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를 쓴 '이수광'은 그동안 주로 역사서를 주로 썼지만 경제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경제관련 책도 다수
썼다. 이번에 출간된 <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부자 16인을 조명해 본다는 의미에서 저자의 역사와 경제에 관한
관심이 담겨져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때 정월 초하루를 훈훈하게 만들었던 유행어가 '부자 되세요~~'였다. 어떤 유행어 보다도 빠르게 전파된 것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자신은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부자들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다. 역사적으로도 부자들은 빈자들에게 횡포를 일삼았던
사례들이 있고, 현재의 부자들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한 경우들이 있으며 부를 이용하여 빈자들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부는 보통 사람보다 많은 것을 가진 것이자 쾌락과 권력을 누리기 위한 수단이다. "
(p. 5)
빌 게이츠를 비롯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부자들을 보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는 조선의 경주 최부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조선의 부자들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에 부자가 되는 길은 세 갈래가 있었다.
1. 과거에 급제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
2. 농업을 바탕으로 많은 땅을 소유하여 지주가 되는 것
3. 장사로 돈을 버는 것
이 중에서 벼슬에 오르는 것은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지 않는 한 큰 부자가 될 수는 없었으며 농사를 짓는 방법도 소작인들로부터 높은
소작료를 받아서 부를 이룬 경우가 많다.
그밖의 경우인 장사로 돈을 번 부자들은 대부분 역관들이었는데, 조선의 국법상 정상적인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역관들은 그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외국을 왕래하면서 다양한 무역으로 부를 창출했다.
이 책에 나오는 16인의 부자들은 " 조선의 부자들 중에서 평민으로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남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며, 때맞춰 노력하고 거래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 (p. 7)이다.
그들이 부자가 되는 과정이나 부자가 된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였는가를 통해서 조선 부자들의 삶과 철학을 살펴본다.
조선 보부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백달원은 주인집 아씨와
야반도주하여 산 속에서 살면서 화전과 사냥을 하는데,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물물교환하던 것을 계기로 장사를 하게 되고, 장사를 하던 중에 만난
걸인들을 도와주다 보니 함께 장사를 하게 된다.

이런 조직이 커지다 보니 상단을 만들고 규율을 정한다.
백달원과 이성계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백달원은 조선 건국 후에 한양에서 경강상인들 이끌면서 상업을 정착시킨다.

유기장인 한순례는 상인이기는 했으나 학문을 좋아해서 이이,
성혼과도 교분을 가질 정도였는데, 그가 만든 방짜 유기의 품질이 좋아서 잘 팔리자 근처 유기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를 알게 된
한순례는 자신의 유기 공방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아서 다른 상인들도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등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인다.

역관인 김근행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유황 4만 근과 장검
200자루를 구해 오는데,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일본이 외국과 활발하게 무역을 하는 것을
보고, 조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김근행은 일본과의 무역으로 많은 부를 축적하지만 그는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았다.

제주의 김만덕 이야기는 책으로도 많이 소개된 이야기인데,
고아가 된 김만덕은 기루에서 허드레 일을 하다가 동기(기생)이 되고 16살 때는 천영루의 꽃이라고 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서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나중에는 천영루의 주인이 되어 부를 쌓게 되는데, 어느날 조석파가 제주를 덮치게 되느데, 이를 미리 안 김만덕은 높은 산으로 피신을 했다가
돌아와서 이재민들에게 그녀가 가지고 있던 쌀을 아낌없이 내 놓는다. 이를 알게 된 정조가 그녀를 알현하기까지 하니, 일개 기녀가 임금을 만나는
특별한 사례이다.
" 여자의 몸으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했으니 어찌 장하지 않겠느냐?" (p.
247)
조선의 부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경주 최부자, 경주
최부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으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경주 최부자의 시작은 최진립(1568~1636)로 부터인데, 그는 임진왜란때는 의병을 일으켰고, 정유재란 때는 왜군을 격멸했으며, 병자호란
때 전사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뚜렷한 부의 축적은 그의 아들인 최동량에서부터라 볼 수 있다. 최동량, 그의 아들 최국선에 이르면서 새로운
농법에 의한 농사를 지어 수확량이 증가되고 최부자네는 천석꾼이 되고 곧 3천 석을 수확하는 부자가 된다.

최부자는 흉년이 들면 소작인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수확량의 1/3에 해당하는 쌀 1천석을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쓴다.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소작료로 받은 미곡의 1/3은 이웃을 위해서 쓴다.
최부자는 ' 백 리 안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선조들의 유지를 받아 실천을 한다. 그의 후손 중에 최준은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헌신하는데 그는 죽으면서 전 재산을 대학에 기증한다.
이렇게 300년 동안에 걸쳐서 이어온 최부자의 아름다운 전통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배울 점은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 보다는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썼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부자가 되는 비결 중에서도 우리들이 배울 점은 많이 있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했고, 꾸준히 노력하여 부를 축적했으며,
부를 축적한 후에는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부자의 3요소는 축적, 증식, 분배이다. 부의 완성은 분배에 있다. 이것이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진정한 부자는 어떻게 돈을 모으고 부를 축적했는지를 살펴보면서 마지막으로 부자들이 분배를 실천하였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