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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을 말하다
박대홍 지음 / 워커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을 말하다>를 펼치자 아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짧은 한 구절의 글도.
"우리는 생의 어디쯤에서 이렇게 홀로 앉아 있는 것 일까"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마음이 짠~~ 해진다.
바로 지금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듯해서.
어딘가에 홀로 떨어져서 내 자신을 반추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는 저자인 '박대홍' 여러 해에 걸쳐서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이 실려 있다. 간혹은
새들의 모습도, 꽃의 모습도, 풍경만 찍은 사진들도 있지만 어떤 사진들은 아웃 포커스 촬영법으로 찍어서 먼 곳에 있는 피사체인 배경은 흐릿하게
찍히고 가까운 피사체인 인물들은 명확하게 찍혔다. 그런데 책 속의 인물들의 모습이 뒷모습이나 옆모습인 경우가 많다.
내가 기억하는 뒷모습은 외롭게 보이고 힘겨워 보이고, 초라해 보였던 적이 많다. 사람들의 앞모습은 표정이 있기에 그 사람의 마음을 엿 볼
수 있지만 뒷 모습은 그렇지 않아서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 역시 사람들의 뒷 모습에 대한 생각을 여러 번 피력한다.

" 보이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삶에는 분명 못 보았던 것이 보이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 당신의 뒷 모습엔
당신이 좀처럼 숨길 수 없는 표정이 있어요.
그렇다고 내가 당신에 대해 뭔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 내가 누군가의 뒤를 본다는 것은
나도, 그와 같은 방향을 본다는 뜻이다. "
이 책의 2부는 '찰나'이다. 어떤 순간들.



그리고 3부는 '함부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선물'이다.
사진들을 보며, 그 속의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에 잔잔한 여울이 퍼져 나간다. 사진 속의 배경을 들여다 보는 중에 언젠가 여행중에 가 본
곳들의 모습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그 때의 기억에 잠겨 본다.
추억.... 기억... 그리고 지금의 나.
잔잔한 슬픔같은 사진. 외롭고 쓸쓸한 뒷모습이기에 그 사진 속의 인물이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지는 그런 사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란
각자의 창을 닫는 것이다.
먼 곳만을 바라보던 나의 창을 닫고
서로의 곁에 조용히 앉아 주는 것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글을 소개한다.
" 앞은 파악할 수 있는 거짓이 있고,
뒤는 이해랄 수 있는 진리가 있지 " ( 책 속의 글
중에서)
저자의 앵글 속에 담긴 풍경, 그리고 그 풍경 속의 사람.
절제된 한 컷의 사진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