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베트남 음식에 관한 요리책인 줄 알았다. 책의 내용을 검색해 보고는 베트남 음식에 관한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는 베트남의 풍경이나 음식 사진이 많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졌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길거리 음식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자의 베트남 길거리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 놓은 책이다. 아쉬운
점은 얼마든지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을 사진이 한 장도 올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트남 음식이라고 하면 베트남 쌀국수, 월남쌈 정도 밖에 알지 못하기에 이 책을 통해서 베트남 음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모든 내용이 글로만 쓰여져 있고 베트남 지역이나 음식 이름이 베트남어로 되어 있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1969년생 영국인인데, 그의 유년기에 TV를 통해서 베트남전에 대한 뉴스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은연중에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는 1992년에 하노이 사진 한 장을 보게 되면서 베트남 여행을 꿈꾸게 되면서 베트남 음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익산의 학교에서 1년간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책 속에는 익산에 살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 이야기를
보면 한국과 한국 음식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각나라의 음식이 점점 동질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파리에서 맛 본 이탈리아 음식과 이탈리아에서 먹게 되는 이탈리아 음식이 별
차이가 없는데, 이는 음식의 세계화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음식의 위생적인 면도 신경을 쓰게 되면서 길거리 음식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반면에는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길거리
음식을 홍보하기도 한다.
어떤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가 음식이라고 볼 때에 베트남은 자부심이 가득한 요리사와 열정적인 미식가들이 가득한 나라이니, 길거리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베트남 길거리 음식이 이국적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01년부터 사이공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베트남의 길거리 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찾아다니고 2002년부터는 길거리 음식을 전문적으로 포스팅하는 <누들 파이 >라른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다.
그레이엄이 첫 이야기로 소개하는 하노이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학생과 함께 간 길거리 음식점 이야기이다. 학생이 추천한 음식은 '녹색 허브
뭉텅이 위에 툭 얹힌 번들거리는 분홍색 덩어리'
과연 어떤 음식일까? 돼지 자궁이다. 맛있게 먹는 학생과는 달리 이런 것까지 음식으로 나오는 베트남 음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그레이엄.
베트남의 뱀식당과 술에 관한 이야기도 괴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술집 양쪽 벽에 동물, 곤충, 나무껍질 같은 것들이 알코올을 가득 채운 큰
유리단지에 늘어서 있으니, 그 술들은 염소주, 벌주, 까마귀주, 구더기 주, 새끼 사슴주, 해마주, 도마뱀주....
그리고 곰 한 마리가 유리단지에서 눈을 크게 뜨고 담겨 있으니...
물론,이런 비호감 이야기도 있지만 베트남의 맛있는 음식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
음식 이야기와 함께 베트남의 풍습, 풍물 등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레이엄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해도 블로그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때이기에 그의 블로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길거리 음식이 가지는 낭만을 생각해 보았다. 여행길에 잠깐 들려서 그 나라 또는 그 도시의 맛을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그곳의 많은 것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