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의 저자인 '헨렌 맥도널드'는 역사학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런던의 언론사 사진기자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그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사람들은 이런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한없는 슬픔의 나락으로 빠져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헬렌도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자기만의 방으로 숨어버린다. 그런데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문득 어린시절에 매를 유난히도 좋아했던
기억을 하게 된다.
12살 때에 조련된 참매를 처음 봤는데, 그때 헨렌은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이게 내 모습이 될 거야"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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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은 매를 분양받아서 길들이기로 하는데 그 매의 이름이 다정하고 상냥하다는 뜻의
메이블이다. 헬렌은 어릴 적부터 매 훈련법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의 한 권의 책이 T.H. 화이트의
<참매>였다. 유명한 소설가인 '화이트'는 어릴적에는 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학창시절도 교우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고,
동성애자이기에 세상의 편견에 시달리면서 살아왔다. 물론 대학 졸업후에 영어교사가 되기는 하지만 그의 인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입은 그런
상태였고 그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매를 길들인다. 그러나 그는 매를 길들이면서 자신의 삶이 그래서인지 매에게 깊은 사랑을 베풀지 못하고
먹이를 주는 방법에서부터 굶기기도 하고 과다하게 먹이를 주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매를 죽게 한다.
이 책 속에는 화이트의 매 길들이기에 관한 책인 <참매>의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에 반하여 헬렌의 매 길들이는 방법은
화이트의 방법과는 정반대의 방법이다.
진정으로 매를 길들인다는 것이 무언가를 말해준다.
매를 길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매를 사랑하고 신뢰하게 되면 매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에 깨달음과 치유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매길들이기에서도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는 것. 그것은 우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교훈이기도 하다.
야생의 매를 길들이는 가장 첫 단계는 먹이를 선물하는 것. 그것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때에 인간과 매는 상생의 관계가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책이 있다. 몇 년 전에 읽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데,
'자비에 로랑 쁘띠'가 쓴 <153일의 겨울>이다.

몽골의 '이콰투루우'에 살고 있는 여자 어린이가 엄마가 출산을 앞두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초원 위에 게르만이 우뚝 서 있는
차궁의 할아버지댁에 가게 된다.
평소 할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손녀는 양떼를 몰고, 검독수리를 길들이는 방법을 배우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몽골의 혹독한 겨울
눈폭풍 속에서 먹이에 굶주린 늑대의 습격으로 부터 양떼와 말을 지키는 153일간의 몽골의 겨울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 소설이다.
몽골의 자연 속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길들여지는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모티브는 검독수리
길들이기였기 때문에 <메이블>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153일의 겨울>이 사실적이고 생동감있게 묘사된 것처럼 <메이블>도 헨렌 자신의 체험을 그대로 옮겨놓은 글이기
때문에 매를 길들이는 과정, 매의 생태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헨렌은 매를 길들이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매가 지닌 야생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서 매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공감을 하고 매를
자기자신의 일부처럼 생각을 하게 된다.
매를 길들인다는 것은 자신의 상실에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하는데,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들....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임을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때론 자연을 통해서, 때론 동물을 통해서...

요즘 가끔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집 강아기는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3살 정도로 추정된다. 2004년경부터 함께
살았는데, 이제 많이 늙었다. 그래서 산책을 나가면 처음에는 생기있게 걸어가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어슬렁 어슬렁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강아지가 나이가 많은 것 같다고, 몇 살이냐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 중에는 강아지를 키우거나, 강아지를 무지개 다리를 건너 보낸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뱉는 말 중에는 "강아지는 배신을 하지 않아요~' 라는 말.
나는 그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람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하고.
사람과 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모습만으로도 포악하기 그지 없는 매, 그 중에서도 참매.
분명 헬렌은 매를 길들이지만 매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상실을 치유하고, 절망 속에서 빠져 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그 속에서 인간에게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
이 2권의 책은 서로 시공간은 다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