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별로 좋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를 몇 가지만 살펴보면,
(사람이나 그 움직임이
) 느리고 무겁다.
(감각이나 감정따위가
) 날카롭지 않고 몹시 무디다
.
(사람이나 그 머리가 ) 나쁘거나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적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니 감정을 다루었을 것이니 예민하지 않고 유연하게 생각하면서 살라는
의미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 들 즈음에 너무도 힘든 일을 겪게 되었다. 가까운
친척의 일에 얽혀서 나와는 무관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남편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사람이기에 그 사람에 대한 혐오감과 배신감까지도 느낄
정도였다. 너무도 화가 나서 화를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펼쳐 든 이 책은 나에게 화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여러 날 동안
가슴의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던 화가 서서히 사라졌다.
아직도 그 일은 시작 단계가 끝났을 뿐이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과민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처럼 여유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과민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살다 보면 마주치게 되고, 때로는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가 가득한 '분노의 시대', '분노의 사회'에 내던져진 존재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둔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단순하지만 깊있는 깨달음을
주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더 높이, 더 많이, 더 좋은 것... 우린 아직 만족할 줄 모른다." (p.
27)
화에도 단계가 있다. 짜증, 화, 분노, 격노.
영어로 화는 Anger 인데 이 단어에서 위험인 Danger이 파생된다. 화가 지나치면
위험하다는 의미일까?
화를 푸는 슬기와 화를 다루는 자세를 이 책을 통해서 배운다.
<둔하게 삽시다>는 우리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감정이나 증상을
다룬다.
실패 or 실수, 과민 증후군, 열등감, 경쟁 강박증, 자존심 과잉, 불신과 의심증,
조급증, 만성 분노 증후군, 완벽주의, Must 병, 외형과민증, 건강 염려증 등....
이런 증상들을 정신분석의 시각, 뇌과학적 고찰로 풀이하기에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 화가 날 때는 응급처치로서 돌아서서
심호흡을 세 번 하면 한결 나아진다. 그렇게함으로써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여 당장의 화를 얼마간 조절해보자는 과학적 처치다." (p.
57)
" 선한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살면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 (p. 135)
현대인들은 건강에 관심이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생긴 증상이 건강 염려증이다. 유기농,
무공해을 철저하게 따져서 식자재를 선택하기도 하고 몸에서 나타나는 작은 증상에도 병원으로 달려간다.
Must 병은 '하지 않으면 안 돼!', '꼭 해야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으로
너무 큰 부담으로 뇌를 구속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증상인데, 잘 생각해 보자. 과연 그럴까?
우리는 작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바로 세로토닌적 삶을 말하는데, 평소에 나는 작은
일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산책길에 하얗게 핀 찔레꽃의 향기를 맡으면서 행복해진다. 어릴 날의 추억을 그리워하면서
행복해진다.
좋은 책 한 권을 읽고 책 속의 글들을 가슴 속에 담아두면서 행복해진다.
그런데, 왜 나에게 주변 인물이 이런 힘든 상황을 만들어 놓았는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화를 풀면서 한동안 무기력해지고 멍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책 속에 담긴 세로토닌이 분비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이런 방법이
우리를 행복해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 하늘을 바라보다.
* 저작활동을 하자.
* 무작정 걸어보자.
* 천천히 심호흡을
하자.
* 계단을 올라보자.
세로토닌은 뇌간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껌을 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한다.
베풀고 나누는 사람, 감사하며 사는 사람.
그런데 베풀어 주는 것에 익숙해 진 사람은 그것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 내가 참자!! 그러나 부당한 요구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자!!
며칠 사이에 내게 찾아 왔던 상황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