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리 풍경
이종근 지음 / 채륜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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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어둑어둑한 밤에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공항버스를 탔다. 버스 차창으로 본 서울의 다리들은 알록달록 오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십수 년전만해도 해외의 유명 다리들은 밤이면 곱게 물들었지만 우리의 다리들은 그저 다리 역할만 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서울을 비롯한 이곳 저곳의 다리들은 참으로 많이 변모했다.

이런 인공미가 넘치는 다리를 생각하면서 <한국의 다리 풍경>이란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에 소개되는 다리부터가 운치가 있는 다리이다.

봉평하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나는데, 소설 속에서 동이가 허생원을 업고 건너던 개울의 섶다리, 봉평의 9월은 마치 가을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 드넓은 메밀밭에 왕소금 알갱이만한 꽃송이들이 하얀 함박눈처럼 소복히 내린 그곳, 섶다리에 얽힌 문학적 사연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 가면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징검다리를 만날 수 있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수채화처럼 물든 그곳에 가면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보아야 겠다.

이처럼 문학작품 속의 다리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기억할 만한 다리들도 있는데, 안양 만안교는 안양 8경 중의 하나인데, 조선 22대 정조가 수원 화성에 갈때에 건넜던 돌다리이다.

청계천 광장에서 고자산교에 이르는 길에는 22개의 청계천 다리가 있다. 다리 이름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모전교, 광통교, 광교, 수표교는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담긴 다리들이다.

매년 다리 축제가 열린 곳들도 있는데, '추억의 외나무 다리 축제'가 열리는 영주의 무섬 외나무 다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농다리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인데, 마치 지네가 꿈틀꿈틀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멘트 콘크리트 다리는 새창이 다리, 시멘트가 닳아서 철근이 드러난 모습이 위태롭지만 나름대로의 운치가 느껴진다. 1988년에 바로 옆에 만경대교가 세워지면서 이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다리이다.

이외에도 사진으로 만나는 다리, 궁궐의 다리, 한국전쟁이 남긴 다리, 놀이와 축제로 만나는 다리 등이 소개된다. 궁궐의 다리인 경복궁의 영제교, 창경국의 옥천교, 창덕궁이 금천교, 덕수궁의 금천교는 연결 기능과 왕궁의 격에 맞는 조형미를 갖춘 다리이다.

철원의 끊어진 철길이나 부산의 영도다리는 한국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는 다리이기에 민족의 슬픔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다리는 사람과 교통기관이 지나가는 의미의 연결 기능만을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리에 얽힌 소설, 시, 시조 등의 문학작품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고, 다리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다리도 있고, 어떤 사연이 얽힌 다리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다리는 이 지역과 저 지역을 연결시키는 그런 기능 이외에도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전하는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면 다리에 얽힌 사연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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