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 곡 - 김동률 교수의 음악 여행 에세이
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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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

유난히도 힘든 세월을 살아 왔던 중년 이상의 세대들.

그들에게 널리 불리워지던 노래들이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김동률, 여기서 잠깐 젊은 세대들에게는 김동률이라고 하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부른 김동률을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가수 '김동률'를 생각했지만 그와는 동명이인인 서강대 교수이자 시사프로그램 앵커를 하기도 하고 주요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하는 '김동률'이다.

아마도 이 책이 음악 여행을 떠나는 그런 컨셉이기  때문에 뮤지션 '김동률'을 이 책의 저자로 생각한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김동률'의 문장력이 뛰어나서 이 책에 나오는 20곡의 노래에 얽힌 사연을 풀어나가는 글들에 많은 독자들이 흠뻑 빠져들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노래들을 흥얼거리면서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한참 많이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 보다 훨씬 적게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그때 그 노래엔

우리의 인생이 있었다." ( 책띠의 글 중에서)

추억 속의 노래를 찾아 떠나는 음악여행. 음악여행에 함께 떠난 사진작가인 '권태균'은 이 책이 출간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사진들은 책 속의 소개되는 노래들과 함께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책의 서문의 제목은 '늙은 노래를 위한 찬가"이다.

'늙은 노래'?

노래 그리고 그 노래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 떠나는 음악여행은 이제 추억 속에 겹겹이 쌓여진 퇴색한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책 속에 나온 20곡의 노래에 얽힌 사연들을 읽으면서 그 곡들을 한 곡씩 들어본다.

그 중에는 너무도 잘 알려진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 곡들도 몇 곡이 된다.

첫 이야기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광화문이 있는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 그리고 노래 속에 나오는 '눈 덮힌 교회당'

학창시절에 이 곳은 그리도 많이 걸었기에 이 노래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 잠자고 있던 옛 기억을 일깨워주는 노래. 듣든 동안 과거를 주유케 하는 노래가 있다. <광화문 연가>는 바로 그런 곡이다. 과거가 아름다운 건 꽃다웠던 그 시절이 다 가버렸기 때문 아니던가. 노래는 이제 중년이 된 이들에게 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기억을 되돌려준다. 세월따라 떠난 그 시절 청춘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p. 16)

간결한 노래말, 의성어의 나열로 부르기 쉽기는 하지만 구슬프게 다가오는 <오빠생각>

"뜸뿍 뜸뿍 뜸뿍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이 노래가 인연이 되어 아동 문학가인 '이원수'와 최순애의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노래 속에는 이렇게 그 노래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그로 인한 숱한 사연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기에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슬픈 사연들을 되새기게 하는 노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그리고 197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널리 불리워지던 <고래사냥>, <아침이슬>...

" 김민기 그리고 <아침이슬>은 1970~1980년대 우리 시대의 아픔을 대표하는 무한한 의미를 지닌 이름이고 노래다. " (p. 119)

대중들의 애환, 저항적 이데올로기가 담긴 노랫말은 지배 세력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기에 한때는 금지곡이 되기도 했었다.  

얼마 전에 상영된 영화 <국제시장>은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 영화인데, 의외로 젊은 층들도 이 영화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부모들의 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 듯하다.

이 영화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노래는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이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당시 부산의 가파른 야산을 중심으로 피난민들의 천막집이 있었던 그곳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부산의 명소가 되기도 했으니....

한 곡의 노래 속에는 그 시대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이 당시에 즐겨 불리우던 노래들은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노래들은 많으나 그 중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는 '제 2의 애국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이 노래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5.18 만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었는데, 이 노래의 탄생 뒷이야기는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가장 유력한 설은 광주 항쟁에서 숨진 이의 영혼결혼식에서 진혼곡으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386세대인 '김동률' 교수는 그와 같은 세대 그리고 그 보다 더 나이가 많은 세대에게 지치고 힘들었던 때에 가장 많이 불리우던 노래 20곡을 엄선하여 그 노래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떠난다.

그 여행은 그 노래를 즐겨 부르던 사람들과 함께 떠난 음악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노래 속에는 사람들 마다 마다의 추억이 깃들여 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멀어가고 있는 추억 속의 순간 순간들을 찾아 떠나는 감성 여행이기에 읽으면서 마음이 시리도록 그리운 날들이 되살아 난다.

그리고 흥얼흥얼 20곡의 노래를 불러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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