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에 유럽을 처음 가봤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닐던 비엔나의 뒷골목은 한적하면서도 유럽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몇 년 후에 오스트리아를 다시 찾았을 때는 인스부르크를 가게 됐는데, 아들과 함께 왔던 오스트리아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었다.
몇 차례의 유럽 여행을 통해서 유럽 여행 가이드 북에 나오는 많은 도시를 돌아 보았지만 그래도 유럽은 나의 첫 해외여행지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행에서 가장 접하고 싶은 것이 문화와 예술이기 때문인지 가장 맘에 드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그동안 가보았던 유럽의 이곳 저곳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함께, 다시, 유럽>은 처음 떠나는 유럽 여행이 아닌 약 10년 전에 각자 가 보았던 유럽을 부부가 된 한 쌍의 신혼부부가
함께, 다시 떠나는 유럽 여행 이야기이다.
N양과 T군의 꿈의 1순위는 '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은 결혼을 한 후에 414일에 걸쳐서 유럽,
북미, 중남미의 3대륙 21개국을 여행을 한다.
그중에서 유럽 여행에 관한 내용만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아 놓았다.
책 속에는 여행에 관한 단상들이 많이 담겨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문장은,
"여행은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된다" 라는 내용이다.
같은 곳을 보아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와 함께 여행을 가느냐에 따라서 훗날까지 남겨지는 여운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곳을 떠올리게 되면 남편과의 추억이 살아나고, 또 어떤 곳을 생각하면 아들과의 추억이 떠오르고, 또 어떤 곳에 대한 기억
속에는 지인들의 얼굴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함께, 다시, 유럽>은 그동안 읽었던 천편일률적인 여행 에세이와는 약간 차별화가 되어 있다. 두 번째 떠나는 유럽여행이기에
구태여 여행자마다 반드시 꼭 가는 그런 여행지 보다는 어떤 사진 한 장이 매개체가 되어서 찾아 가 본 곳, 여행을 하다 보니 찾아가게 된 곳들이
몇 곳 소개된다.
포르투갈의 베나길, 스코틀랜드의 기닝고 성, 스위스의 룽게른....


그리고 다른 여행지들은 대부분 여행자들이 가곤 하는 유럽의 관광지이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그곳을 여행을 한다.
저자들은 '가이드북을 버린 후에 보이는 세상, 나만 찾아갈 수 있는 여행지! ' 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래도 유럽 하면 가게 되는 여행지도
여러 곳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이 추천하는 여행지는 40곳이다.

내가 가 본 곳도 여러 곳이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여행할 당시의 추억에 젖어 보기도 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 여행 중에 일정에 없던 곳을 찾아갔다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꼭 다시 한 번 이 곳에 와서 며칠 동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곳이기에 책을 통해 다시 만나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그들이 여행 중에 만난 축제 중에는,
니스의 핑크 퍼레이드,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오스트리아의 브레견츠 페스티벌, 스페인의 그라나다 동굴 플라멩코 공연 등이 있다.

젊은 날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414일이란 긴 날들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름답게 떠나기'위한 준비과정과 여행에 관련된 많은 정보를
마지막 부분에 담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