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그리고 엄마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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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하퍼 리'의 <파수꾼>이 출간되면서 그녀의 첫 번째 소설인 <앵무새 죽이기>가 다시 독자들에게 많이 읽혔다. <앵무새 죽이기>는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 '마야 안젤루'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와 함께 미국 중고등학교 3대 필독서에 해당한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마야 안젤루'의 열세 살까지의 삶을 다룬 자전적 소설인데 이 3권의 책은 당시의 미국 사회와 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

2014년 5월 28일, '마야 안젤루'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의 타계 소식에 버락 오바마, 미셀 오바마, 빌 클린턴, 반기문, 오프라 윈프라 등의 각계 인사들의 애도가 줄을 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야 안젤루'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했는데, 이를 계기로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고 그녀의 삶의 일부를 알게 되었다.

'마야 앤젤루'의 자서전은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1969년>, <내 이름으로 함께 모여라 : 1974년>, < 크리스마스 처럼 노래하고 스윙 댄스를 추고 즐거워 하고 : 1976년>, < 한 여인의 마음 : 1997년>, < 하나님의 아이들에게는 모두 여행 구두가 필요하다 : 1986년>,< 하늘 높이 날려 버린 노래 : 2002년>, 이렇게 6권의 자서전 시리즈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외에는 출간이 안되었는지 검색이 안된다.

이 책들은 '마야 안젤루'만의 '자서전적 소설'장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자서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어 보면 부모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의 집에서 오빠와 함께 지내는 3살부터 16살까지의 13년간의 기록인 유년기에서 사춘기에 걸친 '마야 안젤루'의 성장기는 파란만장한 삶을 예고하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잘 알려진 에세이로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 마야 안젤루 ㅣ 문학동네 ㅣ 2010>가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엄마, 나 그리고 엄마>는 '마야 안젤루'가 86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2013년에 쓴 마지막 발표한 에세이이다.

잠깐 '마야 안젤루'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녀는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문학인으로 시인, 소설가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극작가, 민권 운동가, 가수,작곡가,  배우, 영화감독, 프로듀서, 감독,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교육자, 강연가 등 전방위적인 인물, 르네상스적인 인물이다. 특히 흑인 인권 운동가로서 미국 문화계의 대모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멘토였다.

 

 (사진 : 마야 앤젤루 홈페이지에서)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사랑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치유하는지,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에서 상상 불가능한 높이까지 오를 수 있도록 돕는지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p. 11)
 '마야 안젤루'는 자신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1928년에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3살에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부모 중 누구도 자녀를 돌보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당시에 5살이었던 베일리 오빠와 함께 할머니집에 보내진다. 3살, 5살 밖에 안된 남매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할머니집인 아칸소주의 스탬프스로 가는 열차에 태워지게 되는데, 그들의 손목에는 짐짝처럼 꼬리표가 달려서 짐꾼에게 맡겨지게 되는데, 그 짐꾼 마저도 그들과 같은 곳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 지점에서 내리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부모는 자녀들에 대해서 무관심했고, 자녀 양육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할머니집에 도착하게 된 남매는  이곳에서 흑백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는 미국 경제공항이었고, 얼마 안있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내몰리기 때문에 경제적인 궁핍이 심하였던 때이고, 아칸소주는 미국에서도 흑백 갈등이 심했던 지역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인종갈등을 그대로 겪게 된다. 

그러나 할머니는 작은 가게를 가지고 있었기에 못 사는 백인들 보다도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다. 할머니는 마야와 베일리에게 자신과 자신의 세대 그리고 그 이전에 살다간 모든 흑인이 발견한 안전하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마야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였는데, 7살에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후유증으로 13살이 될 때까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이 살해당한 것이 자신의 그의 이름을 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니, 어린 나이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

또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만을 찾아 떠난 부모에 대한 생각도 엄마곁으로 돌아가서 몇 년이 지난 후에 회복이 된다. 엄마가 자녀들을 돌보지 않고 할머니에게 맡긴 이유는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다.

그러나, 마야는 16살에 미혼모가 되고, 그 상대가 아닌 다른 백인과 결혼을 하지만 이혼을 하게 된다.

그후, 스트립 댄서, 가수, 극작가 등의 직업을 가지고 백인들에게 괄시를 받을 때마다 힘이 되고 곁에 있어 준 사람이 엄마이다.

마야에게 있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할 때마다 항상 함께 했던 사람이 바로 그녀의 엄마이다.

이 책에는 '마야 안젤루'가 어린 시절 할머니집에 살 때부터 그녀의 엄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마야와 엄마에 대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 중에 마야의 선생님이 하는 말이 인상적인데,

"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이렇게 적어봐, '나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 (p. 178)

사람에게 찾아오는 불행감, 부정적 사고, 비관적 생각.... 그건 생각하기 나름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친구 중에도 살아오면서 힘겨운 일을 당한 친구가 있는데 그 누구 보다도 행복해 보인다. 아니, 행복하다.

그 친구를 지탱하게 해 준 것은 긍정적인 마음, 감사하는 마음임을 알기에 그 친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읽었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에서도 느꼈던 점인데, 당시 미국사회는 '인종차별의 장벽'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백인과 흑인간의 차별. '마야 안젤루'와 같은 흑인은 미국 사회의 주변부에 맴도는 타자(他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은 '타자 중의 타자'라고 할 수 있다. 백인 여성이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라고 한다면 흑인 여성은 '새장에 갇힌 새'로 비유할 수 있다. '새장에 갇힌 새'는 그 좁은 공간에서 철창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내다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이라고 하니 새삼 '마야 안젤루'를 비롯한 흑인들이 겪었을 삶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사진 : 마야 앤젤루 홈페이지에서)

 그런데,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마야 안젤루'는 한때 창녀촌의 마담이기도 했고, 창녀, 쇼걸까지 했다고 하는데, 훗날 그녀는 흑인들의 인권 운동가, 여성운동가, 저널리스트 등으로 활약을 했다.

그 바탕에는 '마야 안젤루'의 엄마가 마야에게 준 크고 작은 선물, 즉 용기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응원은 마야가 용감하게 생기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당시 미국 사회의 흑백갈등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차곡차곡 이루어 나간 '마야 안젤루'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물론, 사적인 부분들에서 우리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내용도 마치 구성에 의해서 씌여진 성장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학적인 면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워낙 '마야 안젤루'는 자서전이라고 해도 자신의 실제 경험에 문학적 장치를 구사하는 글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상징이나 비유적인 언어들도 많이 사용이 됐다. 

반면에 <엄마, 나 그리고 엄마>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보다는 그 이후의 이야기들까지 담겨 있고,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엄마 덕분에 ‘마야 안젤루’가 되었다.”

바로 이 문장이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예술계와 지식인 사회의 중심에 우뚝 섰던 '마야 안젤루'의 삶을 알고 싶다면, 그리고 미국 사회와 미국문화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와 딸의 용서, 화해, 사랑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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