃집 소녀 아이다벨이 바로 하퍼 리이다.
서로의 작품 속에서 '트루먼 커포티'와 '하퍼 리'의 캐릭터를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던 절친한 사이였으며, 어른이 돼서도 서로에게 문학적 공감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는데 서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대부분의 책에서는 두 사람이 문학적으로 공감대를 가졌던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런데 <트루와 넬>에서는 두 사람이 유년시절에 앨라배마 주의 작은 마을 먼로빌에서 보냈던 어린날의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
트루먼이 7살, 넬(하퍼 리)가 6살 때에 처음 그들은 만나게 되는데, 서로 처음 만날 때의 인상은 트루먼은 하퍼 리를 남자라고 생각했고,
넬은 트루(트루먼)은 여자라 생각한다. 서로의 옷이나 외모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트루는 마을에서 천재적인 소년이었고, 넬은 말괄랭이 소녀였는데, 그런 두 아이를 가깝게 만든 것은 책읽기와 글쓰기였으며, 셜록 홈즈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후에는 탐정놀이에 푹 빠지게 된다. 셜록과 왓슨 박사를 흉내내면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몰두한다.

이 책 속에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들이 후에 미국의 저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바탕이 그때부터였음을
알게 해 준다.

이 책의 내용 중의 일부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의 내용이 연상될 정도로 '하퍼 리'가 소설을 쓰는데도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