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의 작가로는 '기욤 뮈소'가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소설마다 변신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거의 1년에 한 권씩 국내에서 출간되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다보니 그의 초기작품이 궁금해졌다. '기욤 뮈소'는 27살의 젊은 나이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쓴 <스키다마링크>를 2001년에, 그리고 2003년에는 <완전한 죽음>을
발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스키다마링크>와 <완전한 죽음>은 열린책들에서 펴냈으며, 역자가 이승재이다. 그리고 그밖의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 구해줘>,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사랑하기 때문에>, <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당신 없는 나는?>, <그 후에>
< 종이여자>, <천사의 부름>, < 7년 후>,< 내일>, <센트럴 파크>,
<지금 이 순간>은 밝은세상에서 펴냈다.
그래서인지 '기욤 뮈소'의 초기작인 <스키다마링크>와 < 완전한 죽음>은 책표지 그림의 느낌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한 죽음>은 2005년에, 데뷔작인 <스키다마링크>는 2007년에 출간됐다. 아마도 '기욤
뮈소'가 독자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 <완전한 죽음>을 쓴 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느라고 검색을 해 보니 <완전한 죽음>은 2010년에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그 후에>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됐다. 그러니 <완전한 죽음>과 <그 후에>는 같은 작품이지만
출판사와 역자가 다른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을 번역한 이승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가던 중에 경유한 파리에서 우연히 <출간과 동시에 30만 부 판매, 전 세계 10개
국어로 번역>이라는 빨간 때를 보고 기대를 하지 않고 이 책을 구입하게 되는데, 비행기 속에서 첫 장을 펼친 후에 정신없이 이 책을 읽을
정도로 책 속에 빠져들었다는 후기를 남기는데, 나 역시 이 책을 펼친 순간 '기욤 뮈소'의 탄탄한 구성과 거침없는 글솜씨, 박진감 넘치는 스릴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책제목이 암시하듯 책의 내용 중에는 임사체험, 죽음을 볼 수 있는 메신저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도 프랑스 로렌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갑자기 죽음에 직면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소설 속에 담게 됐다.
최근의 '기욤 뮈소'의 소설에는 로맨스와 판타지, 로맨스와 미스터리, 로맨스와 서스펜스 등 로맨스와 어떤 장르가 결합되는 형태의 소설을
쓰는데, <완전한 죽음>도 그와 유사한 로맨스와 스릴과 서스펜스가 자유자재로 구사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마지막 장면까지
연결될 수 있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이야기의 시작은 8살 네이선이 호수에 빠진 같은 또래의 맬로리를 구하러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물 속에 들어간 소년은 소녀를 구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이야기는 장면이 바뀌어 어느 해 12월 9일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서 아침을 맞는 네이선의 모습이 그려진다. 성공한 젊은 변호사 네이선,
그는 비즈니스 전문 로펌의 변호사로, 입사 이래 단 한 건도 패소한 적이 없다. 최연소 나이의 업계 최고의 변호사 네이선.
그의 어머니는 이탈리아 이민자로 뉴욕에 건너 와 가정부 일을 하면서 아들을 키우고 있으며, 아버지는 그의 기억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네이선이 구한 소녀인 맬로리는 사회적 지위를 갖춘 웩슬러 가문의 자제로 그녀의 아버지는 저명한 변호사이다.
네이선과 맬로리는 사회적 신분, 출신 성분은 격차가 심하지만 어릴 때부터 마법이나 초현실적인 힘에 의해 지켜져 왔으며 성장하면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연결된 듯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가정부의 아들이지만 자신의 딸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한 네이선을 웩슬러 가문에서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 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데....
네이선은 자신의 가정환경때문에 생긴 열등감으로 출세지향적인 인물이 된다. 주위 사람을 돌아 볼 줄 모르는 인간, 자만심에 가득찬 인간,
출세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그런데 반하여 맬로리는 부유하고 권위있는 가문에서 자랐지만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등, 매사에 긍정적이고
타인을 신뢰하는 빛나고 기쁨으로 가득한 여인이다.
네이선과 맬로리는 이런 상반된 성향으로 갈등 끝에 이혼을 하기로 하는데...
이혼의 결정적인 이유로는 아들 숀의 죽음이었고, 아들의 죽음은 자신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하지만 인생은 경쟁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야. 매번 어디 가서나 당신이 성공했단 모습을
보여 줄 필요는 없는 거라고 !" (p. 291)
자만심에 가득찬 네이선에게 어느날 찾아온 가렛 굿리치라는 의사. 그는 8살 네이선이 호수에 빠진 맬로리를 구하고 심장이 멈춘 것을 목격하고
시술을 했던 의사인데, 그는 죽음을 볼 수 있는 메신저이다.
네이선이 심장이 멈춘 순간 체험했던 죽음의 순간들. 즉 임사체험.
굿리치의 말을 믿지 않던 네이선은 굿리치의 말대로 캐빈이 자살을 하고, 죽음이 임박한 캔디스를 구하고자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캔디스를
죽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을 깨달으면서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네이선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감지하고,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보게 된다. 자신이 살고 있었던 생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회적 성공과 신분상승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에게도 무관심했는데, 지금은 그의 곁을 떠난 후이니...
그는 자신에게 용기와 희생,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이 어머니였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맬로리와 이혼을 했지만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딸 보니를 그 누구 보다도 사랑하고 있음을...
밑그림은 이런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지만 그 겉가지로는 다양한 사건 사고가 뒤따르게 된다. 그 이야기를 쫒아가는 것이 이 소설이 미스터리
형식의 소설이라는 점이다.
네이선이 굿리치에게 하는 질문 중에는,
<우리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을까?>이다.
죽음 후에 오는 세계, 네이선이 체험한 죽음의 세상. 많은 책에서 나오는 모습 그대로이다. 터널을 지나서 가다보면 한 줄기 빛이 비치고,
더 갈 것인가, 아니면 아직 갈 때가 되지 않았으니 되돌아 가라고 하는 말을 듣든지.
죽음의 세계는 우리 모두 함께 갈 수 없기에 두려움이 더 큰 곳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그곳에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기에 혼자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든다.
네이선이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에게 드리워졌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자신이 추구했던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 그러자 네이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해를 할 수 있는 아량이 생기게 된다. 무언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들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게 된다. 그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부질없는 것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처음엔 감당할 수 없는 감정과 좌절감에 빠지겠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것이 화해와 용서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전한 죽음>은 죽음에 직면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순간에 가장 소중한 것은
네이선이 그토록 갈망하던 신분상승이나 출세는 아닌 것이다.
네이선, 맬로리, 보니가 한 가족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 순간이 가장 소중한 순간인 것이다.
'기욤 뮈소'는 프랑스출신의 소설가이지만 그의 작품의 무대는 주로 뉴욕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뉴욕의 12월~~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2월 9일부터 12월 25일.
가장 포근한 사랑이 필요한 12월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뒷 부분에 와서 독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이 소설의 주축을 이루었던 죽음의 주체.
예고된 죽음의 인물. 반전~~
" 메신저의 역할은 곧 떠날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이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오.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남은 생을 원하는 대로 정리하고 떠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지요. 세상엔 메신저로 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네. " (p. 426)
그렇다, '기욤 뮈소'의 초기작이기는 해도, 소설 속에 반전이나 트릭이 없으면 '기욤 뮈소'의 소설이 아니다.
요즘 소설 보다는 경제 경영, 자기계발 서적을 주로 읽다가 몇 편의 소설을 읽으니 역시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