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소녀 우리같이 청소년문고 14
이정옥 지음 / 우리같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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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기 전에 자주 가던 동네 뒷산에 산책을 오던 모녀가 있었다. 중학생 정도의 딸은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얼핏 보아도 걷는 모습이나 행동에서 다른 아이들과 다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거나 때론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함께 온 엄마의 표정은 언제나 어두워 보였다.

자폐아동을 비롯한 장애아를 둔 가정은 주변 사람들로 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들의 편견과 무지로부터 많은 아픔을 당한 경우가 있기에 사회로부터 숨어 버리고 싶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가정의 경우에 자식이 자폐 장애가 있어서 부모들이 겪는 아픔을 묘사한 작품들이 많은데, <가위소녀>의 경우에는 자폐엄마와 자폐 외삼촌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여중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솔이의 엄마는 19살에 솔이를 낳았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머리를 스쳐가기는 한다.

솔이의 가족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솔이 엄마, 솔이 외삼촌 그리고 솔이다.그리고 솔이의 주변 인물로는 증조 외할아버지와 산할머니라고 불리는 외이모 할머니가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솔이가 가족들과 함께 간 대중탕에서 외삼촌이 탕 안에 똥을 싸서 그것을 치우러 간 여중생 솔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여중생이 하기에는 힘든 이런 일들과 함께 솔이의 머리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 세상을 잘라 버릴 수 없어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잘라 내버릴 수 없어서
제 머리칼만 되는대로 잘라 낼 수밖에 없는 나를 사람들은 ‘위소’라 부른다." (책 속의 글 중에서)


‘가위소녀’를 줄인 위소는 ‘위태위태한 소녀’ 또는  ‘위험한 소녀’라고 할 수도 있는 중위적 표현이기도 하다. 

"복잡한 머릿속을 가위질하는 심정으로 나는 형광 불빛 아래서 하얗게 번뜩이는 가위를 다시 내 머리통에 바짝 갖다 댄다. " (p. 23)

솔이의 머리 모양은 남자 머리 모양 보다도 더 짧고 삐툴삐툴 엉망진창이다. 여중생의 머리 모양이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항상 가위를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 오면 자신의 머리에 가위를 대고 머리를 잘라 버린다.  
그러니 학교 생활도 위태 위태하기는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친하게 되면 엄마와 외삼촌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고 아버지의 부재가 들통이 나게 되니 다른 친구들처럼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간다.

친구들에게 숨겨야만 하는 가족 이야기가 있기에 학교 생활은 조마조마하고 위태롭기만 하다.

그러나 솔이는 자신에 의해서 갇혀져 있던 편견의 세상에서 살짝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있으니...

'산'과 같아서 산할머니라고 부르는 산할머니가 하는 공부방을 알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마법의 수학'을 가르쳐 주는 '마샘'의 수학시간을 통해서,

그리고 성적에 매달리는 우등생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유생각'의 고백을 통해서 솔이는 자신이 가두어 버렸던 세상에서 서서히 나올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사람들은 타인에 의해서 어떤 굴레에 갇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갇혀 버리고 그 속에서 빠져 나오려는 생각 보다는 더 깊숙히 빠져 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을 접할 때에는 나와 다르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대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을 경우에 겪게 되는 가족들의 고통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우리들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가위소녀>는 청소년 문학이기 때문에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정서적인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사건이 있었기에 그 아픈 사건이 일어났음을 이야기 속에 담아 놓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바뀌어야 함과 같이 솔이를 향한 세상의 시선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솔이도 '위소'의 세상에서 벗어나야 함을 이 책은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 나 자신을, 친구를, 학교를 나아가 세계와 우주를 돌아보게 될 일이 아닌가" (p. 231)

어떤 상황으로 인하여 아픔을 가진 청소년들이 현실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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