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사회 -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책표지가 산뜻하다. 책표지의 앞면에는 근시사회 시력검사표가 실려 있다. 시력 0.1에 해당하는 곳의 가장 우측에는 2016, 시력 1.2에 해당하는 가장 우측에는 2050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2016년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가까운 미래인 2050년을 바라보고 있을까?

2016년 현재만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멀리 2050년을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2050년은 전혀 보이지 않는 하루살이와 같은 삶을 살고 있기에 이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게임에 몰두하여 가상세계에 묶여 있는 사람, 손가락 몇 번 까딱거리면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들이 몇 시간내에 도착하는 세상을 즐기는 사람, 우리 보다는 나, 가족 보다는 나만을 생각하는 자애심에 빠진 사람....

 

이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이 책에서는 근시사회, 충동사회라고 표현한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근시안적인 사회가 되고 있다. 충동사회가 된 배경, 충동사회의 현상, 충동사회를 헤쳐나가야 하는 이유 등을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인 '폴 로버츠'는 <석유의 종말>, <식량의 종말>을 쓴 저널리스트로 비즈니스와 환경문제를 주제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미국사회를 중심으로 충동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요즘 읽은 책 중에 <G2 불균형>과 < 이노베이터>가 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건 충동사회가 되는 과정을 미국의 전후 경제발전과 변화상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후 경제 호황으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며 성장세를 거듭했지만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경제발전에 브레이크가 작동하면서 물가가 서서히 오르고 미국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침제기를 맞게 된다.

아시아와 유럽이 새로운 경쟁상대국으로 등장하고, 원유 수출국인 중동지역이 떠으르게 되면서 미국은 경제 위기를 겪게 된다. 미국인은 정부의 경제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믿음이 흔드린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정부의 규제가 풀리면서 1990년대에 다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미국 기업들은 공공재 생산을 더 이상하지 않게 되면서 생산성 혁명에 들어가게 된다.

충동사회의 이야기는 이 전환기에서 시작된다. 물론, 1990녀대 초반 디지털 기술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도 근시안적 사회가 되는데 한 몫을 한다.

미국사회는 사화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조직과 기본 전제를 불신하게 되었고, 경제는 승자 독식주의로 소득 불평등과 기업의 만행, 주기적인 시장 붕괴가 되었으며, 소비문화는 소비를 부추기며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사적이익을 세뇌시켰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단기주의, 경제 불평등, 우리 보다 나를 앞세우는 문화 등은 불가피하고 효율적 사회경제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생각하게 되니, 사회적 진보의 종착점이 충돌 사회라고 믿게 되었다.

♥ 충동사회의 특징을 살펴보면,

* 끊임없는 자아표출 욕구가 도를 넘고 또 만연해지면서 일상의 핵심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 자기 중심적 문화와 규범과 기대감 때문에 시민사회다운, '사회적' 행동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나와 다른 견해는 용인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기몰두형 경향이 짙은 사회이다.

* 뭘 해도 상관없는 문화, 쉽게 벌어 쓴 문화.

* 헌신이나 배려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애적 성향이 짙은 사회.

* 소유욕이 기생하는 소비자 경제이다.

저자는 충동사회의 해결책으로 '공간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근시사회를 종식시킬 해법을 살펴본다.

우리들이 생각해 볼 문제들을 간추려 보자.

* 우리 경제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 경제적 우선 순위와 그 가치는 무엇인가

* 수익을 자본쪽으로 몰아주어야 할까, 아니면 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 점진적 혁신과 빠른 수익에 몰두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없게 만드는 경제 질서를 용인해야 할까, 아니면 근면 성실한 가족들에게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처럼 기회와 안전을 누리게 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경제 질서를 세우는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미국사회의 소비자와 기업 문화, 정치, 노동, 건강, 의료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미국의 이야기인 듯하지만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는 않다.

♣ 그렇다면 충동사회를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공동체의 회복을 든다. 국가 공동체의 회복, 정치의 복원을 말한다. 그리고 노동의 가치에 대한 내용도 담아낸다.

<근시사회>는 독자들에게 좌파와 우파라는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효용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을 제시한다.

한 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현대인, 아니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는 현대인...

미국사회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린 2016년 오늘만을 생각하면서 사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그런 시각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처음에는 '충동사회', '근시사회' 이런 단어들 조차도 낯설게 느껴지는 책이었지만 책을 읽다보니 많은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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