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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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흥미롭다. 작가만의 특색이 나타나는 소설들은 소설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을 나타내지만 읽다보면 책 속에 흠뻑 빠져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한 조각 한 조각을 맞춰 나가는 퍼즐 조각들처럼 전개 과정 속에서 자칫 지나쳤던 조각들이 나중에 그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허를 찌르는 반전', '예측할 수 없었던 반전'이 가져다 주는 기막힌 뒷부분의 이야기에 또 한 번 '기욤 뮈소'에게 당한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만큼 반전의 묘미를 느낀 작품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판타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기욤 뮈소'의 판타지는 귀엽다 못해 사랑스러운 <종이여자>와 노트북으로 연결된 로맨틱한 사랑과 스릴러가 잘 결합된 <내일>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작가의 초기작인 <완전한 죽음>(<그 후에>와 같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뮈소'는 죽음의 세계나 그곳에서 온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 속에 자주 등장시킨다.

현실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 즉 판타지가 현실과 잘 어우려진 그런 소설들이 '뮈소'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 이 순간>은 판타지 심리 스릴러라는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소설이다. 이야기의 시작인 프롤로그에서는 5살 아서가 아빠인 프랑크 코스텔로와 작은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이층침대에서 아래로 뛰어 내리는 아서는 아빠가 자신을 잡아 줄 것이라고 굳게 믿지만, 결국에는 아빠가 의도적으로 살짝 비켜 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때의 아서의 아빠의 말,

" 아서, 인생에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돼. (...) 설령 아빠라도 믿어선 안 돼" (p. 10)

물론, 이 소설의 큰 바탕이 될 문장인데, 이 책을 덮으면서 마치 작가가 독자들에게 호기롭게 던지는 메시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니 어때? 보기좋게 속았지~~ 그러니까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된다고 했지!! " 이렇게 독자들을 조롱하는 듯하다. 바로 그게 '기욤 뮈소'의 소설이다.

그후, 20년의 세월이 흘러 아서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레지던트가 됐고, 그의 아버지인 프랑크는 아서를 낚시를 가자면서 등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프랑크 코스텔로는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는 다른 유산을 줄 것이며 그들의 별장인 등대와 그에 딸린 집은 아서에게 유산으로 주겠다고 한다.

아서는 프랑크의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들이니, 자신의 진짜 자식들과 차별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버지는 거기에 2가지 조건을 단다. 타인에게 양도하지 말 것, 그리고 30년 전에 아버지가 막아버린 지하실의 벽면 안쪽에 있는 문을 열지 말 것.

탐탁지 않은 유산, 그런데 거기에 단서까지 달라니... 홀로 남겨진 아서는 즉시 지하실의 벽을 부셔 버린다. 그 순간 바람이 휘몰아 오면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아서는 등대의 저주를 받게 되고 긴 시간여행을 떠난다.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거의 1년만에 어딘가에서 다시 의식을 찾게 되는데...

이 등대는 할아버지가 구입했던 등대이고, 할아버지 역시 시간여행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서는 할아버지로부터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24방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한 번씩 쐬야 하니 시간여행은 24년간 계속되며 한 번 떠나면 1년이 흘러야 다시 세상에 24시간 정도 머물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24번의 시간여행을 다룬다. 그리고 할아버지와의 교류, 시간여행을 떠났다가 의식을 찾으면서 가장 먼저 만난 여인과의 사랑, 그리고 아들과 딸까지 두게 되는 이야기.

여기에서 많은 독자들은 등대의 저주는 왜 일어났을까? 그 저주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런 이야기가 전개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등대 지하실 금속판에는 이런 내용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 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리라." (p. 157)

아서 보다 먼저 시간여행을 떠났다가 24년만에 돌아오게 된 아서의 할아버지는 등대의 저주를 먼저 받았던 아서의 선배격이니 그가 겪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가 저주가 풀리던 날, 모든 것은 사라졌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아서의 사랑은 저주가 풀리면서 사라질 것인가? 아들과 딸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궁금증을 가져다 주지만, 그 해답은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반전 !!

<지금 이 순간>의 반전은 정말 흥미롭다. 마치 작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책 속에서 읽을 수도 있고,

" 글쓰기는 삶을 미리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의 경험이 상상력을 더해 개성 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글을 통해 구현해 내기도 하죠, 글쓰기는 언어를 수단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문장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고유한 리듬과 호흡을 살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기도 하죠, 요컨대 음악가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할 때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가치 있는 글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차유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없어요. 작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글쓰기에 집착하죠, 미안하지만 당신과 나는 갚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 (p.p. 329~330)

소설 속의 소설, 액자소설이라고 하는,  그리고 '기욤 뮈소'라고 할 수 있는 작가. 그 이야기가 진짜 진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 판타지인 듯 판타지가 아닌 소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시간여행.

" 내가 인생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 뭔지 말해줄까? 우리의 유일한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거야? (p. 308)

<지금 이 순간>을 통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24년을 24일로 사는 사람, 1년을 하루로 살아야 하는 사람.

단 한 순간도 헛되게 살 수 없는 하루, 그 하루 동안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은 가장 소중한 시간, 단 1초도 무의미하게 보낼 수 없는 순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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