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는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서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잠깐의 생>은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동화이기는 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 때문인지 어린이들이 읽는다면 깊이있게
읽을 수 없을 듯하다.

푸른 잠자리의 일생을 통해서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삶과 죽음, 생명, 사랑, 자유, 보람, 외로움 등의 감정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누군가를 돕는 것만으로도 넌 보람있는 삶을 살게 될꺼야 " (p.
36)
" 감잎이 다 떨어진 뒤 남아 있는 공간에 기다림을 채워 넣는 것이 사색이야. 마음에
여백을 주는 일이지. 행복이란 바로 그런 것이란다. 즐거운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백. " (p.
39)
하늘을 나는 푸른 잠자리, 잠자리에게는 열등감이 있다. 아무리 높이 빨리 쫒아가도 비행기를 따라 잡을 수 없으니 비행기가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 푸른 잠자리는 아내를 잃고 딸과 함께 사는 시인을 만나기도 하고, 들판에 핀 오렌지 코스모스를 사랑하기도 하고, 잠자리 현실주의자,
매미, 까치, 단풍나무, 기차 등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세상만사의 이치를 터득해 나간다.

비행기를 따라 잡겠다는 열망은 어느날 비행기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라지게 된다. 비행기는 사람이 조종하는 기계이기에 생명도 자유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 내겐 자유가 있어! 나는 내 뜻대로 살 수가 있다 !"
(p.110)
그래서 푸른 잠자리의 열등감은 사라진다.

여름날 나무 위에서 울어대는 매미는 자신 보다도 더 짧은 삶을 살면서도 큰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니...
" 큰 사랑이란 자신을 버리는 거란다. 스스로의 존재를 버릴 때 비로소 참된 자기가
발견되는 법이지. 사랑을 통해 남에게 자신을 주는 법을 배우거라. 삶이 소중한 건 가슴 깊이 사랑을 키우기 때문이다. " (p.
135)
푸른 잠자리는 죽으면서까지 자신에게 큰 사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매미의 마음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명도 그리 많이 남지 않음을 깨닫고 개개비를 찾아간다. 개개비에게 잡혀 먹힘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지만 푸른 잠자리의
영혼은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탄생을 준비한다.
푸른 잠자리는 개개비의 똥이 되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름이 될 것이다.
" 수많은 예이가 세상을 움직여 갑니다. 그리고 그 예외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순환합니다. 새로 난 것들이 사라지고, 사라진 것들은 또 제 계절이 오면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한자리에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습니다. 영원히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 (p.
174)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내를 잃은 시인, 엄마를 잃고 말까지 잃어버린 산이.
그리고 푸른 잠자리가 가을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만날 수 있는 각종 풀과 꽃 그리고 곤충, 조류 등.
푸른 잠자리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이 세상에는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아픔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은 푸른 잠자리처럼 변하고 순환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들판의 코스모스가 피었다가 지고, 또다시 가을이 되면 피어나듯이, 푸른 잠자리가 개개비의 먹이가 되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또다른 생을
살게 되듯이 이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순환한다는 것이다.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삶. 짧은 인생.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보람된 삶인지, 참된 삶인지를 푸른 잠자리의 여행을 함께 따라가면서 느껴볼 수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인생의 모든 과정과 상황이 짧은 동화 속에 담겨 있기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