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최갑수'가 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요즘에는 여행작가들의 여행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내가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를 읽을 때만 해도 여행작가가 쓴 책들은 여행지의 풍경과 함께 저자의 단상들이 마음 속에 알알이 박혀서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국내 여행이나 해외 여행이 보편화되다 보니 책 속의 사진들은 독자들이 갔던 곳이기도 하고, 독자들이 그곳에서 자신이 멋진 컷을 찍은 곳이기도 하기에 그리 신선한 느낌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읽는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지 않고, 책 속의 글과 사진을 접하면서 마음이 순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자기계발서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큰 도움을 주지도 않는 책을 의뢰받아서 읽다 보니 머리만 아파오는 늦은 밤에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을 들고 처음부터 끝 페이지까지 한 번 쭈욱 펼쳐 보니 책 냄새가 정겹게 느껴진다. 책냄새, 정말 좋다.

여행 작가는 여행을 하고, 그곳의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느낀 생각들을 글로 담아낸다. 때론 의뢰를 받아서 하는 여행이고 그곳에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람들의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고 부러운 직업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그들은 여행을 즐긴다. 힘든 여정 속에서 때론 힘겨운 날들이 있을테지만 그들은 여행을 즐기기에 '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여행이 직업이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서는 그 여행에 대해 글을 쓴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떠난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부러워요. 여행이 직업이라니' 하지만 그들 역시 알고 있다. 우리의 여행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사실을,  (...) 여행지에서의 하루 하루가 마치 허들을 넘는 것과 같아서, (...) 게다가 우리가 기대했던 풍경은 출발하기 전, 우리가 상상했던 그것보다 훨씬 엉망이다. 여행이 직업이지만 그래서 참 피곤하지만, 오늘도 여행을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이를 보고 있으면 부럽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지만, 여행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설렌다. " (p. 264)

여행 작가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책과 음악을 좋아한다. 여행 중에 읽는 책들 그리고 음악 이야기가 그들의 책 속에는 반드시 (?)  담겨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의 내용은 작가가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이 그 출처와 함께 먼저 소개된다. 그리고 그 문장을 토대로 작가의 여행 이야기,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속에서 건져낸 작가가 사랑한 여행의 문장들을 먼저 읽어 보는데, 분명 그 책을 나도 읽었건만 그 문장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그 문장이 어떤 상황에서 왜 쓰여졌던가를 알 수 있기에 그 책에 대한 기억들이 새롭게 생각나기도 한다.

" 내게는 그 모든 글들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두세 번 소리 내어 읽곤 했다. 가끔 까닭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오래도록 방 안을 서성거렸다. 그동안 읽어온 글귀에서 문장을 뽑았다. 모두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다. 어차피 생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니. 이 문장들이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의 생을 조금씩 회복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스스로를 끌어 안는 방법은 많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견뎌내는 것, 오후 다섯 시의 유치원에서 아이가 도화지에 공룡을 그리며 엄마를 기다리듯,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시간을 견뎌내고 행복해지려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내게는 여행이다. 나는 여행이라는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는다. " (p. 14)

여행작가 최갑수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한 해 였던 것 같다. 해결이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 힘든 일들도 그냥 지나간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세상의 일은 내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아둥바둥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니, 어쩌면 넓게 그리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 해결이 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지나간 것  뿐이다. " (p. 30)

"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건 당신을 사랑해서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지." (p.178)

최갑수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책 속에서 고른 문장들은 우리들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사랑과 이별은, 슬픔과 외로움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그 문장과 함께 써내려간 여행작가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통해서 여행을 생각하게 되고, 사랑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내 자신의 내면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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