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책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은 여행이 일상화되다 보니 여행관련 서적들이 넘쳐난다. 삶의 어떤 고비에, 아니면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에 자신의 학업이나 생업을 잠시 걷어 놓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길게는 몇 년씩 아니면 몇 개월 세계의 이곳 저곳을 헤매다가 돌아와서 그 이야기를 글로 써서 큰 반응을 얻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재미(?)에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서 책을 쓰고, 또 떠나고....  이런 가운데 어느새 여행작가라는 꼬리표를 달리도 한다.

그런 여행작가들은 때론 출판사의 의뢰로 어떤 곳을 여행하고 책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여행작가들의 책은 수준이 높은 책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거기에서 거기라는 생각이 드는 여행관련 책들, 감성적인 글과 분위기 있는 사진들에 이끌려서 독자들은 책을 읽게 되지만 되돌아 오는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꾸준히 여행 관련 책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때론 낯익은 곳에 대한 로망, 낯선 곳을 언젠가는 여행하고픈 마음...

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읽은 여행 관련 서적 중에 가장 깊이가 있었던 책은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담겨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담은

' 훌륭한 로마네스크 건축 기행서이면서 벨라스케스와 수르바란과 같은 바로크 화가들에 대한 멋진 미술 에세이' ( 책 소개 글 중에서)라 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여행자의 책>은 최고의 여행작가이며, 여행 문학의 대가, 소설가인 '폴 서루'의 책인데, 처음 이 책을 구입할 때는 '폴 서루'가 여행 중에 읽은 아니면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과 관련된 책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의 선입견을 싹 날려 버렸다.

이 책은 여행에 관련 27가지 주제에 대해서 그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위대한 여행자들, 작가들이 여행과 관련해서 책 속에 남겨 놓은 문장들을 뽑아서 한 권의 책에 모아 놓았다.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글을 보면,

" 낯선 땅에서 혼자 남았을 때 읽으면 위안이 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실용적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영적이다. "

평론가이자 작가인 정여울의 추천글을 보면,

" 평범한 여행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격상시켜, 여행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인생의 지혜를 깨우쳐 준다. "

역시 평범한 책은 아니다.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그런 책이다.

책 속에는 많은 책들의 문장들이 현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오래 여행하는가, 여행의 동반자들, 세계의 중심, 영국을 탈출한 영국의 여행자들, 당신이 이방인일 때, 위업을 이룬 여행들, 집에 머물기,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여행에서 얻은 다섯 가지 통찰, 여행자들의 환희, 삿상의 여행, 여행자의 가방 속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위험한 장소들, 행복한 장소들, 매혹적인 장소들......

27개의 주제에 따른 여행 이야기를 작가를 비롯한 여행자들이 쓴 여행글을 통해서 찾아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폴 서루'는 50년간 세계 여행을 했고, 40년 간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했다. 그가 여행에서 배운 것은, 여행의 낯선 느낌과 기쁨, 해방감과 진실.... 그리고 고독은 여행하는 자에겐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 등.

" 여행기와 소설의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것과 상상으로 아는 것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다. " (p. 41)

'폴 서루'가 쓴 책만해도 12권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많은 문장들이 발췌됐다.

'폴 서루'의 여행에 대한 정의, 생각들을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세계의 중심, 세계의 배꼽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저자는 세계 곳곳을 다니던 중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나 소도시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여기 저기에서 만나게 된다.

여행을 가장 인상깊게 느낄 수 있는 운송수단은 무엇일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차여행은 지나치는 풍경과 기차 자체가 깊은 인상을 준다. 식당차에서 파는 음식에 따라서 그 나라의 음식 문화도 엿 볼 수 있다.

여행자들이 쓰는 여행기, '마크 트웨인'은 여행기를 '다채로운 방랑의 기록, 이라 했고, '존 스타인벡'은 '여행에 대한 글쓰기는 개미탑을 쌓은 행위이다.'  'D.H. 로렌스'는 ' 종이 위에 작은 표시를 하는 것, '폴 볼스'는 '최고의 여행기의 주제는 작가와 장소 사이의 갈등이다.' 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여행가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븐 바투타', ' 마르코 폴로', '현장', '스탠리' ....

그밖에 '제프리 무어하우스'는 사하라 사막을 처음 횡단했고, '발레리안 알바노프'는 북극 프란츠 오제프란트에서 얼음에 갇힌 배를 떠나 380 km를 2달간에 걸쳐서 악몽과 같은 끔찍한 여행을 하기도 했고, '두걸 로버트슨'은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요트가 침몰하여 구멍난 고무 보트로 37일간 1200 km를 항해했으니, 시련으로서의 여행을 한 여행자들이다.

약 8미터의 노를 저어 태평양을 건넌 여행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뉴욕까지 말을 타고 간 여행자, 파나마 운하를 수영으로 건넌 여행자, 남극, 북극을 일주한 여행자, 걸어서 세계일주를 한 여행자....

혹자는 자기의 방 여행을 한 사람도 있고, 상상여행을 한 사람도 있다.

여행 중에 본 먹거리를 보면, '도대체 못 먹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까마귀, 솔개, 썩은 독수리, 올빼미, 뱀, 도마뱀, 메뚜기, 고슴도치, 쥐, 늑대, 여우, 하이에나, 자라의 뇌, 원숭이의 눈, 코끼리의 코....

어떤 여행자는 탕헤르에서 피를 마시는 여인을 보게 되는데, 각각의 병에는 다른 소년의 피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주제는 '당신만의 여행을 위하여'는,

하나, 집을 떠나라.     둘, 혼자 가라.    셋, 가볍게 여행하라.  넷, 지도를 가져가라.

다섯, 육로로 가라.     여섯,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곱, 일기를 써라.

여덟,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아홉,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열, 친구를 사귀어라.

여행에 대하여 가장 많은 주제를 다루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주제들에 대한 내용은 모두 책 속의 문장으로 설명된다.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여행자들의 책에 씌여진 문장들을 통해서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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