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작가의 유고집인 <눈물>을 읽으면서 이제는 그의 글을 접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 최인호가 써 두었던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우리곁에 왔다. (2014년 가을에)
그동안 작가의 글들을 많이 읽었기에 딸 다혜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흔히 아빠들의 딸 사랑을
'딸바보'라고 하지 않던가.
최인호의 딸 사랑은 그 어떤 아빠들 보다도 간절하고 애틋한 딸 바보이고, 딸의 딸을 향한 사랑은 그 어떤 할아버지 보다도 더 지극한
손녀바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딸 다혜에 관한 글들을 40년에 걸쳐서 적어 내려갔고, 그 딸의 딸에 대한 글은 12년에 걸쳐서 적어 두었다.
생전에 그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세상에 내 놓지는 못했지만 책제목까지 <나의 딸의 딸>이라고 지어 놓았다고 하니 책
속의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애잔해 진다.

이 책은 1부는 '나의 딸'로 최인호가 결혼을 하는 이야기에서부터 딸의 탄생, 이름을 다혜라고 짓게 된 이유, 어린시절의 이야기, 초등학교
입학, 운동회,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젖니를 뽑던 날, 초, 중, 고등학교 졸업, 대학생이 되어 처음 미팅한 날의 이야기, 결혼을 하여 손녀
정원이를 낳은 이야기 등, 딸 다혜의 성장기의 주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딸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이자 성장일기이고,
독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지나간 시절의 추억들을 다혜의 이야기를 쓴 최인호의 펜을 통해서 다시 반추해
본다.
다혜란 이름은 최인호의 주례를 맡았던 황순원 작가가 자신의 소설인 <일월>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준 것이라고 한다.

최인호는 그동안 가족들의 이야기를 <샘터>에 연재하기도 했기에 그의 사생활은 잘 알려져 있고, 딸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이 글
속에서 접할 수 있었다.
최인호의 딸에 대한 생각, 딸의 행동, 성장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아빠의 마음, 딸에 대한 소망을 글 속에 담아 놓았다.

2부는 나의 딸의 딸, 즉 다혜의 딸 정원이 이야기이다. 딸을 키울 때와는 또다른 사랑, 다혜가 결혼 후에 미국, 상하이에서 생활을 하게
되니 곁에 두고 볼 수 없는 손녀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다.
책을 읽다가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라는 시가 나오는데,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시였기에 그때 그 시절로 과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최인호가 손녀에게 보낸 편지, 손녀가 투병중이던 할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견디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도 하다.
이 책은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1주기에 맞춰서 출간되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책 표지와 내지는 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딸 다혜의 그림이어서 뜻깊게 다가온다. 하늘나라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최인호 작가는 얼마나 흐뭇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