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인간시장>이다. 1990년대 출판계의 신드롬이라 할 수 있는 밀리언셀러로 많은
독자들이 밤을 지새우면 읽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장총찬의 활약은 당시의 사회상을 조롱하고 풍자하였기에 그를 통해서 독자들은 현실세계에서 약자들이 이룰 수 없는 일들을
장총찬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김홍신'작가는 그 이후에 대하소설 <대발해>를 쓴 이후에 몇 권의 에세이를 출간하기는 했지만 그의 소설은 이번에 7년 만에
접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 소설의 제목이 <단 한 번의 사랑>이다. 주인공인 강시울은 인기 여배우이자 독립투사 가문인 재벌가 며느리인데
폐암 말기가 되어 젊은 시절의 순수했던 사랑을 찾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첫 장면으로 등장한다.
'김홍신'이 쓴 연애소설? 조금은 의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 내 영혼에는 그 사람이 습기처럼 스며들어 있습니다. " (p.
9)
" 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
(p.10)
이 두 문장을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첫사랑 아니면 그들의 기억 속에 가장 깊이 아로새겨진 어떤 사랑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될 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정말 아름답지만, 때론 가장 큰 아픔을 가져다 주는 것이기에 사랑 이야기는 달달한 것 같으면서도 슬픔이 함께 하지
않던가....
20대 꽃다운 나이에 재벌가로 시집을 갔지만 말기암이 되어 이혼을 하고 진실한 사랑을 찾아 나선 강시울.
강시울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남자 홍시진.
"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하늘과 맞장 뜨고 싶어서 솟대를 만들었어. 시가 내
갈망이었다면 솟대는 내 기도였지. 시 속에 강시울이 스며 있고 솟대 속에 강시울에 대한 열망이 들어 있는 게 때로는 분하고 원통했어. 그런 내
인생은 빈 껍데기였어." (p. p. 82~83)
" (...) 사람의 가치는 삶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며 함께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죠. " (p. 181)
"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가슴 속에 근심 걱정이라는 모래 같은 게 있기 마련이죠.
그걸 털업리려고 하면 더 많은 모래가 들어가 박히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애써 털어버릴 궁리를 하지 말고 살살 달래서 데리고 가는 게 지혜라는
거지요. 그 모래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근심 걱정은 잊을 수 있으니까요. " (p. 189)
그리고 홍시진을 그토록 사모하다가 겨우 그의 사랑을 얻어서 결혼을 하고자 하는 여인 서다정.
이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가는 도입부분에서는 통속적인 연애소설. 아니면 막장 드라마와 같은 내용들이 전개되는데
작가에 대한 실망감이 서서히 살아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사랑 이야기 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대학시절에 여배우가 되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재벌가의 아들과 결혼을 하게 된 사연, 그리고 그 재벌가가 독립투사의 가문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더러운 가면을 벗기는 이야기에서는 <인간시장>의 장총찬이 떠오르게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부정과 부패, 그리고 독립유공자와 친일파.
인연의 굴레에 빠진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 보다 더 부각되어야 할 문제는 가짜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비리를 밝혀 내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