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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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다. 몇 년전에 전체 동기들이 모이는 여고 동창회가 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옛 친구들, 처음엔 누군지 잘 알아 볼 수 없는 동창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창들은 한 눈에 '아, 너 누구쟎아?'하고 물을 수 있을 정도로 낯익은 모습들이었다.

동창회를 갔다 온 후에 졸업 앨범을 들여다 보면서 학창시절의 순간 순간들을 더듬어 보았다.

안까타웠던 일은 우리들에게 그렇게나 인기가 있던, 나의 고3 때 담임선생님이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었다. 세계사 선생님이셨던 그 분의 수업은 50분이 언제 지나가는 줄 모를 정도로 학생들을 수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셨는데...

이미 유명을 달리한 최인호 작가의 소설인 <머저리 클럽>

작가는 " 내 순수의 끄트머리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평생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새기듯 써내려간 것이다" (서문 중에서)라는 글로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적어 놓고 있다.

꽤나 공부를 잘 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는 최인호 작가, 서울고등학교 2학년때에 힌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니 그의 학창시절이 남다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도 된다.

아마도 <머저리 클럽>에 나오는 동순이가 작가의 분신일 것이 아닐까.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년.

이 소설을 읽다보면 희미한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어쪄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둘도 나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197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고등학교를 다닌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학창시절의 이야기가 될 것이고, 그 보다 훨씬 늦게 1990년 이후에 고등학교를 다닌 독자들은 '아니 이건 어느 시대의 이야기야? 우리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야? '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1970년대를 암울했던 시절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전쟁 후에 정치적 시련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학교에서는 교련이란 과목을 배우면서 학생들이 군사훈련을 받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서 경제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했지만 여전히 어렵고 힘든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때였다.

시골 학교의 경우에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못 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그런 학생들은 생계와 배움을 위해 산업체 학교에 가기도 했다.

그러나 <머저리 클럽>에 나오는 여섯 명의 악동들은 그래도 서울에서 일류학교라고 하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기에 그런 가난과는 좀 떨어진 학생들이지만 그래도 주머니가 가볍기는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1학년 철수, 동혁, 문수, 영구 그리고 나(동순)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이고, 영민이는 다른 학교에서 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옮겨 온 학생이다.

영민을 혼내주려 하던 5명의 친구들은 오히려 영민을 자신들의 친구로 받아들이면서 머저리 클럽을 만든다.

어느날 동순은 소림이란 여학생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소림을 뒤쫓아가서 소녀의 집을 알아 놓고 만남을 기대하지만 여기에 영민이 끼어들면서 소녀에 대한 감정을 접게 된다.

그리고 머저리 클럽은 이웃 Y여고 여학생들과 샛별 클럽을 결성하여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 시절 클럽 활동은 학교에서 인정을 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학생과 남학생이 빵집에서 만나는 것 조차 교칙에 위반되는 행동이었는데, 이건 청소년들이 학교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탈이자 낭만이었던 것이다.

교외로 나가는 기차 안에서는 기타 소리가 메아리치고, 야전이라고 하는 카세트 라디오를 틀어놓고 춤을 추고... 대학생이라면 용납되는 이런 행동들은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불량한 행동이었던 그 시절.

그들은 클럽 활동을 통해서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만남을 거듭하면서 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향해 소위 말하는 연애감정이 생기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학생들이 기특하게 생각되는 것은 크리스마스 날 고아원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들.

그리고 그때의 겨울 풍경을 잊을 수 없다는 영민의 어머니에 죽음에 대한 아픈 기억은 읽으면서도 내 마음이 스산해짐을 느끼게 된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이들의 만남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건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냐?'고 반문할 정도로 요즘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학창시절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분명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의 이야기인데, 요즘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멀게 만 느껴질 그런 이야기.

그래도 그 시대를 거쳐온 독자들에게는 분명 마음 속에 간직한 추억의 한 부분들이 스멀스멀 살아날 것이리라....

그러나 표현방식은 다르고, 행동은 다르지만, '머저리 클럽'의 시대를 살아 온 부모 세대와 그들의 자녀 세대에는 이 소설을 통해서 소통되는 접점이 분명있다. 부모 세대가 지나온 학창시절과 자녀 세대가 지나고 있는 학창시절에는 그들만이 갖는 고민이 있고, 그들만이 건너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 정말 즐거웠다.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이." (p. 439)

" 아아, 우리가 우리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마치 TV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재현시키듯 우리 자신들의 빛나는 과거를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p. 384)

<머저리 클럽>의 이야기는 여섯 악동들의 고등학교 1학년 입학무렵부터 고등학교 졸업식까지 약 3년 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순수하고 발랄하고 또한 유치하다. 

그리고 작가가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고등학교 졸업은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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