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오래전에 읽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 이유는 2014년 겨울, 발칸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이 책의 첫 부분쯤에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 "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도'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 (p. 11)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자살을 앞둔 베로니카는 잡지사에 편지를 쓴다.

"슬로베니아가 옛 유고슬라비아의 분열에서 생겨난 다섯 개의 공화국 중의 하나임을 설명하는 편지" (p. 16)를.

베로니카의 조국인 슬로베니아가 어디있는지 모르는 잡지사에 보낸 편지를 보면 그의 자살을 어떻게 단정지을까? 꽤 흥미로우면서도 이상한 발상이지만 베로니카는 자신의 자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자살 직전의 행동을 한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에는 그런 내용을 별로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그 부분때문에 다시 읽게 되니 전과는 다른 생각들이 많이 난다.

베로니카의 조국이 슬로베니아이기 때문에 류블랴나의 풍경, 류블랴나성, 그리고 류블라냐에 가면 보게 되는 슬로베니아의 시인 프란체 프레셰렌 동상과 그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도 담겨 있다.

첫 눈에 반한 율리아를 사랑하는 프란체 프레셰렌, 그는 신분차이로 율리아와의 사랑을 이룰 수는 없지만 죽어서 동상이 되어 율리아가 살았던 집인 노란 건물을 바라다 보고 있다. 그 건물의 한쪽에는 동상에서 서로 잘 보일 정도의 곳에 율리아의 흉상이 새겨져 있다.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98년이고, 슬로베니아가 유고에서 분리독립한 것이 1992년이기에 슬로베니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소설의 배경이 된 곳에 대한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은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읽은 후에 코엘료의 소설에 꽂혀서 그의 소설들을 이 책 저 책 골라 읽던 때에 읽은 것같다.

그 때에 읽은 책 중에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가 있는데, 이 책은 코엘료의 다른 소설들 보다도 더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서 조만간 다시 읽으려고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이 영적인 면을 많이 다루는데 이 소설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인 코엘료가 10대 후반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체험이 이 소설 속에 녹여 있다고 한다.

베로니카는 수면제 4통을 한 알씩 먹기 시작한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자살을 하지 않으려고... 그러다가 컴퓨터 게임 잡지에서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장을 보고 잡지사에 슬로베니아에 대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쓴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의 자살 이유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 문장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자살했다고 생각할까?

그녀의 표면적인 자살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 이유는, 그녀의 삶은 이제 모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에, 두번째 이유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점점 나빠지고 그것을 막을 힘은 그녀에게 없으며, 자신은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로니카가 눈을 떴을 때에 그녀는 빌레트(정신병원)의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결국엔 자살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자살하려고 했으니까 삶에 대한 애착은 없을텐데,

의사는 베로니카가 자살하는 과정에서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기에 멀지 않아 심장 박동이 멈출 것이라고 한다. 언제? 닷새 아니면 일주일~~~

베로니카의 부모는 베로니카의 자살이유를 알 수 없다. 엄마는 베로니카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공주처럼 키웠고, 아빠도 친절하고 우호적인 인물이니. 베로니카는 독립심이 강한 여자처럼 보여 모든 친구들의 선망의 롤모델이 되었지만 그녀의 내면은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증오하게 되었다.

그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는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했고, 결국에는 도서관 사서로 생활하게 되었으니....

그녀에게 남은 것은 공허, 고독, 빌레트 그리고 죽음의 앙티샹브로.

자살을 하려던 베로니카가 빌레트에 들어와서 죽음을 기다리는 10일간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내용이다.

독자들도 짐작했겠지만, 죽음... 그러나 막상 자신이 며칠 후에 죽게 된다면 생에 대한 애착이 살아나지 않을까.

빌레트에 있는 몇 몇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베로니카의 이야기와 함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부남을 사랑했던 제프카의 첫사랑때문에 생긴 우울증, 여자 변호사인 마리아의 공황장애, 화가가 되고 싶지만 부모는 외교관이 되기를 희망했던 에뒤아르.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스쳐간다.

베로니카는 빌레트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죽음과 생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게 된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이고르 박사의 논문을 위한 치료법.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 내가살고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삶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죽음 앞에서 살아나는 삶에 대한 열정....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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