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味感) 그리고 미감(美感)
'맛을 느끼는 감각'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
셰프와 미술사가의 미감 이야기.
이 책의 저자인 '이주은'은 Prologue를 통해서 "음식 이야기와 예술 작품을 같이
버무린 이 책은 우리의 빈약한 미감(味感)을 일깨워 미감(美感)으로 승화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한다.
이미 <그림에, 마음을 놓다>를 통해서 만났던 '이주은'은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그림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던 미술사학자인데, 그녀의 글은 쉬우면서도 마음에 다가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 또한 셰프인 이준은 2011년에 우연히 읽게 된
<뉴욕 레시피>를 통해서 자신의 꿈인 셰프가 되기 위해서 미국 뉴욕에 있는 CIA 에 입학하여 졸업하기까지 614일에 걸친 셰프가
되어 가는 과정을 책 속에 담아 놓았는데, 그의 아름다운 도전이 빛난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셰프가 연예인화가 될 정도로 매스컴에 오르내리지만 <뉴욕 레시피>를 읽을 때만해도 셰프라는 직업이 가지는 이미지는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미술사가와 셰프가 쓴 책이라는 의미에서 <미감>은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던 책인데, 읽은 후의
감상도 꽤 괜찮은 아이템으로 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예전에는 음식이란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지금은 좋은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아름다운 음식,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음식이란 예술적 경험과 인간관계의 끈까지도 어우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미술작품과 함께 음식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게 생각된다.
책 속에는 많은 미술작품들이 소개된다. 르네 마르리트의 작품, 살바드로 달리의 작품,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피카소의 작품 그리고
신윤복의 풍속화와 신사임당의 그림도 소개된다.



미술작품은 그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저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작품 속에 담긴 것들을 찾아 읽을
수 있다면 그 작품이 지닌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미술작품과 음식 이야기가 버무려진 책이기에 작품들 속의 음식재료, 음식, 음료, 술 등과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찾아서
설명해준다.
빈센트 반 고흐와 감자, <감자먹는 사람들> 그리고 <감자가 있는 정물화>, 밀레의 <만종> 속에 나오는
감자... 감자가 가지는 의미를 찾아 보자.
감자는 당시 사회에서는 서민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고된 노동 뒤에 찾아 오는 식사시간에 식탁에 오르는 감자는 정직한 수단으로 양식을 구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키스 해링의 <9월>은 바탕이 핫 핑크이고 빨강색의 하트가 걸아가고 있는 그림이다. 하트에는 손과 발이 달려 있고... 키스
해링이 사랑을 잃은 후에 떠난 사랑에 아파하며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색상을 강렬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보면 더욱 사랑의 슬픔이 실감되는
작품이다.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해서. " 그림의 색상은 여전히 유쾌하고 가볍다. 그래서
더더욱 슬퍼진다. " (p 165)

이 책의 구성을 보면,
ME - 나를 보살피기, YOU - 너을 움직이기, 이렇게 2부로 나뉘어지는데, 각 부의 끝부분에는 셰프의 식탁이라는 주제로 미술사가인
이주은과 셰프인 이준의 대담이 실려 있고, 그림과 관련이 되어 셰프가 멋진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소개해 준다.

이주은의 글은 ' 미술과 감정의 접점을 찾아내는 스토리텔링
방식'인데, 셰프인 이준 역시 스토리 텔링 창작요리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12가지 주제인 자유, 절제, 슬로 라이프, 버팀, 나이듦, 자아발견, 가벼움, 추억, 소통, 본능, 뒤엎음, 편견
등을 그림과 요리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이주은은 소설이야기, 영화이야기, 우리주변이야기, 예술가 이야기 등을 함께 곁들여서 들려주기에 새로운 많은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