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나 -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중학교때 생각이 떠올랐다. 어느날 점심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것 저것 아는 것이 많은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연습장에 이런 것을 그려 보라고 했다.

해, 산, 집, 나무, 사람 등 몇 가지를 종이 위에 그려 보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우리들은 그림을 그렸는데, 그것이 소위 말하는 심리를 알아보는 그림이었다.

친구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설명을 해 줬다. 해의 위치, 크기, 산의 모양, 집의 위치, 창문, 사람의 수, 사람의 크기 등으로 '너는 이러 이러하다'고 말해줬다.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았던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가 흥미롭기만 했다.

바로 이렇게 미술을 통해서 사람들의 심리를 치료하는 미술치료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미지를 그림을 통해서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개인이나 집단의 심리를 치료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선현'은 미술을 전공한 후에 교육자와 작가로 활동을 하던 중에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는 일본의 쓰나미 재난, 연평도 포격 피해사건,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건 등의 피해자들의 미술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저자는 약 20년간의 임상치료에 사용했던 명화 중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작품 64점을 골라서 이 책 속에 담아 놓았으며, 그 명화들이 그려지게 된 배경이나 명화가 가지는 의미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64점의 명화들은 대부분 자화상이나 초상화이다. 즉, 화가들 자신이 자신을 내면을 발견하고자 했던 작품들이라고 해도 좋겠고, 그 작품들을 통해서 감상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하는 의미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과거의 나를 끌어 안은 후, 시시때때로 바뀌는 나를 통합적으로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음으로 한 단계 성장하고, 변신할 수 있습니다. " (p. 5)

그림은 작가의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서 화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기도 하고, 작가는 또한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따라서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미술치료는 이런 점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책 속에 담긴 그림들을 분류해 본다. ( 이 책의 목차이기도 하다.)

1.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아주는 그림 : 성격
2.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보는 그림 : 상처
3.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보는 그림 : 감정
4. 더 예쁘고,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그림 : 성장
5. 새로운 모습을 변신하고 싶을 때 보는 그림 : 꿈
이 책에 담겨진 그림 중에는 직접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본 경우도 있고, 미술 관련 책들을 통해서 본 작품들도 있어서 대부분의 그림들이 낯설지는 않다.

그런데 소개되는 작품들이 주로 자화상이나 초상화인데, 자화상(self - portrait)은 작가의 의식적, 무의식적 요소들이 풍부하게 포함된 작품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성장과정, 감정, 삶에 대한 생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자화상은 현재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남겨지를 원하는 것이 그림 속에 담겨 있기도 하다.

몇 작품을 살펴보면,

산치오 라파엘로의 1506년의 자화상과 그가 1514년에 그린 빈도 알토비토의 초상화를 보면 분명 다른 사람임에도 어딘가 닮은 듯하면서도 그 분위기가 서로 일치하는 점이 많다. 그건 라파엘로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을 자신의 자화상에, 그리고 그가 그린 초상화에 남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경우로는 모딜리아니의 자화상과 잔의 초상화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어떤 작품을 보면 그림 속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고, 대중 속에 자신의 모습을 살짝 그려 넣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그림 속에서 화가의 자화상을 찾아 볼 수도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인데, 그의 그림을 보면 그림 속에 얼굴 부분을 그리지 않거나 뒷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림 속에 얼굴을 가리는 게 일종의 트라우마 극복법이라 한다. 또한 그의 그림 속에는 모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눈에 띄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의 모자라는 의미에서 변장도구의 역할을 한다.

<절규>의 작가 뭉크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그림에는 삶에서 직면하게 되는 공포, 즉 불안과 공포를 동반하는 죽음과 연관된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한다.

올해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프라다 칼로, 그녀의 인생은 사고로 인하여 큰 고통을 느끼면서 살았지만 그 고통은 그림 속에서 강하고 사실적인 색채로 표현되면서 아픔, 고통,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아돌프 히틀러가 화가 지망생이었는데, 소질이 없다고 해서 미술을 포기하게 된 사연을 알고 있는가?

그가 남긴 그림 중에 그의 자화상이 있다. 제목은 자화상이지만 한 폭의 풍경화이다. 부실한 것처럼 느껴지는 다리 위에 홀로 앉아 있는 히틀러, 그의 머리 위에는 × 표시가 있고 그 옆에는 자신을 나타내는 이니셜 A.H. 란 글자가 적혀 있다. 이 그림을 통해서 히틀러의 심리상태를 살펴보자.

르누아르의 그림들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 않던가? 그의 자화상을 보아도 그런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다.

노년의 자화상에서는 인자한 표정과 빛나는 눈빛, 자신의 삶을 아주 잘 살았다는 것을 자화상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자화상이나 작가가 그린 초상화는 얼굴을 비롯한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 단순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진다. 어떤 색채를 많이 사용했는지, 얼굴의 표정은 어떠한지, 손의 모양이나 특별히 강조한 부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상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신분적 지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이 책은 명화를 통해서 작가의 심리 상태를 알아 보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추적해 본다.

그림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품격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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