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고 묻지 않는 삶 -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떤 철학자의 영적 순례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인터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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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얼핏 이 문장을 보면서 시인 김삼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구절인 '왜 사냐건 웃지요.'가 떠올랐다.

물론 이 두 문장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마음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책 제목에 꽂혀 있던 차에 TV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가 방송됐는데, 끝부분만을 스치듯이 살짝 보게 되었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은 태어날 때에 탯줄이 목에 감겨 죽을뻔 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뇌에 산소부족 현상이 일어나서 뇌성마비가 된다.

3살부터 약 17년 간을 요양시설에 있었는데, 신체적 장애의 고통 속에서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대학에서 철학, 고대 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 학문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그는 이 책 속에서도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지칭하기도 하지만 신체적인 장애가 결코 정신적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많은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만큼 그의 생각은 그 누구 보다도 깊이가 있고 맑고 밝다.

그는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밀리언 셀러 작가이며,  방송과 강연을 넘나드는 행복 전도사이다. 그런 '알렉상드르 졸리앙'이 2013년, 아내와 세 자녀 (빅토린, 오귀스탱, 셀레스트)를 데리고 한국에 와서 생활을 하고 있다.

가톨릭 구도자인 그가 한국의 불교를 만나러 온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는 한국에 오면 어디에서나 불상을 볼 수 있고, 불교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알렉상드르 졸리앙이지만 법명은 혜천, 즉 지혜의 샘이다.

그는 한국에서의 삶과 불교적 명상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약 90여 편에 달하는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그 글들을 읽다보면 '삶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의 삶이 말해주는 위로와 용기,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순간들마다 '왜 사냐?'고 묻곤 한다. 아니 '너는 과연 지금 잘 살고 있냐?'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추궁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사치(?)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우리 삶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혹시 '불안', '짜증', '남의 시선'이 아닐까?

우리는 '행복한 척', ' 잘난 척', '센 척' 하여 거짓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 (책 뒷표지 글 중에서)

줄리앙의 한국에서의 삶은 종교의 경계를 허무는 삶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부처님 휘하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이 기독교와 동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삶이며  두 종교 사이에서 그는 삶의 진실을 찾고  있다.

" 왜냐고 묻지 않는 삶. 그것은 '나중에 대한 강박'으로 부터의 벗어남이다.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것. 무엇보다 현실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내는 일. 그것이 바로 이곳에 채류하는 우리의 최대 관심사다!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도약을 시도할 때이며, 물에 뛰어들어, 왜냐는 질문의 도움 없이 삶을 결행할 때다.… " (p. 23)

"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라고 모든 생각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계획의 노예가 되지 말고, 목표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재에 조금 더 충실하자는 뜻이다. " (p. 45)

" 삶이 있는 그대로이게 내 버려둔다. 판단하지 않고, 왜냐고 묻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다. " (p. 65)

" 기도란 곧 삶을 사는 것이고, 일어서는 것이며,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허무하고 덧없은 동시에 그 자체로 완벽하고 경이롭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 " (p. 114)

" 영적인 삶이란 작은 일탈을 시도하는 것, 정해진 일상과 성향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고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의 신비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 (p. p. 156~157)

"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하든 인생은 바다로, 태양으로 흘러가는 한 줄기 시냇물이라고. 제아무리 굽이굽이 파란만장해 보여도 말이다. … " (p. 174 )

그의 네 가지 고귀한 진리를 살펴본다.

* 첫 번째 진리 :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 두 번째 진리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 세 번째 진리 : 이 세상에 의로운 인간은 지극히 드물다.

* 네 번째 진리 : 태양 아래 살아 있음을 즐겨야 한다.

알렉상드르 줄리앙은 명상을 배우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9천 킬로미터를 날아 왔다. 그의 내적 치유를 위한 명상일지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반추해 보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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