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별한 날에, 멋진 식사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소득이 높아지면서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음식 사진을 찍고, 셀카를 찍고, 그건 평범한 일상이 됐다.
그래도 어떤 음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으며, 몸이 아플 때는 어떤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고, 위로가 필요할
때는 또 어떤 음식이 생각난다.
사진작가 조선희와 셰프 최현석이 몇 차례의 만남을 가지면서 음식을 주제로 요리를 하고, 요리를 사진으로 찍고,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여주는 행복한 에세이가 <카메라와 앞치마>이다.
사진작가 조선희와 셰프 최현석, 얼핏 안 어울릴 것 같으나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들이 너무도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조합이다.
조선희의 사진 에세이는 몇 권 읽었기에 조선희와 사진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지만, 셰프 최현석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와 음식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그 분야에서 비주류이며 비전공자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활동을 한 지 약
20년 정도가 된 베테랑이란 점도 공통점이다.

조선희의 최현석 셰프에 대한 생각은,
" 방송 콘셉트이지만 내겐 좀 재수 없게 보였던 거들먹거리는 듯한 행동, 좋지만은 않았던
첫 인상이 외려 묘하게 끌렸다. " (p. 8)
이런 조선희의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최현석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래서 그를 허세프, 크레이지 셰프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야기가 거듭될 수록 많은 점에서 공감을 하게 되니, 이들의 만남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서로의 생각과 인생을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음식은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 생각나기도 하니,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첫 번째 주제인 아버지가 생각나는 날을 읽으면서 나도 아버지가 생각났다. 최현석의 아버지도 요리사였는데, 명란과 면을 좋아해서 그가 만든
음식은 '차가운 명란 크림 파스타'

파스타는 아니지만 잔치국수를 유난히도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나도 국수를 좋아해서 즐겨 해 먹는데... 명란과 어울려진
파스타가 먹음직스럽다.
최현석 셰프의 창의적이 돋보이는 음식은 아무래도 '핸드백 모양의 만두'가 아닐까.

너무 앙증스러운 분홍색 핸드백 만두, 핸드백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대표가 레스토랑에 왔을 때에 그를 위해서 만든 음식, 디자이너의 핸드백
모양을 그대로 축소시켜서 만들고, 그 속에는 만두소를 넣은 만두.
핸드백 특유의 패턴과 금장까지 똑같이 만들었다고 하니, 이 요리를 마주한 사람의 표정이 궁금하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요리....
" 창의적인 요리에 공감이 스며들게 한 노력이야말로 내 요리를 차별화시킨 원동력이다. "
(p. 43)

" 독창적이다. 니체가 말한 독창성의 정의가 떠오른다. 우리 눈 앞에 존재하지만 이름이
없어 불릴 수 없는 어떤 것을 보는 것이, 즉, 세상에 존재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해서 명명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명명하는 것이 바로 독창성인
것이다. 최현석 셰프는 이를 요리의 독창성 안에서 이렇게 재해석했다. " (p. 74)

조선희 작가가 한 컷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셔터를 누르는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인기 연예인이 작가의
모델들인데, 유명한 연예인을 망가트리기로도 이름이 있는데....
천 번을 찍어야 한 컷을 살릴 수 있다는 조선희.
" 허투루 찍지 말아야지, 천 번을 찍어야지. " (p.
48)
그래서 조선희와 최현석은 그들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최 셰프의 스승이 '셰프는 접시에 얼굴을 담는다.'라고 말했단다. 그렇다. 사진가
역시 자신이 찍은 사진 속에 사진을 담은 법이다. " (p. 48)

음식에 대한 주제는 어릴 적의 추억, 위로를 받았던 음식, 직업의식, 창의성, 여자다움, 남자다움, 술이 생각나는 음식, 질리지 않는
음식, 아주 특별한 날에 대접받고 싶은 음식,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먹는 음식, 입 보다 눈이 즐거운 음식,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음식, 여행과
관련된 음식, 파티 음식 등 17가지 주제에 따른 17가지 음식, 그리고 사진과 요리 이야기, 인생이야기가 잘 어우려졌다.
그래서 이 책은 읽으면서 눈이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배가 고파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