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3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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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어린이 잡지나 학생 잡지를 통해서 만화를 접한 적은 있지만 만화책을 시리즈로 읽으면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화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했다. 그리고 나의 성장기에는 만화 가게를 가는 것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던 때였기에 만화책은 불량서적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소녀들이 나오는 순정만화는 가끔씩 친구들을 통해서 빌려 읽곤 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요즘은 대학에 만화학과가 있고, 시중에 출간되는 만화를 보면 많은 정보가 담겨있기도 하고, 사회상이나 역사성을 가진 만화도 상당수가 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중에서 가장 처음 접한 <식객>은 작품 기획에서 11년간의 세월을 거치면서 27권의 만화로 완성이 됐고, 이후에 <식객2>가 3권 시리즈로 나오게 된다.

           

<식객>을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졌으며 만화 속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나 그 음식으로 유명한 맛집을 소개하는 부분들은 굵직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세밀한 디테일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지방을 가게 되면 <식객> 속에 나왔던 음식을 먹으려고 책 속에 소개된 음식점을 찾아가곤 했다.

몇 년전에 연말 책관련 시상식에서 허영만 화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만화 속에서 나온 듯한 유쾌하고 호탕한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물론, 유머 감각도 꽤 있으신 분이었다.

그런 허영만 화백이 이번에는 커피에 도전장을 내놓으셨다.

<커피 한 잔 할까요?>인데, 이 만화는 2015년 4월에 1편이 나오고 이번에 3편이 나왔다.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 길을 걷다보면 유명 커피전문점 뿐만아니라 작고 예쁜 인테리어의 커피 전문점까지 몇 집 건너 커피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업종이 커피 전문점, 벌써 커피 전문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많은 커피 전문점이 창업을 하고 폐업을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렇다 보니 커피 전문점의 커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웬만한 커피 종류, 커피의 맛은 물론, 커피를  고르고 볶고 갈고 드립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아졌다.

또한 커피에 관한 책들도 에세이에서부터 시작하여 전문적인 책들까지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되니 커피에 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허영만 화백의 커피에 관한 만화. 철저한 정보 수집, 취재, 인터뷰 그리고 직접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소 즐기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책이 더욱 기대가 된다.

서울에 있는 커피 전문점 2대커피의 주인 박석과 거기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강고비가 주요 인물로 나온다. 박석은 커피라면 책임지는 일은 싫어서 하지 않지만 '커피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다', 강고비는 박석의 가르침에 따라 최고의 바리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다.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관문 중의 하나는 생두를 고르는 일이다. 어느날 박석은 강고비에게 생두 수입업체에 가서 생두를 골라 오라고 한다. 이곳에서 커피 평론가인 초이허트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 역시 생두를 고르려고 왔다.

그들이 고른 최고의 생두는 같은 것인데, 한 포대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생두는 누구가 가지고 갈 수 있을까.  수입업체 사장은 두 사람에게 미션을 내준다.

" 대신 오늘 각자 샘플로 500 g씩 가져가. 그리고 5일 후 맛을 보여줘." " 더 나은 맛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주겠어!" (p. 109)

자만심으로 똘똘 망친 초이허트, 커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강고비.

" 최고의 커피는 손님의 생각과 느낌이 들어갈 틈이 있는 커피, 그래야 의미가 생기고 존재감이 생기는 커피야. 그게 박석의 커피였어. " (p. 154)

강고비에게는 최대의 위기이자 최고의 바리스타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찬스....

그렇다, 허영만 화백은 자신의 만화를 통해서 항상 인간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말해 왔다. 그래서 그의 만화를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물론 이야기 속에는 재미를 주기 위한 역경이 있지만 그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 항상 함께 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커피가 일상화된 사람들, 그들이 마시는 커피에는 커피의 쓴 맛 속에 담겨 있는 향긋한 커피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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