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엔은 남자를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는 책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파리 여자를 일컫는 파리지엔, 그녀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증이 앞서면서도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앞선다. 과연 그렇다. 아주 특별한 내용을 접할 수 있으니,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먼저 적는다.
그동안 파리 엄마들의 자녀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엄마들과는 좀 다른 면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 파리지엔은 삶의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가지 살펴보면,
파리지엔은 자기 자신을 1순위에 둔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기만족을 최상의 버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완벽을 포기하고 부족함을 인정한다.

이 책은 파리지엔의 패션, 사랑, 삶 그리고 나쁜 습관에 이르기까지 파리지엔의 민낯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현한다.

이 책의 저자인 '캐롤린 드 메그레'는 모델로 그의 세 친구와의 진솔한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 놓는다. 소설가인 '안 베레', 프로듀서인
'소비 마스' 그리고 잡지 편집장인 '오드레 디완'

네 명의 파리지엔은 성격, 사는 모습, 직업은 다르지만 프랑스적인 감각은 같다. 그녀들의 일상은 여자들의 수다처럼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책 속에 담긴 내용이니 미화시키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재잘재잘 거침없이 들려준다.

파리지엔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기적인 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머니로서 아이를 사랑하긴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내놓지는 않는다. 파리지엔에게 아이는 삶에서 전체가 아닌 한 부분의 존재이다. 우리나라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들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파리지엔은 아이를 자신이 가는 어떤 곳이든지 기꺼이 데리고 다니면서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기에 나중에
생각하면 좋은 추억을 함께 나누는 엄마와 자녀의 관계가 된다.

파리지엔 하면 패션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는데, 이 역시 우리와는 다르다. 그녀들은 개성을 중요시 한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브랜드
옷을 입게 될 경우에도 브랜드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꺼린다.
언제나 꺼내서 걸칠 수 있는 옷, 그런 옷을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자신을 가꾼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가꾸는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면이 많다. 우리는 유행에 민감해서 누가 걸치고 든 옷과 가방, 신발 그리고 악세사리가 순식간에 유행을 타는데,
파리지엔은 그런 유행은 그녀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파리지엔이 화려할 것이라는 편견은 이 책을 통해서 산산히 부서진다. 정말 멋지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개성이
무엇인지를 파리지엔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부유하다는 외적인 표시들
그녀는 손가락마다 빠짐없이 반지를 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반지에 전부 다이아몬드가 박힌 것도
아니다.
그녀는 자동차 한 대 값이 나가는 금시계를 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주차해야 할 커다란 자동차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녀는 드러내 놓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핸드백도 없다.
대신 그녀는 지식인들이 읽는 신문을 팔짱에 끼고 다닌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대화 중에 사르트르나
들뢰즈를 언급한다.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고 싶다.
오로지 그녀의 말솜씨로만 그 빛을 발하면 된다. 지적으로 부유하다는 외적 표지들. (p.
118)
책 속에는 파리지엔의 손님 접대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그녀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 관한 레시피가 소개된다.
이 책은 파리지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파리지엔의 육아, 사랑, 친구, 파티, 결혼, 일상, 나쁜 습관, 게임....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파리지엔의 모습과는 다른 진짜 파리지엔의 삶을 송두리채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떤 책에서도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독특하고, 색다르고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